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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천도룡기 5

의천도룡기 5

: 광명정 전투

[ 개정판 ]
김용 저 / 임홍빈 | 김영사 | 2023년 10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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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520쪽 | 684g | 148*210*35mm
ISBN13 9788934920755
ISBN10 893492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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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장무기도 배후에서 비열하게 암습을 가한 자가 누군지 뒤돌아보았다. 머리통이 커다랗고 비쩍 마른 늙은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자는 바로 공동파 다섯 원로 가운데 넷째 상경지(常敬之)였다. 상대방이 치명 요혈을 정통으로 얻어맞고도 타격을 받았다는 낌새를 보이지 않자, 그는 놀랍고 의아스러워 저도 모르게 엉뚱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네놈이…… 네놈이 금강불괴(金剛不壞) 신공을 수련했구나! 그렇다면 소림파 문하 제자란 말인가?”
“소생은 소림파 제자가 아니올시다.”
상경지는 장무기가 입을 열어 대꾸하는 순간, 재차 일권을 날려 상대방의 앞가슴을 호되게 후려쳤다. 금강불괴가 아니라 그 어떤 호체신공이라도 입을 여는 찰나에는 진기가 흩어진다는 사실을 뻔히 알기 때문에 기습적으로 공격을 가한 것이다.
---「21. 분규를 해결하려 육대 문파 강적들과 맞서 싸우니」중에서

무당파와 장무기의 감격스러운 상봉에 이어 아미파 사람들마저 이렇듯 떠나버렸으니, 마교를 섬멸하려던 육대 문파의 막중한 대사는 삽시간에 풍비박산이 나고 말았다. 공동, 화산 두 문파 제자들도 사상자들을 수습해 뒤따라 떠날 채비를 차리기 시작했다. 철금선생 하태충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여보게, 축하드리네! 집안 식구들끼리 상봉했으니 얼마나 반갑겠는가? 그런데 말일세…….”
장무기는 그가 말을 더 잇기도 전에 먼저 품속에서 환약 두 알을 꺼냈다. 실상 그 알약은 보통 학질에 걸리거나 구토증이 심할 때 먹는 평범한 약이었다. 그래도 시침 뚝 떼고 극히 소중한 신약처럼 조심스럽게 하태충 앞에 내민 것이다.
“두 내외분께서 한 알씩 나눠 드십시오. 금잠고독이 곧 풀어질 겁니다.”
---「22. 군웅들의 마음은 약법삼장으로 귀일하네」중에서

“조 낭자, 방금 소생이 저지른 일은 정말 부득이해서였소. 내 이렇게 당신께 사죄하리다.”
조민은 아예 고개 돌려 외면하고 벽 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양어깨가 미약하게나마 들썩이는 것을 보니 훌쩍훌쩍 우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간계를 부리고 독살을 부릴 때마다 그는 지혜에는 지혜로, 힘에는 힘으로 상대해왔다. 그때는 일체 딴생각이 없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하니 자신의 행위가 수치스러웠다. 더구나 백옥보다 더 하얀 목덜미와 애잔하게 하늘거리는 치렁치렁한 머릿결을 보고 있노라니 저도 모르게 연민의 정이 뭉클 우러났다.
“조 낭자, 나는 가야 하오. 불초 장 아무개가 여러모로 죄를 많이 지었소. 부디 용서해주시오.”
조민의 등줄기가 꿈틀하는 듯싶었으나 끝내 뒤돌아보지 않았다.
---「23. 녹류장 나그네, 부용화 그윽한 향기에 담뿍 취하니」중에서

장무기는 숨을 들이켜면서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그를 습격한 적수는 두 사람, 장무기가 쌍장으로 엇갈리게 하나씩 맞부딪는 찰나, 적들은 나머지 비어 있던 한 손으로 기척도 없이 강타를 먹인 것이다. 뒤로 나자빠지기 직전에 그는 습격한 자들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 키가 후리후리하고 비쩍 마른 노인이었다.
“에잇, 비겁한 놈들!”
양소와 위일소가 노성을 지르면서 달려 나오더니 두 노인에게 덮쳐들었다.
“퍽! 퍽!”
두 늙은이가 다시 한 차례 일장씩 후려쳐 보냈다. 양소와 위일소는 무서운 장력에 떠밀려 털썩털썩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중심을 잡고 섰을 때 가슴속의 혈기가 훌떡 뒤집히더니 뼛속까지 쑤셔대는 한기가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두 늙은이의 깡마른 꺽다리 몸집이 번뜩 돌아섰는가 싶을 때 어느새 그들은 조민을 좌우로 호위하며 삼청전 문턱을 넘어서고 있었다
---「24. 이유극강의 태극 원리, 세상에 처음 전해지네」중에서

신도들은 하나같이 격앙된 기색으로 성스러운 불길과 교주 앞에 굳게 맹세했다.
“저희들은 오로지 백성들을 위하여 선행을 베풀고 악을 제거하며, 권세와 사사로운 이익을 도모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결의가 있은 후, 전국 각처에서 일제히 봉기한 명교 신도들은 저마다 원나라 관원들이 차지하고 있던 지역과 성채를 공격, 점령해 기반을 착실히 닦아놓는 데 성공했다. 후일담이지만, 주원장과 서달을 비롯한 몇몇 사람은 응천부(應天府)를 들이쳐 점령하고 그곳에 도성을 세웠다. 주원장은 비로소 ‘오왕(吳王)’이라 일컫기에 이르렀으나 감히 황제의 명칭만큼은 쓰지 못했다. 역사 기록을 보면, 어느 선비가 주원장에게 이런 건의를 했다고 한다.
“성벽을 높이 쌓아 올리시고 식량을 충분히 비축해두시되, 왕이라 일컫는 일만큼은 잠시 늦추도록 하십시오.”
---「25. 호접곡에 높이 들린 횃불, 온 하늘 밝혀 비추니」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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