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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

문학동네시인선-205이동
리뷰 총점8.6 리뷰 5건 | 판매지수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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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곡 top100 7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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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30*224*20mm
ISBN13 9788954698702
ISBN10 895469870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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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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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내일모레도, 그제의 그제도 실은 전부 신년이니까
매일 버릴 수 있는 또다른 빗이 놓여 있고
그건 우리의 죽은 숲
새로운 띠의 동물이 매일 현관 앞에 죽어 있어요
꼬리가 지평선만큼 긴 흰쥐
벼랑을 입에 문 갈색 강아지가
매일이 선물이 아니라면 뭐지요?
그 선물이 반드시 좋다는 뜻은 아니지만요
우린 노을빛을 스스로 만드는 사람
죽은 동물을 우리 밖에 풀어버리세요
새로운 띠를 간직하는 골목들

그래요,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
---「내일의 신년, 오늘의 베스트」중에서

비숑을 심장 가까이 끌어당겨 결심을 다짐하는 사람.
그러나 나는 결심하지 않을 거예요. 이런, 벌써 하나의 결심이 시작되고 말았지만.
강아지는 물지 않아요. 흰색의 순한 등. 무는 건 언제나 사람들이죠. 다정한 척 가볍게.
개의 머리를 풍선이라 믿는 일처럼. 숨을 불어넣으면 날아오를 거라 생각하는 것처럼.
주저하지 않아요. 물어버려요. 이빨을 내미는 순간 시작되는 체조입니다.
---「비숑식 체조 교실」중에서

천사가 된 알파카를 용서하러 떠난 친구야. 여전히 여긴 분뇨가 쏟아지는 화폭이다.
몽실한 털이 자라는 계단을 그려놓고.
끝까지 올라갔다 생각하면 시작되는 층계가 있어.
시선을 돌리면 벌써 안데스의 꼭대기.

(……)

네가 없으니 빛나는 이야기밖에 쓸 수가 없어. 밤이 되어
도 모든 창문에 해가 떠 있고.
전구를 너무 많이 삼켰나. 미간엔 경고등이 들어오지.
변기마저 환하다. 똥을 싸도 사방에서 손뼉을 치는 것 같
은 기분. 엉망진창으로 존경받는 거지.

죽음의 안부를 되묻는 평범한 화폭.
우울하단 이유로 우리 행복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불행
해지진 말자. 다시 고개를 갸웃.
---「못된 알파카 친구들에게」중에서

나는 한 명으로 구성된 중창단. 아침마다 세면대에 중얼중얼 혼잣말 뱉고 저녁엔 밥 주는 목사님을 끌어안았다. 심장이 제대로 뛸 땐 악을 지른다. 머리에 닿는 혈관엔 강박을 당해야 떠오르는 색깔들. 내 두개골 근처엔 교회당이 있는 게 분명해.

난 신보단 나를 잘 그리는 편이다. 의사는 괜찮다 괜찮아 괜찮다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고. 새빨간 병원 로비엔 순식간에 자화상이 걸린다. 모여든 사람들이 손뼉을 친다. 이렇게 아름다운 대걸레는 처음 보았다고. 짝짝. 짝짝짝.
---「자화상」중에서

한때 우리집 고양이였던 르미(9세/중성화)는 이제 결혼한 누나의 집에 있다.
그 집은 남의 집은 아니지만, 이제 우리의 집도, 나의 집도 아니다. 하여, 한때 우리집 고양이였던 르미는 그 무슨 고양이라고 부르기 애매해졌다.
남의 집 고양이는 아니지만, 나의 고양이는 아닌. 그렇다고 누나만의 고양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은, 무언가. 무언가라 말할 수밖에 없는.
우리도, 남도, 무엇도, 어딘가도, 어디에선가도 아닌.
그래. 무언가 고양이.
---「한때 우리집 고양이와」중에서

빛을 쐬면 조용히 바람이 들이차는 부위가 있고.
수박을 먹지 않는 방식으로. 입이 아니라 손으로. 아니, 손등 밑 지나친 힘줄. 끈질김과 집요함. 신경질과 짜증. 일종의 히스테리. 또는 들뜸. 디스코와 트랩 스타일. 노랫말과 흥얼거림으로.
수박을 대해본다면.
이 과일은 우리의 엉망진창
---「수박 만드는 사람」중에서

치약을 넣고 라면을 끓입니다
유행이라면 뭐든 해보고 싶으니까요
제겐 적당한 동질감이 필요할 뿐
치약에게도 따뜻함은 필요하지 않겠어요?

자꾸 그렇게 곁눈질하지 말아요
세상에 대한 안목이 생겨버릴 것 같잖아요?
한 가락도 나눠주지 않을 거예요
---「민트초코가 유행이라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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