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마디라도 남과 다르게 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한마디를 내뱉더라도 더 쉽고, 더 빠르고, 더 실감나게 전달하기 위해 한 시간 이상을 머뭇거릴 때도 있다. 그런데 내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사람의 가슴을 파고드는 멋진 한마디는 머리가 아닌,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끄적거렸던 메모에서 나올 가능성이 많다. 가슴은 무언가 강력한 것을 원하는데, 안타깝게도 머리가 따라오지 못할 때가 있다. 아무리 말을 잘할 수 있는, 설득력이 높은 말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재료가 없으면 요리를 할 수 없듯이, 풍부한 ‘거리’가 없으면 멋진 표현을 개발하거나 조립해 낼 수 없다. (p.12)
*상대방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강한 무기인 자신감과 신뢰감은 무슨 말을 해야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이미 당신의 모습이 상대방에게 보이는 순간부터 그 모습 그대로 많은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음을 명심하라. 서 있는 자세 하나가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기본기가 더욱더 중요한 것이다. (p.30)
*말을 좀 더 매끄럽고 윤기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풍부한 표현력이 필요하다. 꼭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인 표현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런 것에 공력을 쏟아붓지 않아도 상대방에게 얼마든지 호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속담과 격언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가장 쉽게, 상황에 적합한 표현들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고등학교 논술 지도 교과서를 보면, 말머리 혹은 마무리 단계에서 주제에 어울리는 속담이나 격언을 적절하게 활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속담이나 격언을 사용하면 입말이나 글말 모두 지루하지 않게 풀어낼 수 있다. (p.42)
*대부분의 사람이 ‘논리’라는 단어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듯이 ‘객관적’이거나 정확한 ‘통계’ 앞에서 강한 사람은 없다. 그래서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우선 관련 자료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료를 제대로 활용하면 훌륭한 설득 무기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굳이 내가 어떤 주장을 하거나 설득을 하려고 열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있는 사실만 상대방에게 전달함으로써 강한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다. 설령 상대방이 내 말은 흘려듣는다 해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는 무시하지 못한다. 결국은 그 자료의 마력에 굴복당해 반드시 설득될 수밖에 없다. (p.50)
*‘엄청나게 큰 바퀴벌레’가 있다. 하지만 얼마나 큰지는 당사자가 아니면 잘 알지 못한다. 조금 구체적으로 표현해 보겠다. ‘길이가 7센티미터 정도 되는 바퀴벌레.’ 그 무서운 바퀴벌레의 길이를 재는 정성과 용기는 인정하지만 0.1초 내에 느낌이 오지 않는다. 여기에서 비유의 위력이 나온다. ‘엄청나게 큰 바퀴벌레’보다, ‘길이가 7센티미터 정도 되는 바퀴벌레’보다, ‘초코파이 크기만 한 바퀴벌레’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순간 온몸에 소름이 확 돋지 않는가? (p.92)
*스스로 반성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남녀의 사랑에서도 이런 죄책감을 자극하는 방법은 자주 이용된다. 예를 들면, 데이트를 할 때 상대방이 실수로 내 옷에 커피나 음료를 쏟게 만든다. 그는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어떻게든 보상을 하려고 한다. 나는 당연히 괜찮다고 한다.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속에는 이미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기 때문에 헤어질 때 또 만나자는 제의를 냉정하게 거절하지 못한다. 이런 식으로 상대방의 죄책감을 자극하여 서서히 접근하면서 당신의 매력을 조금씩 보여 주는 방법이다. 무엇이든 상대방이 나에게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그 순간부터 주도권을 잡게 된다. 상대방은 잘못을 인정한 만큼 내가 제의하는 것들을 눈치를 보며 들어 주게 된다. (p.151)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같은 이름, 유사한 이름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같은 경험, 같은 취미 등의 공통사를 확인하여 마음의 문을 열고 ‘우리’라는 말을 반복하는 방법도 좋다. 일단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무조건 상대방과 동질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질감의 유무에 따라 본격적인 협상의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반드시 기억하라. (p.185)
*자신의 분야에서 오랫동안 장수하고 싶고, 또 더불어 우수한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고 싶다면 고객에게 속마음을 숨기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정직하게 말해야 한다. 자기의 의견이라고, 자기 회사의 제품이라고 무조건 칭찬만 할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단점도 과감하게 말해야 한다. 또한 경쟁사의 제품이라도 칭찬할 것이 있다면 칭찬하는 것이 유리하다. 상대방은, 고객은 내 속마음을 알았기 때문에 보답으로 나에게 신뢰와 호감을 줄 것이다. (p.193)
--- 본문 중에서
이 책은 단순한 화술 책이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진정한 의미를 공유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해 주는 현장 보고서이자 새로운 이론서이다. 이론과 현장을 절묘하게 교차시켜 상황에 맞게 자신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는 동감의 화법을 제시한다.
송해룡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