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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2 샹젤리제 부티크 3 먼 친척들 4 사무실에서의 밀회 5 푸아예 레스토랑 6 퓌순의 눈물 7 멜하메트 아파트 8 최초의 튀르키예산 과일 사이다 9 F 10 도시의 불빛과 행복 11 희생절 12 입맞춤 13 사랑, 용기, 현대성 14 이스탄불의 거리, 다리, 비탈길, 광장 15 언짢은 인류학적 사실 몇 가지 16 질투 17 이제 내 인생은 당신과 결부되어 있어 18 벨크스 19 장례식에서 20 퓌순의 두 가지 조건 21 아버지의 이야기 : 진주 귀걸이 22 라흐미 씨의 손 23 침묵 24 약혼식 25 기다림의 고통 26 해부도 : 사랑의 고통 27 몸을 뒤로 젖히지 마, 떨어지겠어 28 물건들이 주는 위로 29 그녀를 생각하지 않는 순간은 없었다 30 퓌순은 이제 여기 살지 않아요 31 그녀를 떠올리게 하는 거리들 32 퓌순인 줄 알았던 그림자와 환영 33 저속한 소일거리 34 우주의 개처럼 35 내 수집품의 첫 씨앗 36 사랑의 고통을 달래 줄 작은 희망 37 빈집 38 여름의 끝을 장식하는 파티 39 고백 40 해안 저택이 가져다준 위안 41 배영 42 가을의 우울 43 춥고 외로운 11월 44 파티흐 호텔 45 울루 산에서의 휴가 46 약혼녀를 두고 가 버리는 게 정상이야? 47 아버지의 죽음 48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해지는 거야 49 그녀에게 청혼할 참이었다 50 이번이 그녀를 마지막으로 보는 거야 51 사랑하는 사람과 가까이 있는 것만이 행복이다 52 삶과 고통에 대한 영화는 진솔해야 돼 53 상심과 노여움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54 시간 55 내일 또 와서 같이 앉아요 56 레몬 영화사 57 일어나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58 톰발라 59 시나리오 검열 60 보스포루스의 밤, 후주르 식당 61 바라보기 62 시간을 보내려고 63 가십난 64 보스포루스의 화재 65 개 66 뭐요, 이게? 67 화장수 68 담배꽁초 4213개 69 때로 70 험난한 인생 71 요즘은 통 찾지 않으시네요, 케말 씨 72 삶도 사랑처럼 73 퓌순의 운전면허증 74 타륵 씨 75 인지 제과점 76 베이오울루의 극장들 77 그랜드 세미라미스 호텔 78 여름비 79 다른 세계로의 여행 80 사고 후 81 순수 박물관 82 수집가들 83 행복 옮긴이의 말 인물 색인 |
저오르한 파묵
관심작가 알림신청Orhan Pamuk,Ferit Orhan Pamuk,페리트 오르한 파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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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4월 30일 수요일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에 멜하메트 아파트에서 퓌순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는 오지 않았다. 나는 약간 실망했고 혼란을 느꼈다. 사무실로 돌아갈 때 깊은 불안을 느꼈다. 다음 날,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나는 다시 그 집으로 갔다. 하지만 퓌순은 또 오지 않았다. 나는 답답한 방들에 어머니가 여기저기 놓아두고 잊어버린 오래된 꽃병, 옷, 먼지 구덩이 속에 놓여 있는 옛 물건들 사이에서, 아버지가 서툴게 찍은 오래된 사진들을 하나하나 보며 잊었다는 것조차 몰랐던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의 많은 추억을 떠올렸고, 물건들의 힘이 나의 불안을 진정시켜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 p.43 하지만 이 장면들은 내가 느꼈던 희열과 행복의 원인이 아니라 단지 도발적인 그림들 하나하나일 뿐임을 곧 깨달았다……. 많은 세월이 흐른 후, 그녀를 왜 그렇게 사랑했는지를 이해하려고 했을 때, 단지 우리가 사랑을 나누던 장면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랑을 나누던 방, 주위, 평범한 것들도 모두 기억하려고 애를 썼다 --- p.92 하지만 인생이 마치 소설처럼 이제 마지막 형태를 갖추었다고 느끼는 시기에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였는지를 지금의 나처럼 느끼고 선택할 수 있다. 우리가 경험했던 많은 순간들 중에서 왜 이 순간을 선택했는지를 밝히기 위해서는, 물론 우리 이야기를 소설처럼 다시 한번 설명해야만 한다. --- p.119 가난과 아둔함 때문에, 그리고 사회에서 버림받고 평생 고통받으며 불운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 마치 영구차처럼 내 머릿속에서 천천히 떠올랐다 사라져 갔다. 스무 살 이후부터 지금까지 온갖 재앙이나 불행에서 나를 보호해 주는 보이지 않는 갑옷을 입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불행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면 나도 불행해질 수 있고, 나아가 그로 인해 나의 갑옷이 뚫릴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p.134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아버지는 정신을 가다듬고 이렇게 말했다. “어쨌든, 오늘 내 고통을 털어놓아 널 속상하게 하려고 부른 것은 아니야. 넌 곧 약혼하고 결혼도 하겠지. 네가 나의 이 아픈 이야기를 알고, 또 네 아비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았으면 했다. 하지만 다른 이야기도 하고 싶구나, 알겠니?” --- p.150 그 순간 견딜 수 없는 질투심이 마음속의 분노와 뒤섞여 치솟아 올랐다. 퓌순이 금세 새 애인을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질투의 고통은 내 의식에서 시작되어 얼마 지나지 않아 배에서 느끼는 사랑의 고통을 겨냥했고, 나를 파멸로 이끌고 갔다. 나를 나약하게 만드는 이 수치스러운 상상은 다른 때에도 떠오른 적이 있었지만, 그 순간에는 도무지 멈출 수가 없었다. --- p.232 진정한 사랑의 고통은, 우리 존재의 가장 중요한 지점에 자리 잡고, 우리의 가장 약한 지점을 부여잡아, 다른 고통과 깊게 연결되어 절대 저지할 수 없는 형태로 몸과 삶에 퍼져 나간다. 만약 절망적인 사랑에 빠졌다면, 아버지를 여의는 것부터 가장 평범한 불운까지, 예를 들면 열쇠를 잃어버리는 것까지, 모든 것―다른 고통, 고민, 불안―이 언제 어느 때고 다시 부풀어 오를 준비가 되어 있는 진짜 고통의 기폭제가 된다. 나처럼 사랑 때문에 삶이 모두 뒤죽박죽되어 버린 사람은 사랑의 고통이 끝나야 다른 고민도 해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속에 있는 상처를 자기도 모르게 더 깊게 만들어 버린다. --- p.346 “미안해.” 나는 그녀가 내 말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며 다시 소리쳤다. “당신과 페리둔은 내가 영화에 출연하는 걸 일부러 방해했어. 그것 때문에 용서를 비는 거야?” “파파트야처럼, 펠뤼르에 있는 주정뱅이 여자들처럼 되고 싶었던 거야, 정말로?” “어차피 우리는 항상 술에 취해 있어. 게다가 난 절대 그들처럼 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너희들은 내가 유명해져서 너희들을 떠날까 봐, 질투심 때문에 날 집에 붙들어 두었어.” --- p.715 그제야 우리가 경험한 행복의 끝에 왔다는 것을, 이것이 이 아름다운 세상과 이별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내 영혼 깊은 곳에서 느꼈다. 우리는 전속력으로 플라타너스 나무를 향해 가고 있었다. 퓌순은 그것을 목표 삼아 달려갔던 것이다. 그렇게 느끼는 순간, 나의 미래는 그녀와 떨어져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디를 가든 이제는 그녀와 함께일 것이다. --- p.717~718 “일인칭 시점으로 쓰고 있습니다.” 오르한 씨가 말했다. “무슨 말이죠?” “당신 자신이 당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뜻이지요, 케말 씨. 요즈음 저를 당신 위치에 놓고, 당신이 되기 위해 무척 애를 쓰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이런 사랑을 해 보았습니까, 오르한 씨?” “흠……. 우리의 주제는 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 p.755 |
한 여자와 만나 44일 동안 사랑하고, 339일 동안 그녀를 찾아 헤맸으며,
2864일 동안 그녀를 바라본 한 남자의 30년에 걸친 처절하고 지독한 사랑과 집착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의 역작-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것을 몰랐다.” 사랑을 잃자마자 진짜 사랑이 시작되는 기이한 소설 이야기는 사랑하는 연인 시벨과의 약혼식 준비로 바쁘던 어느 날, 케말 앞에 가난한 먼 친척의 딸인 퓌순이 나타나며 시작된다. 그녀는 시벨의 선물을 사러 갔던 부티크에서 점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퓌순은 얼마 전 18세가 되었으며, 미인 대회에 출전했을 정도로 미모가 뛰어나다. 케말은 자신도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그녀에게 사로잡히고 만다. 그래서 어머니 소유로 되어 있지만 아무도 살지 않는 아파트로 퓌순을 끌어들이는데, 무슨 생각인지 그녀도 적극적으로 그의 제안에 따른다. 그녀와의 밀회가 거듭될수록 케말은 점점 더 행복해지고 삶은 더욱 풍부해지는 것만 같다. 어느 날, 퓌순은 문득 그를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그 역시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케말은 시벨과 헤어지고 퓌순과 결혼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약혼 후에도, 아마도 결혼 후에도, 계속 그렇게 퓌순과 만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약혼식 다음 날, 만나기로 했던 시간에 그녀는 오지 않았고, 그 후 어디서도 그녀를 볼 수 없었다. 케말은 퓌순이 사라진 후에야 그녀를 향한 사랑을 깨닫고 고통스러워 하며, 그녀를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사랑을 잃은 고통은 마음이 아니라 육체마저 병들게 하고, 그는 퓌순과 사랑을 나누었던 아파트에서 그녀가 남기고 간 물건들에게서 위안을 받는다. 결국 케말은 약혼녀 시벨에게 퓌순의 일을 고백한다. 시벨은 그것이 그저 지나가는 일이라 생각하며, 자신과 시간을 보내면 케말의 병(퓌순을 향한 사랑)이 나을 거라 여겨, 둘은 결혼도 하기 전에 동거를 시작한다. 그러나 둘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퓌순을 향한 그리움은 점점 커져 간다. 결국 둘은 파혼하고, 케말은 본격적으로 퓌순을 찾아다니는데, 마침내 어느 날 퓌순에게서 그를 초대하는 편지를 받는다. 그리고 8년간의 긴 기다림이 시작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물건들이 주는 위로, 그리고 박물관 출간되자마자 튀르키예에서만 초판 10만 부가 단숨에 판매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주인공 케말이 퓌순의 물건들을 수집하는 이유는 그것에서 위안을 받기 때문이다. “이 물건들을 보는 나의 시선은 수집가가 아니라 약을 바라보는 환자의 시선이었다. 퓌순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은 고통을 감소시키기 위해 필요했을 뿐 아니라, 고통이 잦아든 후에는 다시 나의 병을 떠올리게 하여 이 물건들과 그 집에서 도망치고 싶게 만들었기 때문에, 나의 고통이 가벼워졌다고 낙관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오르한 파묵은 집필 당시 주인공이 수집했다는 물건들을 직접 모아 집필실에 그 물건들을 놓아두고,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물건들과 박물관의 의미에 대해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전 세계 곳곳의 박물관을 찾아다녔고, 2008년 방한 당시에 서울에서도 ‘리움 미술관’을 포함하여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에 들른 바 있다. 『순수 박물관』의 주인공 케말이 돌아다녔다고 하는 박물관도 모두 오르한 파묵이 직접 가 본 곳들이다. 또 재미있는 점은 소설 안에서 케말과 퓌순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의 이름이 바로 ‘오르한 파묵’이라는 점이다. 소설 속 오르한 파묵은 몰락해 가는 집안의 아들로, 세상 물정도 모른 채 소설가가 된답시고 혼자 틀어박혀 글만 쓰는 남자로 묘사되는데, 실제 오르한 파묵과 일치한다. 튀르키예에서 출간 당시, 초판 10만 부가 2주 만에 소진되는 경이적인 기록을, 이탈리아에서도 출간 2주 만에 5만 부가 판매되는 기록을 세운 이 작품은 출간된 모든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내 이름은 빨강』, 『검은 책』 등으로 이미 한국에서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오르한 파묵의 『순수 박물관』을 읽어 보자. 8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깊이 있는 사랑 이야기를 속에서 사랑의 다양한 양상과 그 사랑이 삶을 어디까지 극한으로 몰아붙일 수 있는지를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