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양국에 있어서 포스트 케인지언의 경제정책의 도입과 후퇴의 근본적인 이유는 상이하다. 한국의 경우는 그 도입이 일부 소장학자들 이 주축이 되어 위정자 내지는 그의 측근들에게 제안되는 형식을 취하였음에 반하여, 일본의 경우에서는 오히려 위정자 자신이 주축이 되어 정책 담당자들을 이끌었다는 점이 그 도입과 실행 상에 있어서 가장 큰 차이점이 있었다. 그리하여 포스트 케인지언 경제정책의 후퇴는 한국의 경우에는 소장 학자들이 위정자와 그 측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였기 때문이 거나 혹은 위정자 자신의 무지함과 공부에 대한 나태함에 있었고, 반대로 일본의 경우에서는 구심점이 되어 온 위정자 자신이 불운의 사고를 당하였기 때문이었다고 생각된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의 완전한 이행이 이미 완성되었음에 반하여, 일본에서는 아베 수상이 이끌었던 독서회의 멤버들을 중심으로 하여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대한 강력한 저항세력이 형성되어 있다.”
--- p.18, 「서문」 중에서
“그렇다면 이런 현실에서 소위 지식인들의 소명은 무엇일까. 마치 훈고학을 연상시키는 토론이나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이론이 아닌, 위정자들과 그들의 지지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식을 설명하고, 그리하여 그들이 개선을 향한 의지를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어떤 결론을 제시하기보다는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는 단단한 반석을 놓아주어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이에 본서를 집필하게 된 목적이 있다.”
--- p.19, 「서문」 중에서
“대학의 경제학 교과과정을 독점하고 있는 현대의 소위 신고전학파 경제학(neo-classical economics)과 케인즈의 적자로 자처하는 포스트 케인 지언 간의 대립은 단순히 타협이나 절충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그 대립 은 단순한 경제이론 간의 대립을 넘어서, 근본적인 인간관, 사회관, 지식의 방법론 간의 대립이기 때문이다. 이는 천동설과 지동설 간의 대립과도 같다. 물론, 천동설을 포기하지 않고, 지동설의 이론 중 몇가지만 단편적으 로 선택하여 천동설의 이론에 포함시킬 수는 있다. 실제로 소위 미국에서 케인지언이라고 자처하고 있는 학자들에 의하여 그러한 절충은 시도되어 왔다. 하지만, 그러한 절충으로는 절대로 천체의 운행을 설명할 수는 없다. 자칭 케인지언이라고 하는 미국의 여러 케인즈 학파는 사실 케인즈적인 것도 아니고, 단지 케인즈와는 무관한 이론들에 불과한 사생아들이다.”
--- p.20, 「서문」 중에서
“하지만 길이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자가 정확하여야 하고 무게를 측정하기 위하여서는 저울이 올바라야한다. 방법론은 이같이 어떤 저울이나 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와 저울이 과연 옳은 것인가를 절대로 반성하지 않는다. 어떠한 종교적 교리를 신봉하는 자들은 그 교리의 근본 원리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불경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 p.23, 「서문」 중에서
“도대체 화폐와 자본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신고전학파 경제학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개념과는 전혀 다른 어떤 것을 화폐와 자본이라고 부른다. 좀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신고전학파 경제학에서는 사용하는 화폐와 자본은 일반인들이 일상의 언어에서 사용하는 화폐와 자본과는 전혀 다른 이상한 개념이다. 즉 그것들은 동음이의어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화폐와 자본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순간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전 이론체계는 붕괴될 수도 있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 p.55, 「2장. 경제학의 핵심 개념:화폐, 자본, 시장, 경쟁, 가격」 중에서
“신고전학파의 자본 개념은 모순이라는 것이 증명되었고, 또한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대가들도 그 결과를 인정하였다. 이것을 ‘자본논쟁’이라고 한다. 하지만, 2023년 현재까지도 신고전학파의 이론은 폐기되지 않고 있다. 이것이 바 로 종교의 힘이다. 즉,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갈렐레오와는 반대로 이야기한다. “그래도 천계는 돈다.”
--- p.96, 「2장. 경제학의 핵심 개념:화폐, 자본, 시장, 경쟁, 가격」 중에서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금융시장에서의 투기수요를 합리화하는 이론이 소위 효율적 시장가설(efficient markets hypothesis)이다. 그에 의하면 시장은 언제나 모든 가용한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며, 시장 가격은 항상 옳고, 따라서 세세한 규제는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명제는 특히 금융 시장, 그 중에서도 증권사들이 너무도 믿고 싶어하는 명제이다.
하지만 이 이론은 사실 극도로 비상식적인 가정에 의거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러한 비상식적인 가정의 일부만 소개한다면, 모든 경제주체는 미래에 대하여 항상 같은 의견을 가지고, 미래에 기업이 가지는 현금흐름의 확률적 분포는 이미 모두 확실히 알고 있고, 그 확률의 분포는 정규분포를 따르며, 모든 경제 주체들은 무제한적으로 무이자로 돈을 차입할 수 있고, 어느 누구도 채무 불이행을 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비현실적인 가정을 사용하여 수식을 만들었고 증명한다는 것이 도대체 현실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가정이 비현실적이라도, 그러한 모델이 현실을 잘 설명하면 된다는 것이 결국 궁색한 변명인데, 이는 태양 흑점의 운동에 근거한 경기변동이론이라도 경기변동을 잘 설명하면 된다는 이야기와 같은 논리이다.”
--- p.111, 「2장. 경제학의 핵심 개념:화폐, 자본, 시장, 경쟁, 가격」 중에서
“노동시장의 공급과 수요곡선에 의하여 경제의 생산량이 결정된다는 이론은 모순적이거나 비상식적인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가정들은 노동시장에서의 균형은 자연적 법칙에 의하여 따른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이론적 가정들이다”
--- p.131, 「3장. 소득과 고용의 결정 이론-유효수요의 원리」 중에서
“그런데 이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는 그 여왕이 가지고 있는 마법의 상자, 즉 생산함수가 엉터리임이 드러나는 순간 연기처럼 사라져 버릴 운명을 가지고 있다. 주류경제학의 대표적인 베스트 셀러 교과서는 맨키우(Gregory Mankiw)의 경제학 원론과 거시경제론인데(Mankiw 2017), 대학의 경제학과과정에서는 이 책을 암기하도록 강요하며, 모든 취업 시험은 이 책의 이론에 기반하여 출제되고, 신고전학파 경제학자와 대부분의 재무성/기획 재정부 관료들은 이 책을 마치 성서와도 같이 여긴다. 하지만, 그 책은 앨 리스의 이상한 나라를 마치 현실인 것처럼 혼동하면서 서술된 책에 불과하며, 그 책의 전체는 [위와 같은 비상식적인 가정을]부정하는 순간 휴지조각 이 되어버린다.”
--- p.140, 「3장. 소득과 고용의 결정 이론-유효수요의 원리」 중에서
“사회전체가 동시에 실질임금을 인상하지 않는 경우, 자신 혼자만이 실질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는 자살행위이다. 즉, 모든 기업들이 실질 임금을 인상하면 모든 기업이 이득을 보지만, 각 기업들의 자발적 의사결정에 의하여는 실질임금은 상승할 수 없다. 이는 합성의 오류의 대표적인 예이다. 따라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러한 실질임금의 상승을 주도하여야만 한다.”
--- p.147, 「3장. 소득과 고용의 결정 이론?유효수요의 원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