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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 일기 쓰는 세 여자의 오늘을 자세히 사랑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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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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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326g | 128*204*13mm
ISBN13 9791160407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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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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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되고 싶다. 팟캐스트 〈일기떨기〉를 진행하는 지난 2년 동안 자리 잡은 생소한 꿈이다.
--- p.4

너그러운 청취자들이 우리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예능으로, 때로는 교양으로 취급해주는 덕분에 2년째 마음껏 까불고 있을 뿐이다. 겨우 말을 나누는 것뿐이래도, 이 삶을 협업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사실 누가 내 일상에 침투해 말씩이나 더해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 p.16

내가 꿈꿔왔던 이십 대가 무엇이었는지 기억도 하지 못한 채 밤낮없이 일하고, 매일같이 병원에 가고, 미래나 꿈보다 버티는 것이 중요해진 날들을 보냈다. 2호선을 빙글빙글 돌며 과외를 다니고, 7호선을 가로지르며 회사도 다녔다. 내가 꿈꿨던 건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 아주 멋진 이십 대를 만들 거라 다짐했던 스무 살의 첫해, 첫날, 첫 1분의 순간이 안쓰럽게도 나는 어디서나 이십 대가 삶의 가장 최악임을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심지어 소설가가 되겠다는 나는 희미해지다 못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는데, 그게 아쉽다기보다 사치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꿈이 멀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 p.24

나는 나로 사는 것이 너무 지겹다고 하면서도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멈추지 못하는 사람이다.
--- p.26

그저 섬은, 누군가를 그리워하기에 알맞은 곳이구나. 그렇게 다른 사람을 그리워하면서 다시 살아가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인생은 그리움에서 그리움으로 넘어가는 과정이라는 것까지도.
--- p.43

우울해서 살기 싫다는 나에게, 남몰래 죽음을 결심하던 나에게 엄마는 소주를 건넸다. 돌이켜 보건대 아마 물이었을 것이다. 하나도 쓰지 않고 밍밍했으니까. 그렇지만 그때 나는 그게 정말 소주인 줄 알아서, 하나도 쓰지 않다고 했더니 엄마는 “그만큼 지금 네 삶이 쓰다는 거야. 너 정말 힘들구나” 했다. 그 뒤로는 그 힘으로 성인까지 버텼다. 나는 소주가 달게 느껴질 만큼 힘든 미성년자다, 하고.
--- p.94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심심풀이로 비는 소원에서조차 엄마의 건강 말고 다른 것을 빌어본 적이 없다.
--- p.96

사실 독신은 결혼을 하지 않겠다지 외롭겠다가 아니잖아요.
--- p.126

이번에는 정말 빵에 대해서만 생각해보기로 했다. 말랑말랑 뜨거웠다가 다시 몰라볼 정도로 차고 딱딱해지는 속성에 대해. 하지만 정작 제빵을 시작하고 나자 지금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최근 제빵을 통해 알게 된 게 하나 있다. 책 만드는 일과 빵 만드는 일은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 그리고 책과 빵은 아주 사소한 실수도 반드시 그 흔적을 남기기에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
--- p.165

늘 그랬듯 실수는 마지막에 고친 시험지의 답안처럼 갈팡질팡했던 부분에서 일어나게 마련이었고, 대개 애써 고친 부분일 때가 많았다.
--- p.166

인간은 누구나 고독하다.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 이건 내가 가지고 있는 인간에 대한 편견이자 정의다. 나는 인간이 상상하고 꿈꿀 수 있기에 외롭다고 믿는다. 상상과 현실에는 간극이 있고, 그 간극 속에서 우리는 공허해진다. 현실에서 즐거움을 더 많이 발견하고, 현실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인간은 꿈꾸는 인간보다 덜 외롭다고도 믿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인간은 꿈을 꿀 수 있는 존재기에,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모두가 외롭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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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천선란은 이토록 천선란이고, 윤혜은은 이토록 윤혜은이고, 윤소진은 이토록 윤소진일까. 이들을 잘 모르면서도 그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일기를 훔쳐보았고 수다를 엿들었으니까. 어쩔 수 없다. 누군가의 일기를 읽어버린 뒤에 그 사람을 친밀하게 느끼지 않는 법을 나는 모른다. 혼자서만 이미 친해진 기분을 느끼며, 그런데도 더 친해지고 싶어 괜히 주위를 어슬렁대는 인물처럼 페이지마다 기웃거렸다. 남의 고유한 분투를 지켜보는 게 어째서 지금의 내 삶에 대한 응원이 되는 걸까. 울고 난 뒤의 씩씩함을 닮은 책. 앞으로 나아가는 책. 넘어진 김에 그 자리에 누워도 보지만 결국은 제힘으로 일어나는 책. 나는 이런 책에 약하다. 이런 사람들에게 약하다고 해야겠지. 기꺼이 몇 번 더 지고 싶어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책을 읽는다.
- 김신지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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