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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도

[ 초판 한정 작가 사인 인쇄본, 양장 ] 위픽이동
리뷰 총점8.0 리뷰 2건 | 판매지수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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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0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00*180*20mm
ISBN13 9791168127388
ISBN10 1168127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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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애(太愛)는 향(珦)과 낮에 함께하고 싶었다. 밤에 만나 행한 일은 자고 나면 꿈처럼 느껴지니까. 자신의 몸 위를 덮어 누른 채 숨을 몰아쉬는 향의 몸. 몸의 냄새와 몸의 온도와 몸의 무게……. 촛불을 켜는 건 금지되어 있었다. 태애와 향의 잠자리는 그렇고 그런 여자와 남자의 교합이 아니라 훗날 한 나라의 왕이 될 세손을 생산하는 중대사였으므로, 수반하는 규칙도 적지 않은 터였다.
--- p.5~6

“저하께서는 무정하신 게 아니야. 저하는 정을 두려워하신다.”
“두려워하신다고요? 왜요?”
“그야 나도 모르지!”
투정하듯 두 다리를 뻗고 앉아 부러 톡 쏘는 소리를 내었다. 상궁이 방망이 두 개를 들듯 익숙하게 젊은 여상전의 두 다리를 집어 들어 다시 바르게 굽혀두며 그러니 얇은 얼음을 밟는 마음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하였다.
--- p.9

태애는 늘 궁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지만 가끔 흠모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스물다섯이 된 태애는 그 시선의 차이를 얼추 알아차렸다. 궁에서만 10여 년을 지냈으니, 외로운 궁녀들끼리 비밀리에 짝을 지어 서로를 쓰다듬고 위로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더 이상 새로울 것 없어진 터였다. 사내가 보듯 나를 보는 나인들이 있다며 철없이 수다를 떨어 그들이 감찰상궁에게 매를 맞도록 하는 일은 이제 더는 없었다. 태애는 궁녀들을 아꼈고 그 궁녀들을 특히 더 아꼈다.
--- p.14

태애가 태연한 척 다과상으로 다가앉아 과자 하나를 집어 소쌍에게 내밀었다. 소쌍은 받아 들고 먹지 않았다. 태애는 작은 엿 조각 하나를 집어 들어 입에 넣었다. 천천히 빨려는데 입술이 떨리고 혀가 뻣뻣이 말을 듣지 않아 그만 엿 조각이 툭 입 밖으로 튀어나와 떨어지고 말았다. 태애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소쌍이 날숨 같은 웃음을 내뱉고는 다가와 젖은 엿 조각을 주워 들어 자신의 입에 넣었다.
--- p.22

“창덕궁 후원에 코끼리를 두고 궁인 몇 사람으로 하여금 비밀스레 보살피게 하신다 들었습니다.”
“뭐라? 창덕궁 후원에?”
“작은 집을 닮은 우리를 지어주고 처음에는 거기 묶어두었으나 그것이 신통하여 어느 구역 밖을 벗어나지 않고, 돌아다니다가도 밥때가 되면 돌아와 밥을 찾아 먹고 밤이 되면 제집으로 들어가 잠을 자니 이제는 밧줄을 아주 풀어둔다 합니다.”
--- p.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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