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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말

서툰 말

: 강백수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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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3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30g | 140*195*20mm
ISBN13 9791195103911
ISBN10 119510391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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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몇 달 전 대학원 회식 자리. 지도교수이신 유성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민구는 글은 리얼리즘인데, 사람은 휴머니스트지.”
애정 어린 눈길로 나의 주변을 이 책에 베꼈다.
하늘로 이 책을 보내 내가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지 어머니께 알리고 싶다.
― 「책을 내면서」 중에서

평일 오후, 단둘이 집에 있는 부자의 모습은 얼마나 애처로운가. 좌절을 경험한 사업가 아버지와 성공이 멀기만 한 딴따라 아들은 서로가 그저 민망하다. 그것은 바로 한 해 전 우리 집의 풍경이었다. 우리 집 식구는 다섯.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 노인 회장이었던 할머니, 휴학하고 회사에 다니던 여동생, 하던 사업이 잘되지 않아 정리하고 집에서 쉬시던 아버지, 음악을 한다고는 해도 별다른 일정이 없던 나, 그리고 나이 든 강아지 삼돌이. 동생이 출근하고 할머니가 놀러 나가시면 삼돌이를 제외한 두 남자의 민망한 시간이 시작된다.
늦은 아침을 차려 먹고 아버지는 야구 하이라이트를 보신다. 나도 야구 하이라이트를 좋아하지만,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영화를 보거나 기타를 친다. 집 전화가 울리면 아버지와 나는 서로 눈치를 보고, 결국 누구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아버지도 나도 서로가 이 시간에 집에 있을 나이가 아니라는 걸 안다. 이십 대가 절반 이상 지나간 나는 물론이고 아직 오십 대인 아버지도 한창 일을 하고 있어야 할 나이니까. 그러나 우리는 서로에 대해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중략)
시간이 흘러 나는 새 앨범을 내게 되었다. 타이틀 곡은 우리 부자의 힘든 시간을 담은 노래 〈타임머신〉. 덕분에 나는 평일 오후를 더는 집에서 보내지 않았다. 불안정하지만 나를 불러주는 무대도 빈번하게 생겼다. 독립도 했다. 아버지는 이제 거실에서 웅크리고 주무시지 않는다. 〈타임머신〉이 담긴 앨범을 아버지께 드렸지만 직접 틀어 드리지 못했다. 그래서 노래에 대한 어떤 감상도 아버지께 듣지 못했다. 다만 CD를 드린 다음 날 아침상에 아버지가 직접 끓인 된장찌개와 정성스레 구워낸 고등어 한 마리가 올라왔다. 나는 그것을 내 노래에 대한 아버지의 답으로 여기고 있다.
― 「두 남자의 따뜻한 침묵」 중에서

어차피 다 사람이 정한 거다. 아침도, 계절도. 스무 살엔 대학에 가야 하고 스물한두 살엔 군대에 가야지. 스물여섯 스물일곱에는 취업을 하고 장가갈 준비를 해야지. 이것도 결코 진리가 아니다. 나에게는 중국 주나라 화북지방 절기만큼이나 머나먼 이야기였으니……. 커피를 시켰을 때 가을이 왔다. 입추가 와야 가을이 오는 게 아니라, 커피를 시켜야 가을이 온다는 말이다
― 「주관적 절기」 중에서

사춘기 남자애들이라면 누구나 가슴에 주체하기 어려운 불길 같은 것을 품고 있다.
(중략)
책상에 앉아 있어도 불안하고, 아무도 내게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괜히 세상이 싫고. 어떤 주체할 수 없는 열기가 나를 미치게 했다. 그런 감각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우리의 불길을 음악으로 표출될 수 있었던 건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추운 겨울, 난방도 되지 않는 컨테이너 임시 건물에서 손등이 갈라터지는지도 모르고 연습할 정도로 우리는 열정적이었다. 다른 일탈은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아니, 필요하지 않았다는 게 더 옳겠다. 갑자기 엄마 품에서 벗어나 위험한 그 어떤 곳이 아니라 순수한 열정이 가득했던 연습실에 머물 수 있었던 것,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안도할만한 일이 아닌가.
무대에 서는 자신감은 일상생활로 이어져 왕따로 지냈던 중학교 시절이 무색할 정도로 친구가 많아졌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의 장례식에 친구들이 200명이나 찾아오고 대학에 들어가 학생회장이 되고, 음악을 하며 멋진 동료들을 만나고, 남들처럼 연애도 하고. 밴드를 하지 않았더라도 내게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까? 나는 지금처럼 살 수 있을까?
---「하헌재 때문인지 하헌재 덕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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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다

강백수의 노래를 처음 듣는 순간, 더 정확히 말하면 강백수의 노랫말을 처음 듣는 순간, 이 친구 글쟁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이미 시인이었다. 신문에서 강백수의 에세이를 처음 읽었을 때, 이 친구 곧 책 쓰겠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이미 책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 책은 올 것이 온 것일 뿐, 청춘의 낭만과 아픔을 대변하는 작가나 노래와 글 두 가지 일을 하는 괴짜 작가가 나타났다고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

그는 가수다. 작가다. 학생이다. 하지만 이런 류의 단어들로 그를 규정할 수는 없다. 그는 자유다. 자유라는 단어는 그의 머리 위에, 입술 끝에, 뱃살 아래에 또는 그가 만지는 여섯 줄의 기타 몸통 어디에 붙여도 원래 그의 것이었던 것처럼 그냥 자연스럽다. 이제 그의 자유로운 생각들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물론 나보다 더 행복할 사람들은 강백수와 나란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청춘들일 것이다.
정철 (절반은 카피라이터 절반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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