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마치 망치로 머리를 세차게 맞은 듯한 충격적인 경험을 통해 인생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뀐 사건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가르쳐왔던 20만 명의 학생 중 한 명이 소위 ‘명문대 의대’에 진학했음에도 대학 진학 이후 방황하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공부에 진심인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그의 부모님을 위로하러 가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학창 시절 동안 남들의 인정과 칭찬을 받기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삶을 살았고, 의사인 부모님께 창피한 아들이 되지 않기 위해 강압적인 양육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아이는 1등급 성적표를 보여준 뒤에야 부모로부터 처음으로 칭찬과 인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공부는 부모에게 인정받는 유일한 창구였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을 들으며, 교육자로서 나 자신의 책무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전국을 돌며 자녀교육은 물론 ‘부모교육’에 대한 강연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책을 쓸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라 불리는 대치동에서 교육기업 CEO로서 나름대로 성공적인 삶을 살았고, 수많은 학부모와 학생을 만나며 이른바 ‘SKY’ 진학에 헌신해온 커리어와 어쩌면 결이 무척 다른 책이기 때문입니다. (…)
사실, 이 책은 공교육과 사교육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대한민국 입시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저자들이 어쩌면 감추고 싶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저자는 용
기를 내어 효율적인 공부법이나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조하는 책들과는 과감하게 다른 내용으로 쓰고 싶었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웃고, 못하면 걱정하고 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대학의 의대에 진학한 나의 제자는 왜 행복하지 못했을까요? 이 책에서 저자들은 자녀의 성장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 부모의 말과 행동이 자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각도로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좋은 부모=명문대 진학을 돕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에서 빠져나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숨’을 쉴 수 있는 내용을 제공하려고 했습니다.
---pp.6~9 「프롤로그」 중에서
자녀교육은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주도적으로 인생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무게중심을 두어야 합니다. 자녀교육에서 좋은 대학을 보내는 것은 부수적인 결과일 뿐이고, 그 자체가 최종목적은 아닙니다. 이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명제이지만 현실에서는 종종 이 사실을 잊고, 성적이나 등수 등의 숫자에만 집착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자녀교육의 목표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주체적인 인간으로 사회에서 살아가게끔 도와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은 말과 소와 달리 태어나자마자 걷지를 못해요. 양육 기간이 굉장히 길어요. 또 걷고 말하게 되었다고 끝난 게 아니지요. 우리는 사회적 존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계속 배워야 합니다. (…)
자녀교육의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호기심과 창의력을 길러주는 것이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호기심을 길러주려면 아이들을 부끄럽지 않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탐색하며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부모로서 ‘지혜로운 무관심’을 통해 아이들이 궁금증을 갖고 스스로 찾아보도록 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pp.36~37 「1부 07. 좋은 대학이 아니라, 좋은 인생」 중에서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딸아이에 관한 고민을 토로하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이는 고등학교 내신을 거의 1.1~1.2를 받아 수능최저등급을 통과해서 수시로 명문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지만, 다른 학생들보다 기초적인 컴퓨터 지식에서 부족함을 느껴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가면 어떤 아이들이 있나요? 일단 초등학교 시절부터 컴퓨터를 수리하고 뜯어보고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해하던 애들이 잔뜩 있어요. C언어부터 기본적인 코딩을 시작으로 ‘신동급’으로 잘하는 아이들이 많이 들어가죠. 그런데 지인의 딸은 내신과 여러 요건을 맞추기는 했지만, 그런 역량은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3년 내내 울고불고, 공부 어렵다
고 난리를 치면서 부모 속을 엄청 뒤집어놓은 것이죠.
하지만 모르는 것 자체도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제 친구 중에도 컴퓨터 공학 전공자로서 아마존에서 이사로 재직하며 중요한 프로젝트를 이끄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친구는 개발자는 아니지만 IT 용어와 기능 등에 대해 익숙하며 사람들 사이에 의사소통을 잘 해내며 자기 역할을 다했습니다. 회사에서는 IT 회사이든 어디든 공대생들과 대화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그 역할은 엄청 중요합니다. 일반 사람들보다 기술에 대해 잘 알면서 개발자와 깊이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이 시대가 찾고 있습니다. 딸에게는 그런 자신만의 영역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인에게 조언했습니다. 기업은 공학만 잘하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니까요(얼마 전에 전화왔네요. 요즘 컴퓨터공학도들의 꿈인 카카오에 입사했다고 말이죠). 이처럼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 성공하는 것은 회복탄력성의 실제 사례입니다.
바닥인가요? 0점인가요? 그럼 거기에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이 세상에 마이너스 점수는 없으니까요. 0점이면 바로 시작하면 플러스가 되지요. 하기만 하면 플러스인데 안 할 이유가 있나요?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한 사람입니다. 바로 부모입니다. 아무것도 없을 때, 타자기와 아이디어 하나로 큰 부자의 반열에 올랐던 조엔 롤링의 ‘해리포터’처럼, 아이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게 희망을 줍시다. 아이들이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합시다.
---pp.49~50 「1부 10. 부족하기 때문에 잘 풀릴 수 있어요」 중에서
부모님들은 자녀가 바쁘면 좋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미리 얘기하자면 자기가 스스로 세운 계획이 아니면 바쁠수록 좋지 않습니다. 바쁘면 지금 현재 여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내 마음은 어떤지, 그리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이 형성되지 않아요. 그저 엄마가 가라고 하는 곳이 스케줄이 되는 것이죠. 예전 신문 기사에 하버드 박사를 받은 20대 청년이 그랬다죠? “엄마! 나 이제 다음에 뭐해?”
최재천 교수님도 한 인터뷰에서, 4년 내내 교과 커리큘럼을 짜는 데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오는 부모님이 있었다고 하셨죠. 저자(김성곤)도, 자기 아들이 서울대 3학년인데 그 회사에서 인
턴 할 수 있느냐는 전화를 직접 받아보기도 했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는 노릇입니다.
저는 이런 문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여백이 있어야 성장하는데, 그 여백을 엄마가 앞장서서 없애버리고 있으니, 자기가 할 일에 대한 인식과 선택 능력이 점점 퇴화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조금씩이라도 아이들이 자기가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특목고를 가지 않는다면 초1부터 중3까지의 내신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그 긴 시간 아이들에게 자기만의 공부법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일 아닐까요?
초등학생이라면, 기본적인 생활 습관을 잡아주는 데 집중하면 좋습니다. 아침에 제시간에 일어나기, 밤에 일찍 자기, 학교 다녀와서 먼저 숙제하기, 학교 준비물 챙기기, 알림장 보여주기, 준비물 전날 준비해두기, 일주일에 책 한 권 읽기 등등. 현실적이고 작은 습관을 아이들 삶에 자리 잡도록 하는 거죠. 초등 저학년 때는 집중해서 하는 시간을 한 시간 이내로 하다가 30분씩 늘려가는 방법은 어떨까요? 이처럼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는 좋은 습관을 잡아주는 연습부터 시작해보세요. (…)
초등학생 시절에 너무 바쁜 일정으로 자신만의 여백과 생각할 시간 없이 지내다 보면, 결국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잊어버리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크게 성
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됩니다. 이 시절에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학업 성과가 아니라, 공부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pp.67~68 「2부 03. 아이의 삶에 여백이 있나요?」 중에서
인터넷의 맘 카페에서 자주 접하는 ‘자녀 성공 스토리’가 사실상 90%는 과장된 내용이라는 것을 아시나요? 실제로 자녀교육에 성공한 부모들은 그런 곳에 글을 올리지 않습니다. 성공의 정의는 각각 다르고, 그것을 달성하는 과정은 훨씬 복잡하며, 이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들은 깨닫게 되었으니까요. 자녀교육에서 성공한 부모들은 종종 그 경험이 본인에게 주어진 독특한 경험이며,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합니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그들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자신의 경험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성공적인 부모들은 자녀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관으로써 긍정적인 태도와 독립적인 사고를 심어주려고 애씁니다. 이러한 가치관은 외부적인 성과보다 내부적인 성장과 발전에 초점을 맞추며,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합니다.
또한 자녀들이 그렇게 성공한 것은 사실 부모들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자녀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책임감과 인내심을 가르치고 오래 기다렸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가치관이 기반이 되어, 단순한 학업 성취 이상의 가치관 형성에 도움을 준 것입니다. 또한, 성공한 부모들은 외부적인 성과보다 내적인 성장을 강조하며 아이들을 그 수준으로 올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성공한 자녀들은 자신의 강점과 관심 분야를 발견하며, 타인의 평가보다 앞서 자신이 내세운 기준에 맞게 행동하는 법을 미리 배운 것이죠.
따라서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아니라, 각자의 내면에 있는 가치와 개성을 발견하게 하고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과 그러한 가치를 이야기하는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사람마다 다른 경험과 배경을 가진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합니다.
---pp.169~170 「4부 06. 자식농사에 성공한 부모들이 평소 애쓰는 것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