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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184g | 140*200*20mm
ISBN13 9791192732138
ISBN10 119273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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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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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죽었다.

요구르트 아줌마는 카트를 끌고 지나는 중이었고
산책을 마친 어린아이들은 구령에 맞추어 돌아오고 있었다.

짝, 짝, 짝
아이들이 손뼉을 쳤다.

마땅히 잘한 일이 있었을 것이다.

할아버지가 요구르트 아줌마를 불러 세웠다.
경비아저씨는 새를 쓸어 담았다.

깍, 깍, 깍
새가 시끄럽게 입구를 열었다.
보도블록 위로 시체들이 쏟아졌다.

커다란 에코백을 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주워 담을 수 있는 깃털과 훔칠 수 있는 부리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짝, 짝, 짝
아이들이 박수를 쳤다.

마땅히 아무렇지 않게 통과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가방 속에는 사체들이 가득했고
누군가는 최선을 다해 집을 부수고 있었다.
---「모던하우스」중에서

우리는 아침부터 혁명을 이야기했다.

식은 어묵탕을 뒤적거리며
모두의 비열함에 경의를 표하며

변절한 계절과
변하지 않는 당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아서

레닌과 망령처럼 떠도는 마르크스의 글귀들을 끼워서 맞춰 가며

누군가의 심장이 조각나면
비가 내리지 않아도 뒤집어지겠군!

이야기했다. 흥청망청

서로의 아름다움과 고결함에 대해 말하던 선배는 엄마 때문에 울었고
나는 선배의 슬픈 얼굴 때문에 울었다.
---「가뭄」중에서

과거와 현재가 섞이며
애인과 나는 어눌한 발음으로 밥을 먹는다.

묵묵히,

달아오르지도 못하고

우리는 밥알처럼 단순하다.

말라 가는 이마를 허공에 심으며 애인은
더 이상 고양이가 오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린다.

키웠던 고양이는 어디로 갔을까 처음부터
울기는 했을까.

웃지도 않고
심각하지도 않고 애인은
햇볕이 필요한 이파리처럼 오물거리기만 한다.

키스할까?

비릿한 애인의 입 속에서 나는 잠시 머물 수 있겠다.

우리의 육체는 모서리를 잃어 가는 말만큼 닳았고 헐렁해졌지만
나는, 애인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관상용 애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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