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차 이야기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조·중·동이라도 읽었으면 합니다. 조·중·동은 일절 볼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치를 둘러싼 여러 요인을 다각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신문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진보, 중도, 보수지 중에서 각각 하나씩 골라 읽기를 권해 드립니다. 시간을 내기 어려워 스트레이트 기사를 전부 읽기 힘드시다면 오피니언 면이라도 읽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오피니언 면에는 보통 언론사 주필들이 쓴 칼럼들이 실리는데,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글을 골라 읽으셔도 좋습니다. 각 신문사에서 매일 2~3편정도씩 내는 사설에는 이슈에 대한 해당 신문의 견해가 압축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사설을 꾸준히 읽으면 이슈에 대한 관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됩니다.
--- p.32~33,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자」 중에서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정치인들 역시 권리당원들이 유튜브를 많이 보니까 출연해서 이름을 알려 보겠다는 정도로만 생각하는 양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을 초대한 유튜버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대중에게 강조해 전달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죠. 정책을 설명하기보다는 네 편, 내 편을 갈라 증오심을 부추기는 쪽에 가깝습니다. 이해시키기 쉽고 말하기도 쉬우니 굳이 공들일 필요도 없죠. 계속 이런 식이라면 편향은 심해지고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정보 수용자 못지않게 정보 공급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대중을 비판하기에 앞서 유튜브를 통해 어떻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아침부터 옳은소리’에서 진행하는 즉문즉답 코너처럼 지지층과의 소통을 위해 라이브 채팅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자정 작용을 하기 위해 어떤 시스템을 고안해 내야 할지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인들은 고민해 봐야 합니다.
--- p.59~60, 「이제 유튜브 정치다」 중에서
정치인이 언론에 노출되면 그제야 “아, 우리 동네에 이런 정치인이 있었지.”하며 이름을 상기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말솜씨가 좋거나 순발력이 뛰어난 의원들은 언론에 이름을 알리고자 토론 프로그램을 비롯한 각종 방송에 자주 출연하고 싶어 합니다. 아니면 언론 보도를 타기 위해 SNS에서 강도 높은 발언을 하기도 합니다. 특정 국회의원의 지지자라면 그 사람의 SNS를 팔로잉해서 피드를 찾아보는 것도 국회의원의 활동을 확인하는 좋은 방법일 겁니다.
더불어 국정감사 등을 통해 국회의원의 활동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많은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스타로 등극하고 싶어합니다. 과욕으로 무리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순기능도 있습니다. 저 역시 정청래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던 시기에 소기의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습니다. 2015년도 국정감사에서 전국 243개 기초자치단체와 17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의 임금 테이블을 전부 제출받아 지자체 절반 이상이 최저임금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국정감사 첫날 〈경향신문〉 1면을 장식*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고,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던 청소노동자들의 처우도 개선됐습니다.
--- p.83~84, 「국회의원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 중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된다고 해도 현재의 제3당에 꼭 유리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기존 정당의 형제자매 정당들이 생겨날 텐데 이런 정당들과 위성정당의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위성정당 금지법을 통해 위성정당을 막으려고 해도 자발적으로 생겨난 형제자매 정당들을 근본적으로 막기는 어렵습니다.
제3당이 2024년 총선에서 원내 진입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 기세를 지속할 힘이 있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2026년 지방선거를 대비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지방선거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없습니다. 엘리트의 아이디어만으로는 정당을 만들 수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층이 30%나 된다고 무턱대고 지지를 바라서는 안 됩니다. 여야가 모두 싫다는 정치 혐오만을 자극하는 것만으로는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지역에 10년 이상 뿌리내릴 각오를 해야 합니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의 소속 정당인 앙 마르슈를 비롯한 해외의 수많은 제3정당은 대부분 지역적 뿌리를 갖추고 있습니다. 금태섭 의원의 ‘새로운 선택’이 정말 대안 정당이 되고 싶다면, 제 조언은 “강서에서 시작하라.”입니다. 진짜 제3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울 강서갑·을·병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것부터 시작해 20년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그럴 정도의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 p.118~119,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제3당에 유리할까?」 중에서
중국과 전략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누군가는 중국 사대주의라고 비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력의 차이와 중국 시장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당장 중국과의 무역을 중단하면 우리나라 경제가 먼저 위기에 처합니다. 국제관계에서는 자국의 이익이 우선입니다. 하물며 노태우 대통령 같은 대표적인 반공주의자도 중국과 교역을 텄습니다. 이념과 별개로 대한민국 경제와 안보에 북방외교가 필요하다는 비전에서였죠.
윤석열 정부만 이념을 빌미로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해서는 중국·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북방외교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되레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일 연합을 구축해 북한, 중국, 러시아를 한꺼번에 압박하고 있습니다. 북중러 연합을 부추기는 꼴입니다. 행여 윤석열 정부의 압박이 성공한대도 미국과 일본대신 최전선에서 ‘몸빵’을 해야 하는 대한민국은 크게 다칠 수밖에 없습니다.
--- p.153~154, 「한미일 중심 전략의 부작용」 중에서
그렇다면 대응 실패 책임을 행정 일선에 전가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기소할 수 없으면 무죄’입니다.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해 왔기에 검사는 본인이 기소하지 않으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검찰특활비 봉투를 떡값으로 돌린 일이 죄가 되지 않는 것과 일맥상통하죠.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자 국무회의 영상을 따로 찍어서 유튜브에 공개했습니다. 그 영상에서는 저 뒤로 누가 지나갔고 뭐가 어떻게 됐고 누굴 잡아야 하고 등과 같은 것들을 설명하고 있죠. 기소할 수 있는 놈들이 누구인지 찾으라는 겁니다. 그러고는 아무렇게나 돌아다녔던 사람들이 잘못이지 책임자는 잘못한 것이 없다는 주장으로 이어지죠.
결국 이상민 장관에게는 죄가 없다. 왜? 기소할 수 없으니까. “책임은 있는 사람에게 딱딱 물어야 한다.”라는 대통령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아무도 정치적으로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정상적이라면 대통령이 나서서 죄송하다고 사죄하고 어떻게든 책임을 지겠다며 총책임자인 행정안전부 장관을 해임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정부로서 최소한의 책임감과 미안함을 인사로서 보여 주는 거죠. 그게 정무직 공무원이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정치권이 정치를 잘못해 온 탓이라며, 법적 책임이 없으면 정치적 책임도 없다고 적반하장으로 강변하고 있습니다.
--- p.169~170, 「기소할 수 없으면 무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