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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로 된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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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70g | 134*200*18mm
ISBN13 9791165348298
ISBN10 1165348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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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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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태생인 이영훈은 평양으로 발령된 지 반년가량 된 터라 북조선이 익숙하지 않았다. 딱딱하고 뭔가 서늘하며 아직도 거친 북조선의 이질감이, 영훈은 여전히 낯설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거긴 아직 전체주의국가야. 1948년부터 한반도 연방을 이룬 2068년까지 100년 넘게 그리 살았어. 북조선 사람들한테선 서늘한 기운이 흘러.’ 다른 의견을 말하는 이도 적진 않았다. ‘김정은이 쿠데타로 쫓겨나고 젊은 장교들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게 2064년이에요. 14년이 지난 지금, 몰라보게 달라졌지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한 곳이 북조선이라고요.’ 의견이 갈리는 사이 누구도 말하지 않은 진실 하나가 바로 이곳 평양의 바람이었다.
--- p.9

텅 빈 김태성의 동흥동 아파트 한가운데 선 세욱은 사건을 가늠하는 중이었다. 여기에는 뭔가가 빠져 있어. 아주 큰 건데, 그게 너무 커서 뭔지 가늠조차 안 되는 거. 감도 들락날락하는 주제에 뭘 알겠나 싶으면서도, 세욱은 뭔가 찜찜했다. 그게 뭘까. 생각에 깊이 빠지려는 찰나, 전화벨이 울렸다. 깜짝 놀란 세욱이 주변을 돌아보았다. 전화기는 벽난로 옆에 설치된 벽감에 놓여 있었다.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탐을 냈을 법한 고풍스러운 전화기였다. 끊이지 않고 울리는 전화벨은 세욱을 끈질기게 독촉하는 것만 같았다. 아파트엔 그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받을 사람은 나뿐이야. 전화기로 천천히 다가간 세욱이 수화기를 들었다. 그것은 노인의 목소리였다. 낮고, 단호하고, 듣는 사람이 흠칫 뒤돌아보게 만드는 서늘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누가 이 전화를 받는지 몰라도, 나는 자살하지 않았소. 나 김태성은 살해당한 거요! 내 아내 진미옥과 대화를 해보시오.
놀란 세욱이 수화기를 떨어뜨렸다. 공중에서 대롱거리는 수화기에서 통화가 끊기면 나오는 긴 신호음은, 가늘고도 멀었다.
--- p.115~116

그들은 명령했고 우리는 따라야만 했어요. 그 시절 북조선엔 선택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어. 누군가 내게 독재정권의 개 노릇을 했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겠죠. 하지만 난 그게 우스운 짓이라고 생각해요. 나 진미옥은 북조선에서 태어났고, 내게 국가는 모든 것이었어요. 내가 내 국가에 충성하는 게 나빴다고? 그 시절을 살지 않은 누군가는 간단하게 말할 수 있겠지. 하지만 국가에 충성하지 않는 다른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 수 있죠? 당신들은 몰라.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르지. 가장 컴컴했던 그 시절 빛 한 조각조차 사치였던 그 무렵의 평양을.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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