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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380쪽 | 450g | 131*204*30mm
ISBN13 9788934946250
ISBN10 8934946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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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입을 다물었다. 갸름한 그의 얼굴에 아주 잠깐 경계심이 사라진다. 처음으로 너는 뭔가 취약하고 상처 입은 어떤 것이 마치 표류하는 난파선의 한 조각처럼 그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걸 발견한다. 그 배가 난파하기 전엔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해진다. 처음엔 별로 눈에 띄지 않고 이목구비도 그럭저럭 평범하다고 생각했음에도, 지금 너는 그가 아주 잘생긴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제발 쓸데없는 생각 좀 그만두고 일이나 해라. 죽도록 일한 유능한 여자들, 무보수 노동자들이 모여 있는 지하 세계에서 네 엄마가 짜증스럽게 말한다.
--- p.10

“뭐? 담배 하나 달라고?” 베라가 놀라며 묻는다. “안 될 거 있니?” 너도 바로 이 나이였다. 너도 이 아이처럼 견고하고 고집스러운 것으로 이뤄진 삶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너는 삶이란 있는 그대로 흘러가는 것임을 배웠다. 타협하고, 반복하고, 더러 잊어버리면서, 혹은 치유되면서……. 그때의 나이와 지금의 나이, 그 둘 사이에서 오랜 잠을 잔 것 같다.
--- p.37

난 녀석을 파파라고 부른다. 몹시도 거룩하신 나의 어머니는 눈곱만치도 반응하지 않지만, 난 어머니가 화가 나서 길길이 날뛰는 꼴을 보려고 그렇게 이름 붙였다. 파파, 즉 ‘아빠’는 일반적으로 가정의 가장을 의미하니까. 난 이 ‘일반적인 경우’에서 이미 너무 많은 실패를 맛보았기에, 어느 날부턴가 이제 그만두겠다고 다짐하고 선언했다. 자, 이제부터 우리 집의 ‘아빠’는 개야. 이렇게라도 다시 시작해야지.
--- p.39

이건 사랑 이야기가 아니야. 완전히 가면무도회지. 이제 조금도 야하지도 않아. 나는 그녀가 차라리 휴대전화를 안 갖고 오길 바랐어. 저녁 시간 내내 그 덩치가 로르에게 큰딸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문자를 보내는 통에, 그 식탁에 세 사람이 앉아 있는 것 같았거든. 로르에게 제발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할 틈조차 찾지 못했지. 마침내 로르는 그 성가신 남자에게 가브리엘의 집에서 자고 가겠다고 대답했어. 내겐 물어보지도 않고. 나는 가브리엘이 아니고, 우리 집도 여인숙이 아니야.
--- p.212

너는 그 아우성을 찬가처럼 듣는다. 너의 아이를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너는 생각한다. 그래, 계속하렴. 우리의 아이들에게 태어남과 동시에 두려움에 차 비명을 지르는 그들에게 사랑을 부르짖는 그들에게 피 묻은 그 손으로 북을 두드리며.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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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게 솟구치는 화염 속으로 걸어가는 위태로운 연인, 두려움과 분노로 가득 찬 시대를 포착한 날카로운 예언. 마리아 푸르셰가 문학의 근원을 다시 불태웠다.
- 르몽드
미셸 우엘벡과 로맹 가리 스타일로 아니 에르노의 탐구를 새롭게 이어가는 소설. 억눌린 남자와 분열된 여자의 관점을 번갈아 제시하며 신랄함과 진중함, 양극을 응축했다.
- 쉬드웨스트
사랑을 거꾸로 재배열한 소설. 영원한 욕망의 굴레 대신 그 본질을 드러낸다.
- 르주르날뒤디망쉬
열정과 죽음. 욕망과 분노. 순간과 영원. 파괴와 생존… 간단하면서도 수천 가지 의미로 타오르는 다층적인 제목이 시사하듯, 조각칼로 세밀하게 빚어낸 아름다운 소설이다.
- 텔레라마
아찔한 욕망의 향연, 풀어낼 길 없는 세대 간 갈등. 대담하고 치명적인 불길.
- 르푸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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