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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날 그리워하게 될 거야

: 서늘한 마음을 쓰고 그리다

박영유 | 뜻밖 | 2023년 11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8 리뷰 15건 | 판매지수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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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122*170*120mm
ISBN13 979117080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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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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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냥 꼬식이는 우리의 첫 고양이였다. 그 애를 잃어버렸던 그 가을은 너무 추웠다. 고양이 전염병은 손쓸 틈도 주지 않고 꼬식이 부부와 고작 한줌에 지나지 않았던 아기냥 세 마리까지 휩쓸고 지나갔다. 사람들의 세상도 전염병으로 가라앉아 있던 그 시기. 텅 빈 마당은 슬픔으로 가득 찼다. 우리는 울지 않으면 잠을 잤다. 몇 달을 그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폐인의 삶을 살다가 문득 마주친 거울 속에는 형편없는 내가 있었다.

뭐라도 하긴 해야 했다. 제대로 된 작업을 하기에는 버거워서 작은 엽서에 하루 한 장, 흩어진 마음을 담기 시작했다. 고양이들을 그리워하고, 그날의 기쁨을 찾고, 하루를 반성하고, 스스로 토닥이던 그 마음들을 종이에 채우다 보니 백 일이 지나갔다. 그리고 살그머니 일상이 돌아왔다. 잡을 수 없던 갈피들이 내가 쓴 엽서에 이미 들어와 있었다.

바닥에서 버둥대는 아기 참새. 다쳤는지 중심을 잡지 못했다. 회복하는 동안 그 참새는 ‘공방이’라는 이름이 생겼고 분홍색 새장을 얻었으며 우리집 애가 되었다. 공방 참새답게 바늘에 실도 끼울 줄 아는 똑똑한 참새, 다른 사람과 언쟁이라도 하면 한달음에 날아와 털을 바짝 곤두세우고 빽빽 같이 싸워주던 의리 있는 참새, 한번 삐치면 2박 3일은 티를 내던 뒤끝 좀 있는 참새, 그러면서도 늘 찰싹 달라붙어 애교를 피우던 그 껌딱지 참새가 바로 우리 애였다.

산티아고에서 고작 60일 동안 반복했던 먹고 걷고 빨래하고 자는 단순한 삶은 내 나이만큼 쌓여 있던 마음의 병을 위한 재활훈련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이 여행을 통해서 아무리 힘들게 잠이 들어도 다음날 아침에는 상쾌하게 걸을 수 있고, 걷고 싶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원리를 알고 나니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겼고, 그 시간들이 지나갈 때까지 덜 불안해하며 다음 단계를 기다릴 수 있는 요령도 생겼다. 나는 더 이상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크게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 질문만큼 쓸데없는 질문이 없더라.

어디인지 모르는 길을 걷더라도 방향이 옳다면 틀린 길은 아니다. 확인되지 않는 시간은 여전히 불안하지만 느린 걸음이든 무거운 걸음이든 멈추지 않는다면 도착하게 된다.

자신감을 잃었을 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할 때는 일부러 나만의 달리기 코스를 만드는 기분으로 작은 목표를 만들고 달려나간다. 경쟁해야 할 대상도 강제성도 없지만 이 완주를 통해서 나는 나를 확인한다. 이만큼은 믿을 만한 사람이구나. 나에게 완주의 의미는 스스로에 대한 확인과 신뢰다.

2년을 다 채우고도 여전한 코로나. 성인이 된 이후 지속되는 미래에 대한 불안, 해결이 되지 않는 모든 문제들은 아주 건재하고 여전하다. 그러나 나는 여전해야 한다. 여전히 살아갈 방도를 찾아야 한다. 부정적인 것들이 여전하더라도 긍적적인 나는 여전하게 삶을 이어가야 한다.

만일 내일 종말이 닥치더라도, 나는 엄마랑 참새 공방이랑 평소처럼 음식을 만들어 먹고, 밤이 되면 쌓아놓은 종이에 오늘의 심정을 써넣을 게다.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그릴 것이다. 남길 건 사랑밖에 없을 테니까.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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