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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진 들녘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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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684쪽 | 133*215*35mm
ISBN13 9791130649474
ISBN10 1130649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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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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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는 가까워지는 달구지를 바라본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말할 수 없는 혐오를 느끼고 있었다. 송 노인에 대한 혐오이기보다 인간에 대한, 그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혐오에 빠져 있는 것이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반드시 남녀의 상호관계가 성립된다. 애정이건 공동생활이건 혹 정욕이건 남녀란 피치 못할 숙명 속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나는 이렇게 구역질이 나도록 내 자신이 싫어지고 인간이 싫어지는 것일까?’
--- p.55~56

“이 상판들은 모두 하나뿐이니 평생을 정한 그 길만 걸어야 한단 말이야. 삐끗하면 깊은 나락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으니, 분명히 조물주의 잘못이야. 악마를 아주 만들어버리든지 그렇지 않으면 모두 신을 만들어버리든지…… 장난 치고도 가장 악의적인 장난이라고 자네는 생각하지 않아?”
--- p.160

모퉁이를 돌았다. 매운 강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으슥한 곳에 와서 비로소 송 노인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어둠 속이라 표정은 알 수 없었다. 송 노인과 성삼이 사이에는 짙은 어둠이 가로놓여 있었다. 이따금 언덕배기에서 꾸부러진 수목의 마른 가지가 바람에 울었다. 칼날을 품은 듯 날카로운 송 노인의 압력은 조용한 속에, 어둠과 바람을 타고 성삼의 가슴에 와 부딪쳤다.
--- p.210~211

밤은 찾아왔다. 여전히 눈은 내리고 있었다. 말이 많던 마을 사람들도 다 돌아갔다. 영천댁은 주실의 손을 잡고 한동안 울다가 그를 신방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창가에 우두커니 앉아 밖을 내다보는 것이었다. 신방에도 불이 꺼지고 모두가 다 잠들었을 때 엽총을 든 송 노인은 눈을 함빡 뒤집어쓰고 돌아왔다. 그는 개들을 뒤뜰로 몰아넣고 사랑의 뒷마루에 우두커니, 언제까지나 그러고 앉아 있었다.
--- p.234

이렇게 고독할 수가 있을까? 그 찬란한 꿈은 다 어디 갔단 말이냐.
--- p.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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