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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 이화경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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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78g | 135*200*20mm
ISBN13 9791195617326
ISBN10 1195617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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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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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눈이 녹으면 흰빛은 어디로 가는가.’ 스피어는 유서에 단 한 문장만 남겼다. 그 문장은 스피어의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문장이었다. 엘제는 스피어다운 유서라고 생각했다. 스피어의 문장은 언제나 혼자 서지 못했다. 스피어는 평소에 철학자들의 잠언으로 인용된 문장을 구사하곤 했다. 그는 문장에도 목발을 썼던 게다. 엘제는 세상에 자신만의 고유한 문장이라는 게 과연 있기나 한 걸까, 생각한다.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중에서

‘행복 찾는 인생아,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노래에서 여인은 칼날 위에서 춤추는 자였습니다. 작품에서 그는 진정한 시간에서 탈구된 조선의 햄릿이었습니다. 죽어서도 그들의 노래와 작품은 살아남았습니다. 그들은 불멸이고, 나는 필멸입니까. 나는 누구입니까. 그녀는 웃는 꽃이었고, 그는 우는 새였습니다. 그들은 운명을 같이했습니다. 나는 무엇입니까. 꽃도 새도 아닌 나는 그저 인생입니까. 나는 그냥 삶입니까. 나는 삶에 열중한,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른 채 광막한 광야를 달리는 맹목적인 생의 찬미자입니까.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무엇이라 불리는지 여전히 잘 알지 못합니다.
---「노라의 ?(本)」중에서

언제나 달리기는 스피드의 관성으로 멈춰야 할 곳을 더 지나치게 되지 않던가. 마음이 몸보다 더 멀리 달려버려서, 몸이 쫓아올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 내달린 마음 때문에, 그는 정작 지상에서 몸을 찾지 못했다. 이제야 비로소 몸이 그를 찾아와준 꼴이 되었다. 그때 그와 미영은 속도를 줄이기에는 너무 멀리 가버렸다. 속도를 줄이기에는 너무 빨랐다. 빨리 달리느라 잠도 못 잤고, 눈이 빨간 토끼처럼 달리고 달렸다. 사실은 달린 게 아니라 도망쳤다. 토끼처럼 토꼈다. 그땐 차라리 날개를 달고 지상으로부터 멀리 날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토끼에게는 날개가 없다. 다만 날개처럼 생긴 길고 긴 귀 두 짝이 달려 있을 뿐.
---「토끼 카레」중에서

그의 몸은 나눠 가질 수도, 나눠 가져서도 안 되는 나만의 독점적 공간이자 거처여야만 했다. 영혼 따위는 아무나 가져도 괜찮았다. 몸을 소유한 순간, 몸이 서로 뒤엉키게 된 순간, 빼도 박도 못할 숙명이 된다고 착각했다. 사랑을 나눈 뒤에는 어김없이 아내가 있는 집으로 몸 바쳐 돌아가는 남자를 나는 죽어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영혼은 가고, 몸이 내 곁에 있어야 했다.
---「모란,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중에서

완전히 사망했다고 판정하는 불가역적 시점은 누가 정할 수 있는가. 살아 있기 전으로 환원 불가능하다는 것은 죽을 것 같지만 죽지는 않은 경계의 불확실성과는 완전히 다르다. 신을 무한한 존재라고 부를 게 아니라 무궁무진한 존재라고 불러야 옳은 거라고 죽기 며칠 전에 주장했던 어떤 철학자의 말처럼, 동일한 것 같아 보여도 동일한 것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거의 동일한 것은 가짜인 거다. 겨우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보여도, 거의 죽을 것 같아 보여도, 삶과 죽음은 엄연히 다르다.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중에서

인터넷으로 신체부위별 국제 암시장 장기 매매 가격을 알아봤다. 간은 약 1억 7천만 원, 심장은 1억 4천만 원, 신장은 약 3억 정도로 가격이 매겨졌다. 피는 0.473리터에 38만 원, 피부는 평방인치당 약 1만 1천 원 정도였다. 위, 소장, 쓸개, 비장, 안구 등을 다 합하면 얼추 7, 8억은 넘었다. 피부와 혈액은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 종잡을 수 없어서 뺀 합계였다. 몸은 단 돈 만 원도 못 버는데, 내장들은 값을 쳐주는 세상이었다. 돈 벌기 위해 장기들을 다 팔고 나면 몸은 이 세상에 없을 터였다.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중에서

사내는 자신을 끌어안아 주는 적막한 어둠 속에서만 편하게 숨을 토할 수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뉴스도 보지 않고, 세상과의 소통도 끊고, 누구도 만나지 않는다. 누가 그에게 그때 무엇을 했느냐고 물으면, 참 열심히 기다렸다고 답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날 그곳은 기다림이 답이었다는 믿음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됐다고.
---「그리고 내가 내 곁을 지나갔다」중에서

눈은 1월에는 7일간, 2월에는 5일간, 3월엔 초순에 한 번, 오늘까지 포함하면 2일간 내렸다. 눈이 내린 날짜가 며칠 되지 않은 탓에 올겨울은 가물었다. 눈 내린 날짜나 시시콜콜 세고 있다니, 나이 들수록 좀스러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허공에 흩어지던 눈은 처음에는 하얬다. 눈의 처음은 깨끗하고 하얗고, 끝은 까맣고 더럽다. 사내는 하얗고 깨끗한 것이 불편한 나이에 이르렀음을 느낀다. 첫눈, 첫사랑, 첫 키스……, 같은 모든 첫,은 썩기 쉬운 것들이니까.
---「비누가 우물에 빠진 날」중에서

녹색의 몸통에 파란색 목덜미를 가진 우아한 새였다. 새의 머리 위에는 끝이 뾰족한 꽃술 모양 장식깃이 곧게 서 있었고 얼굴은 잿빛이 도는 흰색이었다. 무명이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는 찰나에, 거짓말처럼 새는 무명을 향해 동글동글한 무늬가 있는 꽁지깃을 부채처럼 천천히 펼쳤다. 무명은 그 기적 같은 꽁지깃 부채에 뺨을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너무도 아름다운 것은 폭력적이었다. 강렬한 아름다움은 예리하고 확고하고 강렬한 것이기도 했다. 당혹과 매혹의 감정으로 비칠거리는 무명을 소녀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앵혈, 꾀꼬리의 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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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경 소설이 펼쳐내는 세계는 낯설고 강렬하고 기이하다. 그 낯선 묘사를 극히 배제하고 화자의 서술만으로 시종일관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문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강렬한 에너지로 단숨에 작품 전체를 압도해버리는 작가 특유의 기이하고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다. 그것은 무서운 열기와 가스, 매캐한 수증기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지하동굴과도 같은, 뜨겁고 유독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는 위험한 세계다. 그리고 그 위험한 세계의 진정한 주인은 (아마도 이화경만이 빚어낼 법한) 매우 희귀하고 특별한 여성 주인공들이다. 언뜻 『폭풍의 언덕』이나 『멕베스』, 『리어왕』의 주인공들을 떠올리게 하는, 광기와도 같은 기이한 열정에 사로잡힌 이 여성 인물들은 스스로 불꽃같이 뜨겁고 강렬한 욕망의 화신이 되어 이 폭력적인 세계 한가운데로 망설임 없이 결연한 투신을 감행한다. 이 소설들은 인간의 비극적 욕망, 그 영원한 꿈에 대한 이야기다.
- 임철우 (소설가)
난해한 형식실험을 즐기는 작가가 아님에도, 이화경의 소설을 읽을 때면 매번 ‘이것은 소설 장르의 경계에 대한 실험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대와 계층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서사와 ‘천변만화’란 수사에 걸맞은 문체 때문이다. 저 먼 고려시대 어린 기생의 이야기를 쓸 때, 그의 문체는 쌍화점의 가락을 닮는다. 연인과 정사(情死)한 실존 극작가의 아내 이야기를 쓸 때, 그의 문체는 개화기 한국어의 복원장이 된다. 알코올중독자를 주인공으로 삼을 때 그의 문장에서는 술냄새가 진동하고, 이상의 ‘오감도’를 인유할 때 그의 문장은 미로와 흡사하다. 비유컨대 이화경은 복화술에 아주 능한 이야기꾼의 자격으로, 소설이라는 장르의 경계를 갱신코자 항상 분투하는 작가다.
- 김형중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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