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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네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 삶을 온전히 나에게 맡긴 우리 집 반려동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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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128*188*20mm
ISBN13 9791197870842
ISBN10 119787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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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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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상처받았던 짐승이 다시금 인간에게 문을 여는 그 너그러움에 감동했다. ‘개들은 어쩌면 이렇게 용서를 잘할까.’ 식구라고 들여놓고는 키우다 버리고, 혼자 먹고 살려고 사냥했을 뿐인데 닭 잡아먹는다고 돌팔매질했을 인간들. 비록 자기를 구하려는 행동이었지만 소중한 새끼를 품은 몸에 칼을 대고 마취도 없이 수술을 견디면서 인간 세상이 얼마나 두려웠을지, 나로서는 상상도 안 된다. 그런데 이 개는 어떻게 처음 보는 인간인 나를 다시 자기 세상에 들일 수 있는 걸까. 동시에 다른 의문도 생겼다. ‘나는 그럴 수 있을까.’
---「다 때려치우고 그냥 우리 개 발 냄새나 맡고 싶어」중에서

그날 밤, 난 처음으로 녀석과 동침했다. 늘 엄마 옆에서 잠들던 녀석이 거실에서 혼자 낑낑거리며 자는 게 안쓰러워 용기를 내 본 것이다. 꼭, 친하지 않은 이성 친구와 억지로 한 방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것처럼 불안과 긴장감이 몰려왔다. 작은 조명만을 켜둔 채 방을 어둡게 하고 내 침대 옆에 작은 자리를 만들어 주니 또 한 번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결심이라도 한 듯 배를 깔고 스르르 몸을 낮춰 누웠다. 그리고 이내 쌕쌕 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다. 그날 밤, 우린 꿈속에서 소고기죽과 육포를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달걀죽과 소고기죽」중에서

또다시 숨죽여 울고 있을 때, 내 가슴팍에 다가와 몸을 바짝 기대는 아이. 모찌였다.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엔 모찌가 있었다. 엄마가 나를 향해 비난 섞인 어조로 소리를 내지를 때, 내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 하고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을 때. 모찌는 엄마와 나 사이에 앉아 우리를 번갈아 바라봤다.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모찌의 눈망울을 잊지 못한다. 까맣고 커다란 눈동자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당혹스러움과 걱정이 잔뜩 고여 있었다. 모찌 앞에서 나는 바보 칠푼이 같은 언니였다. 만날 혼나고 잘못만 하는 바보 똥개 같은 언니. 그게 나였다. 그런 못난 언니를 모찌는 가만히, 한마디 말도 없이 언제나 위로해 주었다. 모찌가 없었다면 더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다.
---「이 마음이 엄마 마음이라면」중에서

나는 오랫동안 혼자 살면서 외로움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반려견의 외면하는 눈빛에 속이 상하다니, 태어나서 처음 겪는 황당하고 기막힌 심정이었다. 사람도 아닌 강아지에게 이런 취급을 받다니……. 내 인생에 이런 그림은 없었다. 혼자서도 씩씩하고 단단하게 세상을 잘 살아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반려라는 이름으로 내 옆자리를 차지한 강아지 한 마리가 나의 삶을 온통 지배하고 있었다.
---「7월 24일생」중에서

조심스럽게 비번을 누르고 숨죽여 현관을 들어서면서 아이 이름을 애타게 부르지만 보이질 않았다. 여전히 옷장 구석이나 박스가 잔뜩 쌓인 베란다 구석 자리에 얼굴을 파묻고 나오지를 않았다. 힘든 길 생활에서 해방되어 따뜻하고 시원한 집에서 편히 살게 해 주고 싶던 내 마음이 잘못된 걸까? 길에서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잘살고 있는 아이에게 내가 괜한 짓을 했나? 하는 자책감과 미안한 마음이 실타래처럼 얽혀서 오월이 곁에서 밤새 잠을 뒤척인 날도 참으로 많았다.
---「너와 함께라면 늘 5월이야」중에서

작고 하얀 강아지의 꼬리가 천천히 말려 올라간다. 밤사이 따끈하게 데워져 꼬순내가 폴폴 나는 그의 등에 천천히 손을 올린다. 몇 번 쓰다듬지도 않았는데 금세 혀를 날름거린다. 그만하고 가라는 표시다. “그러게, 누가 아침부터 예쁘래?” 살짝 뾰로통하게 답하며 아쉬운 손을 뗀다. 별이와 함께 시작하는 우리 집 아침 풍경이다. 날마다 반복해도 변함없이 행복하다.
---「자매의 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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