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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리커버] 빵야 TRIGGER

[ 김은성 작가,최정우 배우 메시지&사인 수록 ] GD(Graphic Dionysus)이동
김은성 저 / 최정우 그림 | 알마 | 2023년 11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9 리뷰 30건 | 판매지수 13,596
베스트
영화/드라마 13위 | 예술 top20 1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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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252g | 114*189*17mm
ISBN13 9791159923937
ISBN10 115992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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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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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 대학교 1학년 다이어리.
그러니까 25년 전, 그 일기장 맨 앞 장에.

스무 살 나나의 글씨가 자막으로 떠오른다.
나나, 소리 내지 않고 입을 껌벅인다.

자막 : 내가 기쁜 이야기를 하나 만들면 세상에 기쁜 일 하나가 생겨나요.
내가 슬픈 이야기를 하나 만들면 세상에 슬픈 일 하나가 사라져요.
--- p.15

의자에 앉은 채로 잠이 든 빵야의 뒷모습.
장총을 들고 빵야 앞에 서 있던 나나, 총기 전문가가 앉아 있는 책상을 향해 걷는다.

총기남 : 무게 3.8킬로그램.
나나 : 길이 112센티미터.
총기남 : 구경 7.7밀리미터.
나나 : 유효사거리 500미터.
총기남 : 최대사거리 3,400미터.
나나 : 총 8,000발 사격 가능.
총기남 : 99식 소총입니다.
--- p.31

나나 : 1945년 인천 조병창에서 만들어진 장총은
경성 주둔 일본군 헌병의 총이 된다!
일본의 패망!
한반도에 남겨진 장총은
국방경비대 병사의 총이 된다!
한국전쟁 발발!
국군과 인민군의 손을 오가며
살육전에 동원되는데!
주인이 바뀌며 이어지는
끝이 없는 비극!
과연 장총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 p.48

너는 그냥 업자가 원하는 이야기를 써주면 돼.
아니야,
왜 내 의도를 몰라줄까?
그래, 한물간 작가라서 그래.
아니야,
지금 이 소재는 지금 방식으로 쓰는 게 맞아.
벌써 보름이나 지나갔어.
그냥 쓰던 대로 쓰자.
꼭 주인공이 있어야 돼?
여럿이서 끌고 가는 스토리가 왜 안 되는데?
아니야,
그렇게 쓰면 어차피 계약도 못하는 거
지금이라도 주인공을 찾아보자.
길남이를 죽이지 말고 계속 살릴까?
평생 살구랑 엇갈리는 이야기로 만들까?
아니야,
그럼 장총은 어디로 가는데?
--- p.105

저를 지배하고 있는 솔직한 감정은
두려움입니다.
역사를 이야기로 쓸 자격에 대한 두려움.
나한테 기무라를 욕할 자격이 있을까?
선녀한테 감정을 이입할 자격이 있을까?
나는 기억하고 기록하고 증언하기 위해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일까?
나는 이야기를 쓰기 위해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진심으로 함께 아파하고 있는 걸까?
이야기의 완성을 위해 그들의 고통을
내 마음대로 편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물음표 하나가 정리되기도 전에
다른 물음표들이 꼬리를 물며 이어집니다.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써나가기 무척 힘겨웠습니다.
나는 쓸 자격이 있을까?
용기가 사라집니다.
--- p.160

나나 : 저는 쓰고 싶습니다.
성공하고 싶은 욕심 때문입니다.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쓰는 일이 마냥 좋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역사를 살아가는 그들과
지금을 살아가는 내가 만나는 일입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착각이 들 때
진심으로 행복합니다.
계속 쓰고 싶습니다.
--- p.161

전쟁을 팔아먹는 수많은 이야기.
아픔을 팔아먹는 수많은 거짓말.
카우보이 총이 돼서 원주민을 쐈어.
에일리언 총이 돼서 우주인을 쐈어.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어제는 은행 강도, 오늘은 탈영병.
총이 필요한 온갖 무대에
노예처럼 끌려다녔어.
내일은 어디?
베트콩 총이래!
그만 좀 찍어라.
그만 좀 찍어!
언제면 끝날까?
이놈의 전쟁판!
--- p.207

빵야 : 고마웠어.
내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웠어.
많이 무서웠었어.
조금 나아졌어.
나를 봐줘서 고마웠어.
조금이나마 털어놓을 수 있어서 좋았어.
나나 : …미안해.
너를 많이 아프게 했어.
그게 가장 마음에 걸려.
--- p.225

빵야 : 나는 우리 집 대문이었어.
나는 마당의 펌프였어.
나는 부엌의 가마솥이었어.
아버지 삽이었어.
어머니 호미였어.
우리 교회 촛대였어.
우리 신당 쇳대였어.
간이역 기찻길이었어.
시골길 자전거였어.
대포 만들고, 총을 만들어야 하는데
철이 없으니까, 온갖 쇠붙이들을 다 끌고 왔어.
쇠붙이란 쇠붙이는 죄다 끌려왔어.
나 없으면 우리 집 누가 지키나.
나 없으면 우물물 꽁꽁 얼 텐데
나 없으면 밥은 어디에 짓나.
어서 가서 죽이라도 끓어야 하는데
예배당 촛불은 누가 지켜?
우리 막내 학교에는 뭘 타고 갈까?
나 없으면 큰일 나는데.
갑자기 끌려왔어.
영문도 모르고 끌려와서
모두 모두 총이 됐어.
너도 나도 총이 됐어
나도 그렇게 총이 됐어.
--- p.226~227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연대기적으로 방대하게 다룬 작품이라 비극적 역사 속 인물들의 아픔을 되새기는 것도 중요한 메시지이지만, 《빵야》에서 내가 가장 중점을 두고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을 꿈꾸다 실패했을 때, 그 이후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이다. 좌절과 상처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무엇을 믿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어떻게 다시 용기를 얻을 수 있을까. ‘드라마를 끝까지 쓰고 싶은 나나’와 ‘악기가 되고 싶은 빵야’의 도전과 실패,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통해서 일단 나부터 위로받고 싶었던 것 같다.
---「작가 후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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