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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르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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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150*205*20mm
ISBN13 9791160111200
ISBN10 11601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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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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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내려와 논두렁으로 접어들었다. 이십여 년 전 이곳에서 아버지와 나눈 대화를 알 리 없는 꼬마가 느닷없이 아빠도 돌아가느냐고 묻는다. 늙으면 다 죽는다던 아버지의 말씀이 혀끝을 맴도는데 뭣 때문인지 망설이며 묻지 못한 ‘왜요?’라는 질문을 이 아이는 바로 던진다. 다른 사람들이 같은 장소에서 다른 시간에 같은 얘기를 나눈다는 사실이 놀랍다. 사람이 왜 죽는지 여쭤볼 아버지는 곁에 없고 그의 아들은 그걸 핑계 삼아 입을 굳게 닫는다.
---「돌아가다」중에서

그날 이후 오랫동안 나에게 구봉산 종점은 세상의 끝으로만 남아있었으나 사십 년 넘는 긴 세월은 나를 끊임없이 일깨웠다. 완벽하게 행복한 삶도 유별나게 불행한 인생도 없다고. 죽을 때 가져갈 것은 어린 시절부터 몸에 익은 꿈과 사랑뿐이라고. 광산촌 모든 것을 송두리째 팽개치고 떠나왔다는 죄책감이나 유년의 시린 기억을 돌아보기도 싫다는 비겁함 때문이었을까. 깊이 묻어둔 그리움을 애써 외면하며 종점 찾아가기를 한사코 망설였는데….
---「구봉산 종점(終點)」중에서

마을 입구 하꼬방 앞까지 잿빛 구름이 우리를 뒤따라왔다. 바람이 세졌다. 굵어진 눈발이 미루나무 가지 사이로 회오리친다. 무릎까지만 덮여라, 학교 안 가도 되게. 산골짜기 어둠은 별똥별만치 성큼 내려온다. 언능 집에 가서 아랫목 담요에 손발을 녹여야지. 뒷산 희뿌연 언덕배기가 하얀 눈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저 눈발 속 어딘가에 봄은 무럭무럭 크고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공일날엔 동네 엉아들 따라 산토끼 잡으러 갈 수 있겠다.
---「학교 가는 길」중에서

툇마루에 엄마를 앉혀드리고 밖으로 나와 시골집을 바라본다. 지구촌 작은 나라, 충청도 오지 산골의 조그만 집, 시멘트 담과 슬레이트 지붕, 풀과 꽃…. 머잖아 엄마는 꽃이 예쁜지 미운지, 피었는지 졌는지, 그 꽃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시나브로 잊어갈 테다. 그러거나 말거나 당신 생김새처럼 아담한 꽃밭에, 낮은 담 귀퉁이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철부지들의 소리 없는 수다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 죽을 때 되어 눈멀고 귀 닫히면 또 모를까.
---「꽃들의 아우성」중에서

봄이 게을러터졌다. 올 듯 말 듯 멈칫거린다. 밤엔 춥고 낮 되면 후끈한 날씨 탓이다. 새벽녘 뒤창을 여는 순간 진초록 풀 위에 점점이 떠 있는 꽃 물결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러면 그렇지, 기다란 꽃대 위로 솟아올라 푸른 뒤뜰을 하얗게 도배했다. 봄 같지 않게 추운 날씨를 핑계 삼아 거들떠볼 생각조차 접고 있던 텃밭이 밑바닥부터 꿈틀거린다. 하룻밤 만에 갑자기 오는 게 어디 겨울뿐일까. 이별, 혁명, 배신, 아침…. 꽃도 그런 줄은 이제 막 알았다.
---「노랑보다 하양」중에서

그렇게 오래도 아닌 50여 년 전 아버지 월급날 날 엄마는 두 말없이 쌀부터 한 가마니 들여놓고는 한 달 걱정 덜었다며 뿌듯해하셨다. 다음은 연탄, 여덟 식구가 추운 계절 따듯이 나려면 오백 장쯤 필요한데 100장 정도밖에 들여놓지 못했다. 이번 겨울 지난 3년간 고약한 전염병에 이은 동유럽전쟁 여파로 에너지값이 많이 올랐다. 난방유와 LPG 가게에 전화 두 통을 걸어 기본 겨울나기를 마무리했다. 퍼뜩 드는 생각, 그때보다 편리하고 많아서 우린 행복한가.
---「겨울나기」중에서

겨울이 한참인 정월 초, 수북이 쌓인 잡풀 아래 연초록 새싹이 돋았다. 아무리 세상살이가 혼란하고 고되어도 자연은 순리대로 흘러가며 계절도 때 되면 알아서 다가온다. 무더운 여름 나고 김장철이 되면 한 아름 무청을 구해 뒤뜰 응달 지붕 밑에 얼기설기 걸어놔야지. 입 짧은 나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고라니 가족이 휑한 들판 검푸른 어둠을 뚫고 새벽녘 찬바람 헤치며 찾아오도록.
---「시래기 임자」중에서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게으르길 잘했다” 이후승 수필집의 제목이면서 에필로그의 제목이다. 우리 사회에서 지양하는 항목 중 하나가 게으름이다. 「개미와 베짱이」 우화에서 잘 나타나듯, 우리는 게으르면 나쁜 결과를 얻는다는 교훈을 배우며 자랐다. 그런데 “게으르길 잘했다”라니, “그저 까닭 없이 펀둥펀둥 게으르고만 있으면” 좋다던 이상의 후예일까, 작가가 궁금해진다. 그의 글은 상반된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장난꾸러기 소년 같은 표현에 웃음이 나오다가도 숙연해지게 되므로. 가끔은 위악적 언사로, 가끔은 반어로, 농담처럼 던지는 이야기의 한 겹을 들추면, 그 아래, 작가의 진지하면서 말간 얼굴이 드러난다. 정체가 발각되는 순간 굉장히 머쓱해 어쩔 줄 모르고 쑥스러워할 게 분명한. 실질적 이익과 유용함을 중시하는 이 시대, 이후승은 게으르길 잘했다며 흐뭇해한다. 게으름 덕에 예상하지 못한 좋은 풍경을 얻었고, 누군가 즐거웠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터득했기 때문이다. 어떤 것에서도 의미를 길어 올려 성찰하는 그에게 새로운 깨달음은 아주 중요하다. 엄정하게 돌아보되 동시에 익살로 엄정함을 해체하며, 부족한 점을 끊임없이 채우고자 하는 이후승은 그 누구보다 부지런한 작가이다.
- 한혜경 (수필가 · 평론가 · 명지전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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