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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14세 징용자였다

아버지는 14세 징용자였다

지성호 | 논형 | 2022년 10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0 리뷰 1건 | 판매지수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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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170*240*30mm
ISBN13 9788963579870
ISBN10 8963579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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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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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동네 목욕탕에 가야겠구나 싶어 갈아입을 속옷을 찾으려고 서랍장을 여기저기 뒤적이는데, 깊숙한 곳에 두툼한 원고 뭉치 서너 권이 검은 철끈으로 묶이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게 뭐지?’
붉은 칸이 쳐진 200자 원고지에는 일제강점기 열네 살 징용자로 끌려간 아버지의 육필수기가 쓰여 있었다. 맞춤법이나 문장이 한 세대를 지난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읽기에 불편함은 없었다. 나는 원고 뭉치를 들고 일어서서 한 장 한 장 읽어 나가다 문장 속으로 점점 빠져들었다. 허리가 아팠으나 원고지에 눈을 떼지 못한 나는 이불을 들추고 아랫목에 앉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 p.9

“다들 시절을 잘못 타고나서 쌩으루다 고상이여, 씨부럴노므 시상 확 뒤집어지야 헐 판인디!” 분개한 마음에 모두 침묵에 빠져들었다. 인간에게는 누구든 악마적 속성이 잠재되어 있다. 이들을 여기까지 내몬 일제의 앞잡이들은 어떻게 그리 야차같이 동족의 피눈물을 빼먹고도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다는 말인가. 그들은 평소에는 선량한 가장이었고 이웃과 더불어 정을 나누던 사람이었을 터였다. 하지만 거대한 악이 권세를 휘두르자 자신만 살겠다고 마음속의 악마를 불러낸 자들이었다. 마치 여름날 기어 나와 살갗의 가장 약한 부분에 빨판을 꽂고 피를 빨아대는 각다귀처럼 먹고살아야 한다는 우활(迂闊)한 명분 뒤에 숨어 동족의 숨통을 조이는, 그들은 자신의 잃어버린 마음을 찾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련한 족속들이었다.

일제의 군국주의는 귀축영미(鬼畜英美)라는 공동의 적을 설정하고 거짓 신을 내세워 전 국민을 황국신민으로 일체화하면서 그 밖의 어떤 비판과 도전도 철저하게 탄압하고 봉쇄했다. 이제 개인의 사랑, 행복, 불행과 슬픔 조차도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 천황이라는 바알(Baal) 앞에 신의 자비와 긍휼이 사라진 제국. 신이 사랑한 사람들은 간데없고 전쟁의 화염을 부채질하는 사탄이 선량한 사람들을 쓰러트리는 세상. 그것은 너무도 부자연스러운 억지여서 그들에게 통찰력이 조금만 있었더라면 제국은 아침 안개처럼 스러지고 말 것을 내다봐야 마땅했다.
--- p.62~63

배가 내해를 벗어나 큰 물결이 이는 바다 한가운데로 나왔다. 성난 파도가 거슬러 오는 곤고마루를 향해 날을 세우고 온몸으로 솟구쳐 올라 무망한 타격을 쉴 새 없이 되풀이하지만, 거대한 철선의 침로를 1도도 바꾸지 못했다.
‘정녕 되돌아갈 수 없는 것이로구나.’
재호는 큰 파도가 몰려와 뱃전을 때리면서 텅텅 부딪는 소리가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통곡하는 몸 안의 울음소리로 들렸다. 누워 바라보는 선실의 하얀 천정으로 요시다에게 이끌려 그곳에 이르는 동안 탈주의 기회를 놓쳐버린 아쉬운 순간들과 어머니와 동생들, 그리고 형과 형수의 먼 그림자 같은 모습들이 활동 영화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 p.119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우련하게 새어 나오는 불빛이 깜박거리는 마을 두 곳을 지나 일본식 판자 건물 앞에 광차가 멈춰 섰다. 재호가 다니던 소학교와 외양은 같았으나 규모가 작은 건물이었다. 두 동의 건물 중 궤도에 인접한 건물 현관에 미쓰이 광산주식회사 산루광업소(三井鑛山株式會社 珊瑠 鑛業所)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일행을 여기까지 끌고 온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150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한 콘체른(Konzern)으로, 일본 최대 재벌인 미쓰이 그룹의 광업소였다. 마당에는 국민복에 전투모를 쓴, 광업소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마당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행을 조선에서 끌고 온 일본인들이 광차에서 뛰어내리자 직원들은 무슨 개선장군이라도 맞이하는 양 호들갑을 떨어대며 악수하고 포옹하면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마당에 서 있던 몇 명의 직원은 새로운 먹잇감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듯 ‘내리지 마!’, ‘움직이지 마!’ 등의 짧은 군대식 명령을 큰 소리로 외쳐대며 전쟁 포로나 죄수를 다루듯 거칠게 굴었다.
--- p.131~132

그런데 그날은 평일보다 10분 정도 빨리 무리가 돌아와 취사반 사람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밖을 내다봤다. 누군가가 들것에 실려 오고 있었다. 야마모토가 현장에서 쓰러져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진 것이었다. 야마모토는 그날 밤을 넘기지 못하고 숨을 거둠으로써 두 번째 희생자가 되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지만, 죽음의 방식과 애도의 방식은 그렇지 않았다. 사람이 일하다 죽었는데도 감독들은 장례용품 하나 주지 않았고 그저 방관했다. 모두 망연자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가네가와가 1반 반장으로서 망자를 위해 할 일을 다했다. 망자가 덮던 이불 홑청을 뜯어 그 한쪽 면을 여러 쪽으로 찢어낸 다음 이를 엮어 끈으로 만들어 가까스로 망인의 수족을 거둘 수 있었다. 남은 한 면으로는 수의 대신으로 시신을 싸매주었다.

다음 날 감독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상시와 다름없이 작업을 진행시켰다. 노동자들이 아침 점호를 마치고 일터로 떠난 뒤 한참이 지나서야 화장터로 운구할 썰매가 도착했다. 이케다와 취사장 사람들이 시신을 들어 썰매에 안치하고 동여매주었다. 남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것뿐이었다. 썰매는 이윽고 출발했다. 바라보는 사람들은 모두 납덩이처럼 무거운 마음으로 야마모토를 떠나보냈다. 아무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 p.218~219

“대장님, 우리는 인자 이곳을 탈출허려구 나섰시유. 인사두 없이 떠난다는 그이 도리가 아니다 싶어 대장님을 깨운 거시쥬. 우리가 떠난 후에 대장님이 겪으실 고충을 생각허믄 그저 지송허구 또 지송헐 뿐이쥬. 그렇지만 은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차라리 산죽 정글 속으서 죽는 한이 있더라두 탈출하려구 혀유. 이해해 주실 줄 믿어유. 대장님은 책임 있응께 대원들을 잘 보살피노라면 반드시 고양으 갈 날두 오겄지유.”
이케다의 숨죽인 말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 대경실색한 대장의 낯빛이 순식간에 변하여 무슨 일이라도 벌이면 어쩌나 마음을 졸이며 지켜봤다. 하지만 대장은 한 손으로 뒤통수를 박박 긁어 대며 입맛을 쩍쩍 다실 뿐 어떤 말도 꺼내지 못했다. 말을 마친 이케다는 다시 한번 대장의 손을 두 손으로 꽉 쥐었다 풀며 일어섰다.
“그럼, 대장님, 안녕히 계슈.”
이케다가 단호한 태도로 인사를 할 때 일행 세 사람도 같이 고개를 숙였다. 막 발걸음을 떼려는데 대장이 비로소 말을 꺼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져 복잡한 심사요. 내가 그동안 제일 신뢰했고 많은 도움을 받아온 처지라 막지는 않겠소만, 내 입장에서 잘 가라고는 하지 않겠소.”
--- p.237~238

재호는 얻은 종이를 들고 복도를 밝히는 전등불 밑에 엎드려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재호는 ‘어머니 전 상서’라고 막상 적고 나니 무슨 말을 이어 나가야 할지, 할 말은 많은데 말들이 두서없이 헝클어져 잠시 숨을 골라야 했다. 더구나 일제는 강제동원 지역에서 발송되는 우편은 빠짐없이 검열한다는 말을 들은 탓에 혹시라도 어머니와 가족들이 화를 입지나 않을까 염려되어 조심스러웠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려는데 재호의 다리가 굳어 당기고 아팠다. 누워서 한참을 다리를 굽혔다 폈다를 반복했다. 뭉친 근육을 푸는 운동을 하고 일어나 복도의 시계를 보니 일곱 시가 조금 지나고 있었다. 오무역으로 나가 몬베쓰 행 기차표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 피야에라를 만나보려고 모피 가게에 들렀으나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문이 닫혀 있었다. 간밤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피야에라와 그렇게 헤어진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되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 p.319

8월 16일, 아침을 먹고 난 재호 일행은 일단 마쓰야마 항구를 찾아가기로 했다. 거기로 가야만 제대로 된 소식과 이후 전개될 일들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놀랍게도 그들과 같은 생각으로 모인 남루한 복장에 야윈 몰골의 조선인 수백 명이 거기에 모여 있었다. 다들 헤아리기 어려운 감정으로 아리랑을 부르고 나서야 비로소 해방의 의미를 실감했다. 이제 징용이란 이름으로 끌려온 노동자들은 그 무겁던 노예의 족쇄를 풀고 해방된 자가 된 것이다.
--- p.368

“땡그렁! 땡그렁!”
길고 긴 전쟁이 끝나고 일본이 물러났다고.
“땡그렁! 땡그렁!”
슬픈 이별 없는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
“땡그렁! 땡그렁!”
새 하늘 새 땅이 이 나라에서 이루어지기를.
“땡그렁! 땡그렁!”
그러나 재호와 화서의 귀에는 여전히 이렇게 들렸다.

“천당! 천당! 천당!”
--- p.405

아버지는 올해로 96세이시다. 그 세대가 그렇듯, 험한 시대의 온갖 악조건을 헤쳐 나오셨다. 일제강점기 열네 살이라는 어린 나이로 징용되어 끌려갔고 해방공간의 혼란에 이어 5년 만에 터진 한국전쟁 때는 군에 소집된 참전 용사이기도 하다. 그 후로도 강대국 사이에 낀 분단국가의 모순을 온몸으로 겪어낸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삶의 굴곡을 감당해야만 하셨다. 다행히도 아버지는 당신이 어린 나이에 겪은 시대의 고통을 세세한 기록으로 남기셨다. 전 4권의 장편 실화소설 『도벌에게 짓밟힌 엽전』이 그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90세가 될 때까지 꼭 검지에 침을 묻혀 자판을 하나하나 두들기며 여러 교회 연대사도 집필하셨다.
--- p.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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