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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꿈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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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384g | 128*190*30mm
ISBN13 9788936439453
ISBN10 8936439456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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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가 말한다. 그런 것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으니 세상이 점점 사라지고 어쩌면 자신도 사라지는 것 같다고. 무당벌레도 사라졌고 딱정벌레 청파리도 사라졌고 한번도 보지 못한 집게벌레도 사라졌고 그들이 어렸을 때 그 번쩍거리는 금속 같은 껍데기를 모았던 아름답고 밝은 색의 풍뎅이도 사라졌고 날아다니는 개미떼도 사라졌고 (...) 넓은 해초 숲도 사라졌고 전복도 사라졌고 왕새우도 사라졌어! 사라졌어! 사라졌어! 뭔가가 잘못되었음을 그는 자기 몸 안에서 자라나는 질병만큼 고통으로 느꼈다. 점점 자라나서 점점 사라지는 가슴과 몸의 답답함과 가쁜 호흡,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 p.17

애나는 족히 일분 동안 손을 열심히 살펴보았다. 이상한 환상이나 망상이 아니었다. 정말로 약지가 없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엄지와 나머지 세 손가락을 꿈틀꿈틀 움직였다. 손가락이 할 일을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아픈 곳도 없었다. 당장 어디가 아프거나 상실감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냥 뭔가가 사라졌을 뿐이었다.
--- p.28

애나는 항상 어머니를 만나러 오기가 싫었다. 시간을 잃어버리는 것,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에 화가 났다. 하지만 일단 여기에 와서 어머니 옆에 앉아 있으니 왠지 엄청난 안도감이 들었다. 뭔가를 삼킬 때처럼 움직이는 목, 늙은 피부,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 느슨해진 입, 건조하게 갈라져서 가늘게 떨리는 입술을 계속 지켜볼 생각이었다. 사는 것에 때로는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한지.
--- p.78

터조는 이제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력과 수단을 동원하면 프랜시의 건강도 제자리로 돌아와 프랜시가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치 어머니와 관련된 모든 것 역시 여기에도 없고 저기에도 없고 스위스 은행 금고에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 p.159~60

모두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시선을 드는 사람도 없었다. 모두 각자 휴대폰만 바라보았다. 휴대폰 신호가 약하다 해도, 신호 막대가 한개만이라도 뜨는 구멍을 하늘에서 찾아낼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마치 저 밖에서 그들이 모두 기다리는 메시지가 이제 곧 전달될 참인 것 같았다.
--- p.278

가끔 밤에, 보름달이 뜬 밤에, 식구들은 바닷가에 모이곤 했다. 남자들은 부서지는 파도 너머 은색과 흰색 물속으로 긴 후릿그물을 던져 해변과 직각으로 질질 끌고 가다가 크게 반원을 그리며 잡아채서 여자들과 아이들이 양동이를 들고 기다리는 해변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로니의 손을 잡고 그 광경을 지켜보며, 항상 그 기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텅 빈 물속에서 마법처럼 나타난 생명. 해변으로 돌아온 그물 속에는 수많은 물고기가, 수많은 먹거리가 우글거렸다. 그 즐거움과 기쁨과 풍요, 바다의 축복이 한번도 그녀를 떠나지 않았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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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른다. 휴대폰 작은 창으로 세계의 몰락을 보고, 내 사람에게 일어난 사건 사고를 눈앞에 두고, 거울에 비친 나를 보고 또 봐도, 모른다. 지구가 흔들리는데 왜 나는 고요한가. 사랑하는 이에게 생긴 작은 사건은 왜 막을 수 없나. 몸은 분열하고 마음은 무거워지는데 왜 나는 나를 이해할 수가 없는 걸까. 이것이 비극인 줄 모르고 희극적으로 웃는 동안 인간이 아닌 인간이 되는 우리. 창문엔 심연이 없고 거울엔 너머가 없다는 비정한 현실. 소설은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게 그것을 말했지만 그 말을 들은 나는 되살아났다. 끊어진 신경은 이어졌고 공허한 마음은 채워졌다. 비극을 모르는 이 시대의 비극. 읽는 자에게 구원 있으리라.
- 정용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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