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순수한 경제 현상만이 아니라 사회와 인간의 선택에 관한 학문으로 영역을 확대해 왔다.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기초는 그들이 선택에 앞서 얻는 정보다. 따라서 선택에 관한 학문인 현대 경제학이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나 뉴스 시장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더구나, 20세기 이후 산업과 시장의 위상을 분명하게 드러낸 언론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탐구하게 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 p.27~28, 「1.1. 인간과 사회의 선택에 관한 학문, 경제학」 중에서
한 언론학자는 “경제학이 미디어를 설명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미디어가 아니라 미디어 산업을 설명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는 현대 경제학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대답이다. 경제학도 미디어나 뉴스 그 자체의 본성을 이해하고 설명한다.
--- p.37, 「1.4. 한국 사회와 뉴스 미디어 정치경제학」 중에서
저널리즘의 탄생 이후 지금 이 순간까지 다양한 저널리즘이 생겨나고 쇠퇴한 첫 번째 이유는 언제나 뉴스 미디어들이 마주한 경제적 환경 때문이었다. 정파적 저널리즘, 프로페셔널 저널리즘, 객관주의 저널리즘, 그리고 탐사 저널리즘에 이르기까지 모든 저널리즘의 명멸(明滅)은 변화한 뉴스 시장 여건에 적응한 뉴스 미디어들의 선택의 결과였다.
--- p.79~80, 「3.2. 대중 미디어 시대와 저널리즘의 탄생」 중에서
뉴스룸 인력의 감소는 근대 신문이 등장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 뉴스룸의 구성원인 저널리스트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저널리즘 자체의 운명도 예측 불가의 영역에 접어들었음을 뜻했다.
--- p.89, 「축소재생산의 악순환에 빠진 전통 미디어」 중에서
20세기의 전통 뉴스 미디어들이 21세기에도 살아남으려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뉴스 시장의 경제적 동인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는 저널리즘에 관한 논의보다 더 근본적이다. ‘변치 않아야 할 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라 저널리즘을 만들고 변화시키는 뉴스 시장의 ‘경제적 동인’에 관한 이해다.
--- p.96, 「3.3. 정보통신기술 혁명과 뉴스 시장의 지각변동」 중에서
올림픽 게임이 있던 해에는 없던 해에 비해 자연재해에 대한 미국 언론의 뉴스 보도가 감소했다.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재난이 텔레비전 뉴스에 보도되려면 동유럽에서 일어난 유사한 재난보다 약 50배 많은 사람이 사망해야 했다. 재난의 종류 사이에도 차이가 있었는데, 가뭄이 화산 폭발과 동일한 수준으로 보도되려면 화산 폭발에 비해 2000배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 p.118, 「미디어의 선정적 ‘뉴스 선택’과 그 영향」 중에서
“기자는 현존하는 사실 중 일부만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뉴스 보도는 편향적이다. … (사람들이 저마다 수집한) 모든 정보는 선택 가능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 가운데 일부에 불과한 탓에 본질적으로 편향되어 있다. … 특정 데이터의 선택에는 (주관적) 가치 판단이 수반된다. 요컨대, 어떤 상황이나 사건들에 대한 순전히 객관적인 보도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 p.132, 「5.1. 미디어 편향이란?」 중에서
이 책의 독자들도 ‘자기 생각과 반대인 뉴스를 왜 보나? 스트레스만 받을 텐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독자들이 한국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핀란드와 노르웨이에서는 ‘나의 관점과 같은 뉴스’를 선호한다는 사람들의 비율은 한국인의 4분의 1 수준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나의 관점과 다른 뉴스’를 선호한다는 비율이 ‘나의 관점과 같은 뉴스를 선호한다는 사람들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 p.149, 「5.3.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른 뉴스 소비자의 편향」 중에서
언론학에서 말하는 고품질 뉴스란 편견 없이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인)이 있을 때 가능하다. 확증 편향에서 벗어나려는 사려 깊은 뉴스 소비자가 있다면 더욱 좋다. 때문에 뉴스 품질에 관한 언론학의 논의는 항상 이상적인 뉴스 공급자와 소비자의 구체적 실천 규범을 제시하는 데 기여해 왔다. 그러나 당위와 현실 사이엔 언제나 큰 괴리가 있다. 경제학은 이런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먼저 이해하려 한다. 언론(인)에 관해서도 이상(理想)보다는 언론이 그들의 생업(生業)이라는 현실에 천착한다. 뉴스 미디어 기업은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저널리스트도 미디어 기업의 경제적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 p.167, 「6.2. 뉴스 품질에 대한 경제학적 이해」 중에서
뉴스 소비자들은 자신의 편향에 부합하는 뉴스 미디어가 적을수록 자신의 편향을 반영하는 뉴스에 대한 갈증이 커진다. 따라서 갈증을 해결해 줄 대체재가 등장하면 대체재 소비도 그만큼 증가한다. 민주, 공화 양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율은 엇비슷한데도 주요 언론 대부분이 친민주당 편향을 보이는 미국에서, 친공화당 편향의 정보나 의견과 가짜 뉴스가 소셜 미디어 등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도 같은 이치다.
--- p.225, 「8.2. 미디어 편향을 낳는 주역」 중에서
뉴스 미디어가 부유층에 포획되면 그 나라의 공공재 투자는 더 적어져 소득 재분배는 저조해지고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은 심화한다. … 이에 대해 페트로바는 민주주의 국가의 부유층이 미디어를 포획해 증세와 공공재 투자 등 소득 재분배 정책이 채택되지 않는 쪽으로 여론과 선거 등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p.265, 「9.1. 미디어 포획의 경제학 이론」 중에서
뉴스 미디어가 광고를 통해 수입을 얻게 되면, 광고주 관련 기사에 대한 ‘자기 검열’이 일어날 수 있다. 자기 검열로 인해 광고주들에 부정적인 뉴스는 ‘과소 보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게 이윤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 p.281, 「9.3. 두 얼굴의 광고주」 중에서
경제학자 맥밀란과 조이도는 페루의 후지모리 집권(1990년) 뒤 비밀경찰의 수장에 오른 몬테시노스가 언론과 사법부, 정치인들을 뇌물로 포섭해 민주주의 시스템을 무너뜨린 일화를 면밀히 연구했다. 이에 따르면, 한 TV 채널 소유주에게 건넨 뇌물은 판사나 정치인에게 준 뇌물의 100배였고, TV 채널 한곳에 제공된 뇌물은 야당 정치인들 모두에게 준 뇌물보다 다섯 배나 많았다. … 건넨 돈의 규모에서 알 수 있듯이, 집권 세력에게 우호적인 미디어의 중요성은 다른 요인들의 그것을 압도했다.
--- p.303, 「10.1. 정치권력과 정부의 미디어 포획」 중에서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가 성공한다고 해도 … 광고 수입의 감소와 맞물린 구독 수입의 증가는 (미디어의) 정파적 편향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구독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면 광고주에 기인하는 상업적 편향은 감소하지만, (구독자들의 영향으로) 정파적 편향이 다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근래, 구독에 기반하는 많은 유튜브 방송들이 매우 정파적인 현실은 이런 지적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 p.333, 「11.1.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과 전통 미디어의 위기」 중에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가짜 뉴스의 소비는 통념만큼 심각하지 않았으며, 가짜 뉴스 하나가 ‘텔레비전 선거 광고’ 한 편만큼 설득력이 있었다고 가정해도 그 영향력은 트럼프가 승리한 핵심 경합주(州)들에서 트럼프와 클린턴의 지지율 차이보다 작았다.
--- p.351, 「11.3. 일상의 삶에 파고든 소셜 미디어」 중에서
비록 인공지능이 독자적인 저널리스트의 구실을 하지 않더라도, 일선 언론사 경영자들과 저널리스트들이 기대하듯 뉴스 품질을 비약적으로 제고할 가능성은 크다. 인간의 부주의와 편견 등 인간적 한계, 그리고 시간적 제약을 극복하는 데 분명히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특히, 멀지 않은 미래에 디지털 시대에 추락한 콘텐츠 품질을 다시 끌어올릴 수단이 될지는 주목할 만하다.
--- p.360, 「11.4.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