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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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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494g | 152*225*24mm
ISBN13 9791196874469
ISBN10 1196874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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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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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내린 빗물이 국화 꽃에 묻어 향기를 마당 가득 채우고 있다. 심술스런 바람이 향기를 멀리 끌고가 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꺾은 줄기라도 방안에 가두기로 했다. 혹시 아버지 영혼이 우리집에 오시면 소파에 편히 앉으셔서, 아들이 성의 없이 키운 국화향기 맡으시며 잘 못키웠다고 야단이라도 치시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아버지, 이젠 무슨 말씀을 하셔도 무섭지 않아요. 이제 저도 늙었으니까요."
--- 본문 중에서

둘이 아니었으면 혼자서는 성공 못했을 거야
핀잔 주고 받은 것도 다 용서하자

둘이라서 너무 좋다
점점 더 서로를 필요로 할 것임이 틀림 없다

당신은 내 어깨를
나는 자기의 무릎을 빌려 기대며
꽃길을 만들어 가자

알 수 없고 험난할 것 같은 저 세상이라도
둘이라면 두렵지 않으리

우리가 연주하는 사랑의 협주곡은
아름다운 선율로 울려퍼질 거야.
--- 「둘이라서 정말 좋다」 중에서

구마모토의 아소산 주변 골프장 리조트에 아내와 둘이서 갔다. 마침 달 밝은 보름밤에 발코니에 나와 바라보는 순간, 내 눈이 안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감았다 뜨면 가운데는 까맣게 보이다 조금 회복되는 수준이었다.

암이란 녀석과 싸우는 동안 눈이 이렇게 되었다는 걸 모르고 지났다. 아마도 암의 충격 속에서 눈도 충격을 받은 듯하다.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니 두 번째쯤의 문제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 눈이 점점 안 보인다는 절망 속에서도 최악의 상태는 면했다는 실낱 같은 희망이 싹트고 있음에 감사하다.
--- 본문 중에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짧은 일생을 마친 꽃잎들이 미련 없이 몸을 내던지며, 누군가에게 마지막 위로를 주고 사라지는 처연함에 돌연 마음이 숙연해진다.

진달래꽃에 눈이 호강을 한다. 내 눈에서 눈물이 나오면 진달래 빛깔일 거라고 생각해 본다.

대단히 어려운 산행이었으나, 민들레와 제비꽃들까지도 합세하여 환영과 위로를 해준 덕분에 그나마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마무리 무렵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 산벚나무를 흔들어 놓았다. 벚꽃잎이 무리를 지어 날리며 길 바닥에 핑크빛 물을 들여 놓는다.

"아하. 꽃잎이 떨어지니 꽃길이 되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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