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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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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0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272g | 128*188*20mm
ISBN13 9788937445712
ISBN10 8937445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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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샤브로가 다녀간 후로 중요한 것은 하나뿐이다. 죽기 전에 마음속에 떠도는 하나의 맛을 기억해 낼 수가 없다. 나는 그 맛이 내 삶 전체의 첫 번째이자 궁극적인 진리라는 것, 그리고 그 후로 내가 말 못 하게 닫아걸어 버린 마음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을 안다. 나는 그것이 내 어린 시절 또는 사춘기 시절의 맛이라는 것을 안다. 미식을 입에 올리고자 하는 내 모든 욕망과 야망에 앞서 존재하는 근본적이고 놀라운 음식이라는 것을 안다. 잊어버린 맛, 내 가장 깊은 곳에 둥지 튼 맛, 내 삶의 황혼에서 말하고 생각해야 하는 단 하나의 진리인 맛. 나는 찾지만 찾지 못한다
--- p.11~12

마침내 음식에 물리고 약간 노곤해진 우리가 접시를 밀어내고 기대앉기 위해 의자에 있지도 않은 등받이를 찾고 있을 때 급사는 차를 가져와 성스러운 의례에 따라 따르고, 슬쩍 닦은 식탁 위에 코른 드 가젤 한 접시를 내려놓았다. 더 이상 아무도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후식으로 과자가 나오는 시간이 좋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먹지 않을 때에만, 그리고 이 다디단 맛의 난교가 일차적인 욕구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우리 호의의 입속을 감쌀 때에만 우리는 과자의 섬세함을 온전히 맛볼 수 있다.
--- p.30

“어떤 요리사도 우리 할머님들처럼 요리하지 않고 요리한 적도 없습니다. (…) 때로 세련되지 못하고 언제나 ‘가족적인’ 측면을 지닌, 다시 말해 실하고 영양 많고 ‘든든한’ 요리죠. 하지만 그것은 특히 근본적으로 찌는 듯이 관능적이며, 그 관능성 탓에 우리는 ‘살’을 이야기할 때 그것이 입의 쾌락과 사랑의 쾌락을 동시에 환기시키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걸 압니다. 그분들의 요리는 곧 그분들의 농염함이자 매력이고 유혹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분들의 요리에 영감을 주고 그 무엇과도 다르게 만든 것입니다.”
--- p.41~42

고기는 남성적이고 강하지만 생선은 낯설고 잔인하다. 그것은 다른 세계에서, 결코 굴복하지 않는 비밀의 바다라는 세계에서 왔다. 그것은 우리 현존의 절대적인 상대성을 증명해 보이지만 또한 미지의 나라를 한순간 현시해 줌으로써 우리에게 굴복한다.
--- p.50

내가 아는 일본인 요리사들은 몇 년간의 긴 견습 기간을 보낸 후, 다시 말해 살의 지형이 점점 더 확실하게 드러난 이후에야 비로소 생선을 다루는 기술의 달인이 될 수 있었다. 사실 그중 몇몇에겐 이미 손가락으로 생선 살의 단층선을 느끼는 재능이 있었다. (…) 가장 훌륭한 요리사였던 요리장 추노는 거대한 연어 한 마리에서 볼품없어 보이는 단 한 조각을 추출하는 데 이르곤 했다. 질로 보자면 사실 장황한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완전성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신선한, 단 하나의, 벌거벗은, 날것의, 즉 완전한 물질 한 조각.
--- p.72~73

먹는 것은 쾌락의 행위이고 이 쾌락을 글로 쓰는 것은 예술 활동이지만 진정한 단 하나의 예술 작품은 결국 타인의 식사다. 나의 식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내 일상의 전후에 범람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크 데트레르 삼촌의 식사는 완전함을 갖추었고 완결된 자기만족적 단위로, 내 기억 속에 시간과 공간을 넘어 새겨진 유일한 순간으로, 내 삶의 감정들로부터 해방된 영혼의 진주로 남을 수 있었다.
--- p.8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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