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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학번 승연이

86학번 승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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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140*210*30mm
ISBN13 9788997871636
ISBN10 899787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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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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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순이가 최루가스에 몸져누운 날, 집안에 승연 몸에 밴 매운 냄새가 진동하자, 아버지는 승연을 불러 앉혔다. 혹시 너, 데모하고 다니는 거 아니지. 아버지 표정은 어느 때보다 무겁고 심각했다. 아버지는 짧게 말했다. 하지 마라. 괜히 남들 한다고 따라 하거나 남들 하는데 안 한다고 부채의식 같은 거 갖지 말고. 너희들이 학생 위치에서 공부 열심히 해서 나라에 기여하면 된다. 민주주의는 시간이 해결해, 피가 아니라. 데모로 민주주의 하자는 건 빨갱이들 발상이야.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 우리 데모 안 해요.
--- p.123

총학생회에서 오더가 떨어졌다. 농반, 탈반, 산악회, 연극반 할 것 없이 동아리 소속 학우들은 10월 마지막 주 화요일에 있을 건국대 애국학생투쟁연합 결성식에 참여할 준비를 마쳤다. 시위, 집회 등은 동아리를 통해 조직적으로 동원되기 때문에 일반 학생들은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 여러 갈래로 분열되어 있던 학생운동권은 분열과 반목을 멈추고 투쟁 방향을 반미자주화, 반파쇼 민주화, 조국통일투쟁으로 재설정했다. 애학투련 발족식을 거행하는 것은 대규모 연대투쟁을 전개할 목적이었다. 기순이 승연에게 동지로서 함께하자고 했다. 승연이 기순에게 동지라고는 했지만, 문제 속으로 같이 들어가자는 의미는 아니었다. 승연에게 동지란, 어려움에 처한 친구 곁을 지킨다는 뜻이었다.
--- p.149

희숙은 권지호에게 프랑스 혁명으로 자유, 평등, 인민주권의 질서가 확립되었고 근대 민주주의 기원이 이루어지면서 정치도 성장하게 되었다고 한 변태섭의 말을 자기 생각처럼 흘렸다. 권지호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독일 공산당이 전멸하면서 유럽 좌익의 핵심이 프랑스가 된 거고 그러면서 전 세계 좌파를 수출하는 수출국이 된 거지. 무슨 민주주의 기원이야. 사회주의를 꿈꾸는 사람들이 프랑스를 거쳐 러시아로 가게 된 것뿐이고. 암튼 그건 세계사적으로 보면 엄청 멍청한 짓이었어. 근데 말이지 좌익 공부하겠다는 사람들 말야, 러시아가 사회주의 본거지인 거 알면서 러시아로 가는 건 원하지 않았어. 왜 그랬을까. 러시아가 잘살아야 갈 맛이 날 텐데 못 사니까.

결국 사회주의 배우겠다는 명분으로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같은 나라로 가서 살길 희망한 거지. 중국도 마찬가지고. 레닌이즘, 마오이즘이 태동한 나라에 가서 배우든 말든 해야 하는데 거지꼴하고 있는 나라는 가기 싫은 거지. 사르트르가 한참 소련을 빨다가, 문화대혁명을 높이 평가하면서 모택동 빨았잖아. 캄보디아 가서 200만 명 죽인 놈들의 학문적 아버지가 사르트르라잖아.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해? 사르트르가 계약 결혼한 걸 참신하다, 자유로운 영혼이다, 하는데 보봐르 거기 냄새 맡는 거 좋아하는 변태 새끼일 뿐이라고. 프랑스로 가겠다는 놈들 진짜 이유가 뭔 줄 알아? 프랑스가 성적으로 리버럴한 나라라서 그래. 융성한 문화? 예술의 나라? 미식가들 천국? 프랑스는 프리섹스가 발달된 나라야. 프랑스 미식이 왜 발달했는데. 식욕과 성욕은 같아. 그걸 즐기고 싶은 것뿐이고. 예술 어쩌구 하면서 외설 즐기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고. 얼마나 좋아, 별짓 다 해도 예술이라 괜찮잖아. 언더스탠?
--- p.188

너 어디 가서 그런 무식한 소리 하고 다니지 마라. 일본을 밀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철저한 사회진화론자였어. 힘이 모든 걸 결정한다고 믿었지. 조선인들 게으르고 무능력하니 일본인들한테 맡기려 한 거야. 조선인들이 얼마나 무지하고 패배 의식에 절었는지 아냐? 일본인들이 패망하고 나니까 등대에 몰려가서 돌로 라이트를 다 때려 부쉈어. 일본인들이 만들었다고 박살 내고는 환호했지. 근데 고기 잡으러 나갔던 어부들이 등대가 없어져서 돌아오지 못했다는 거 아냐, 등대란 등대는 다 깨부수고 망가뜨려서 어디가 땅인지, 어디가 바닷길인지 모르고 물귀신이 됐다는 거 알아? 일본 잔재 지운다고 죄다 불태우고 모조리 깨부수고. 그리곤 만세 불렀지. 일본 기술로 만든 거 보존한 뒤 어떻게 만들었는지 연구해서 쓸 생각은 안 하고 말이야.

조선이 돛단배 띄울 때 일본은 항공모함 만들었어. 지주 몰아내고 재산 빼앗고 전답 차지하면 진짜 이긴 것 같지? 그게 노예근성이야. 수백 년 조선을 이어 내려온 노예근성. 지주의 생각을 읽을 줄 알아야지. 루스벨트 안목이 제대로였던 거야. 일본은 주인의식, 조선은 노예근성. 그러니까 힘을 갖는 건 찬성할 일이야. 힘을 가지려고 노비들이 작당해서 지주 몰아내려는 것 아니야? 넌 안 그래? 너희들 노조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고. 내가 안 막았잖아. 힘 가지라고, 힘! 노조 만드니 마니, 그것도 트렌드라고 다들 만드는데 내가 말린다고 되겠니. 근데 말이지, 힘 가져보면 알아. 공평하게 힘을 나누려 하지 않아. 힘없는 대상 앞에 군림하려 하지. 너희들은 안 그럴 것 같지? 인간 본성이 남보다 쎈 거 과시하는 건데.
--- p.219

희숙의 일기장은 대학 1년부터 기록한 것이었다. 일기장은 운동일지이자, 연애일지이자 노동일지였다. 비교적 자세하게 자기 심경을 담았다. 특히 변태섭에 대한 사랑과 갈등, 증오의 기록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었다. 어느 날은 참회의 기도문을, 어느 날은 구원의 목마름을 써 내려갔다. 일기 사이사이, 희숙이 지은 자작시와 연필로 그린 그림이 있었다. 고향이 그리웠는지 부산 영도 다리, 갈매기, 자갈치 시장 풍경 등이었다. 일기장 맨 뒷장엔 진실, 헛된 죽음, 폭로, 승연, 거짓, 위선, 무식, 변태, 증오, 권지호, 아베마리아 등의 단어가 낙서처럼 무작위로 배열되었다. 승연은 오래오래 생각했다. 그녀의 통증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기만에 대해, 그리고 망가진 어떤 80년대 학번 여자에 대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승연은 사람 이름 하나를 떠올렸다. 생각을 정리하며 승연은 베란다에 오래오래 앉아있었다. 해가 떨어지고 거실이 푸른빛으로 변할 때까지. 어둠이 완전히 승연의 모습을 감쌀 때까지. 밤은 오래오래 길었다.
--- p.134∼135

‘우리가 그것들을 바꿀 수 없다고 방치하면, 그것들은 종종 우리를 바꾼다.’ 그래서 이 일기장이 가야 할 곳이 작가님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신은 바꿀 수 없다고 방치할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더 큰 짐을 풀기 위해 지는 짐이라 생각해주세요. 이제, 작가님이 이 일기장의 소유자입니다. 저는 작가님이 어떤 처분을 하든, 운명이라 생각할 거예요. 그것들에 의해 우리가 바뀌게 돼도 운명이겠지요. 기순이, 아버지, 태주, 희숙은 그냥 죽은 게 아니에요. 둑을 무너뜨리는 개미들이었지요. 말을 마친 오승연은 조심스럽게 내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끝에서 마치 윤희숙의 운명이 내게 전달되는 느낌이 들었다.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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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정권은 물리적인 힘으로 무장했지만 총기 소지도 안 되는 나라에서 ‘운동의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도덕밖에 없었다. 옳고 그름의 잣대로 이들은 무인 정권을 공격했고 자신들을 도덕으로 포장했다. 그러나 도덕은 개인의 몫이지 집단의 지침이 될 수 없다. 도덕이 집단의 정체성이나 목적이 된 끝에 벌어진 것이 1991년 문을 닫은 볼셰비즘의 수많은 폐악이고 크메르 루주의 악행이다. 그러니까, 가짜 도덕이었다. 집단 최면에 홀려있던 운동의 아이들은 허언증 환자처럼 몸과 마음과 머리가 따로 놀기 시작했다. 입으로는 도덕을 외쳤지만 몸은 부도덕이 너무 좋았다. 고맙게도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운동의 논리가 있었고 군사 정권을 작살 낼 수 있다면 시시한 도덕적 위반은 얼마든지 저질러도 되는 하찮은 일이 되었다. 그래서 이들의 도덕은 다만 보여주기 위한 ‘척’이었다. 착한 척, 선한 척, 정의로운 척. 그 3척으로 운동의 아이들은 갑주를 지어 입었다. 약자일 때는 결함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세월이 바뀌고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서 이들의 가짜 도덕은 악취를 풍기며 하나씩 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현재 586세대가 저지르는 온갖 구역질나는 행태의 기원이자 이들의 특징인 자기 동정, 자기 연민이 가소롭고 짜증나는 이유다. 박선경의 소설은 이 지점을 파고든다. 운동의 아이들이 가진 도덕적 우월감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 있는 선민의식이 얼마나 허상이며 사기이고 기만인지 사정없이 폭로한다. 도덕적 우월감이 저지르는 범죄는 한마디로 너와 나는 같지 않으며 거대담론을 끌고 나가는 자신들은 타인의 삶을 사소하게 여겨도 좋다는 놀라운 발상이다. 따라서 이들에겐 애초부터 죄책감이 자랄 토양이 없다.
- 남정욱 (소설가·전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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