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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공간 앨리스

네온사인-0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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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96쪽 | 178g | 116*183*12mm
ISBN13 979115740390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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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차원과 차원 사이에 걸쳐진 존재 같았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곳에 굳어져버린, 능력을 갖게 된 게 아니라 능력에 붙들려버린 존재 같았다.
--- p.10~11

“빙의는…… 우리가 잡을 수 있지 않나.”
거기까지만 해도 뭘 하자는 얘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의 말에 반응을 좀 보여달라는 뜻이었겠지. 그러나 물이 튄 곳에는 꼭 뜨거운 기름이 있고, 뜨거운 기름이 튄 곳에는 꼭 맨살이 있게 마련이었다. 적어도 우리는 매번 그랬다.
“어떻게 잡냐? 볼 때마다 쫓아가냐?”
“우리라면…… 쉽게 쫓아갈 수 있지 않나.”
“카운터 보다 쫓아가냐? 고기 굽다 쫓아가?”
--- p.25

자연스럽지 않은 건 우리를 대하는 여자의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그리고 흠결 하나 없이 깨끗하지만 고장 난 형광등처럼 깜박이던 여자의 빛무리 몸.
“아시고 왔겠지만, 저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에요.”
남자가 화장실에 간 사이, 여자는 안방을 가리키며 우리에게 말했다. 요원 역할이 제일 잘 어울리는 지나가 노련한 표정으로 여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는요?”
--- p.59

어느새 여자가 우리 뒤에 와 있었다. 말을 잇지 못한 채 소금 기둥처럼 서 있었다. 놈은 여전히 아이의 얼굴인 채였다. 여자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번에는 텔레파시가 아닌 육성으로 말했다.
“내놓으랄 때 내놓았으면, 다 잃지는 않았을 텐데.”
여자가 말소리도, 숨소리도 아닌 소리를 냈다. 표정도 없이 얼굴근육이 요동치고 있었다.
“엄마, 사랑해.”
데커가 아이의 얼굴로 씩 웃은 다음 다시 말했다.
“라고 네 딸이 외치는군.”
--- p.87

우럭 안에 있는 유이가 성질을 참지 못하고 섣부른 말을 꺼냈다.
“그래서, 형한테 다 덮어씌우겠다?”
광어는 우럭을 보지도 않고 말했다.
“재밌는 애를 데리고 왔네?”
“뭐?”
“장악 능력이 있는 모양인데 내가 그런 것도 모를 줄 알았어?”
“…….”
“지금 너희 친구가 장악한 형은 여러 인격 중 하나일 뿐이야. 형의 주 인격이 바뀌면 너희 친구는 어떻게 될까?”
지나와 나는 거의 동시에 텔레파시로 외쳤다.
― 유이야, 당장 거기서 나와.
--- p.109

미행이 길어져서 들킬 것 같기는 했다. 안 들킨다고 더 유리할 것도 없어서 대놓고 따라다녔지만 경호원이 와서 창문을 두들길 줄은 몰랐다.
“아, 네. 길 좀 찾느라. 차 빼겠습니다.”
믐이 대충 둘러대고 차를 출발시키려 하자 이번에는 여러 명이 차 앞을 가로막았다.
“회장님이 안으로 모시랍니다.”
잡아뗄 거면 회장님이 누구냐고 하든지. 믐은 당황한 나머지 “누굴요? 저를요?” 하고 말았다.
“네 분 다 안으로 모시랍니다.”
--- p.133

“지금 나가!”
“예!”
어른 남자가 말하고 아이들이 답하자 내가 누운 침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에 어른거리는 빛이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졌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훨씬 더 밝았다.
“오늘 너희는 악령이 비유가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 p.154~155

나는 기절하는 기분이었지만 곧 깨어났다. 내 머릿속에서 유이와 함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었다. 레일이 존재하지 않아서 그때그때 레일을 만들어가는 느낌이었는데, 머릿속을 돌고 돌아 어느 순간 최초의 자리로 돌아왔을 때 내가 이미 알고 있던 궤적이 완성되며 유이의 손에 빛의 창검이 자라났다. 지나의 머리를 읽은 건 그렇다 치고, 빛의 무기를 쓰는 것까지 가져갈 수 있을지는 몰랐다.
― 어떻게 한 거야?
― 몰랐느냐? 이런 데선 내가 왕이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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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은 자라 무엇이 될까? 아르바이트를 하며 진상 손님을 골탕 먹이는 데 능력을 사용하는 이 발랄한 초능력자들은 때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때론 원한을 풀기 위한 복수를 감행하며, 때론 남몰래 세상을 구한다. 이들이 가진 진짜 초능력은 서로가 빛으로 둘러싸인 눈부신 존재임을 아는 것이고, 우리의 육체가 그 빛을 가두는 감옥인 동시에 서로와 만나기 위한 우주선임을 잊지 않는 것이다.

다른 차원의 힘을 갖고도 지구에서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에게, 선량함은 거창한 이름이 아니라 서로를 끌어당기기에 꼭 알맞은 체온이다.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 자라 아이들을 구하는 이야기, 사람을 돕는 일이 곧 스스로의 상처를 보듬는 놀라운 치유가 되는 이야기, 자신의 뾰족한 무기가 실은 구원의 열쇠란 사실을 귀띔하는 이런 이야기가 이 세상과 투명하게 겹쳐져 있다는 믿음은 아무런 빛깔 없이도 우리의 마음을 환히 밝힌다.
- 우다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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