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사회 변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고, 반대로 변화된 사회 모습이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꿔놓기도 했다. 고대를 거치면서 전쟁은 구조적으로 소수의 전사 집단(특권 계층)이 승패를 결정짓는 의식적인 행위에서 점차 다수의 시민병을 중심으로 한 실질적인 무력 행위로 확대되어갔다. 전쟁이 반복되고 규모가 커질수록 평민층의 협조가 더욱 절실해졌고, 공동체의 안위라는 명분만으로 그들의 전쟁 참여를 독려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따라서 전쟁 참여와 소득 수준 향상에 따른 납세로 책임을 다하게 된 시민이 특권 계층에게 정치권력의 분배를 요구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 p.27~28, 「1장 「서양 고대 세계의 전쟁」」중에서
백년전쟁은 유럽에 항구적인 전쟁상태의 지속이라는 씨앗을 뿌렸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유럽에서는 1337년부터 1945년까지 600여 년 동안 여러 국가 간의 합종연횡이 이루어지는 국제전이 지속되었다고 볼 수 있다. 19세기 혁명의 시대와 20세기의 양차 세계대전을 별도로 놓고 본다고 해도 이 폭력의 집중과 집적, 그리고 전쟁이 전쟁을 불러일으키는 연쇄반응은 적어도 1815년 나폴레옹 전쟁이 막을 내릴 때까지 지속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의 국가는 국가전쟁을 목적으로 한 전쟁국가로 발전하게 되었고, 상시적인 전쟁 준비를 위해 과세가 이루어졌다. 이 과세의 목적이 타당한지에 대해 논의하는 대의제가 일반적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를 번거롭게 여기면서 관료제를 발전시킨 프랑스에서는 절대왕정이 자리 잡기도 했다.
--- p.108~109, 「2장 「서양 중세 세계의 전쟁」」중에서
헝가리 연합군의 패배로 유럽 전역은 공포에 떨었다. 유럽에는 이제 몽골군을 저지할 군대가 없었다. 그러나 몽골군은 계속해서 전진하지 않고 갑자기 몽골 제국의 수도 카라코룸으로 회군했다. 당시 몽골 황제 오고타이가 사망해 원정군을 이끄는 바투와 수부타이가 제국의 칸을 선출하는 쿠릴타이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몽골의 유럽 원정은 막을 내렸다. 유럽은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몽골은 유라시아에 걸친 정복 전쟁을 벌여 전례 없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동해에서 지중해와 카르파티아산맥에 걸쳐 영역을 넓혔고, 전성기에는 100만 명이 넘는 군대를 보유했다. 몽골군이 전쟁에서 연전연승할 수 있었던 것은 초원의 전술을 새로운 전술과 무기, 새로운 전쟁 형태에 실용적으로 조화시켰기 때문이다.
--- p.165, 「3장 「고?중세 동양의 전쟁」」중에서
이렇게 ‘장창과 소총’이 결합한 보병의 전투력이 중세 백년전쟁을 수놓았던 기병의 무훈시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총병은 적군 기병대에 선제 공격을 가했으며, 3~7.5m 길이의 장창을 지닌 창병은 기병대의 돌격으로부터 총병을 보호하는 한편 적진으로 쇄도해 육박전을 벌였다. 1498년 프랑스의 샤를 8세가 이탈리아를 침공했을 때 병력의 절반이 기병이었다. 하지만 1524년 프랑수아 1세가 이탈리아를 침공했을 때에는 병사의 20%만이 말을 타고 있었다. 1700년 무렵이면 유럽 군대의 대부분은 보병 75%, 기병 25% 정도로 구성된다.
--- p.180, 「4장 「화약전쟁의 시대와 유럽의 변화」」중에서
18세기 보병의 전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창병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것은 개인 화기인 머스킷의 개량이 가져온 대표적인 변화였다. 17세기까지 머스킷은 장전과 발사 과정이 더디고 번거로운 화승식 격발장치를 사용했다. 하지만 18세기 들어 부싯돌 마찰로 일어나는 불티로 화약을 터뜨리는 수발식이 발명되어 화승식 머스킷을 대체해나갔다. 수발식 머스킷은 여전히 전장식 장전 방식이었지만 간편한 발화 과정으로 일제사격이 가능했다. 게다가 총검의 고리를 총열에 고정하는 방식인 고리형 총검의 발명으로 총검을 부착한 상태에서도 사격이 가능했다. 고리형 총검 덕분에 모든 보병이 창병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전장에서 창이 완전히 사라졌다. ‘장창과 머스킷’의 시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총검보병’의 시대가 온 것이다.
--- p.225, 「5장 「전쟁과 혁명의 시대」」중에서
이처럼 그 자체로는 무해한 철도 운송은 19세기 후반에 점차 전쟁 수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철도가 대규모 병력과 군수물자 등을 신속하게 전장으로 이동시키면서 시간·공간·힘이라는 전략의 3대 요소 중 특히 시간 요소를 크게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서 한발 앞서 있던 독일은 동원 방식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반복 숙달한 결과 20세기 초에 이르면 동원 개시 2주 안에 대규모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바야흐로 속칭 ‘철도 시간표’ 전쟁이 발발할 여건이 무르익고 있었다. 바로 그 중심에 독일군의 작전계획인 ‘슐리펜 계획’이 놓여 있었다. 모두들 누군가 화약고에 불을 붙이기만 내심 바라는 듯한 ‘불길한’ 분위기가 20세기 초반 유럽 대륙에 감돌았다.
--- p.277, 「6장 「산업화 시대의 전쟁」」중에서
원균이 전사한 후 삼도수군통제사에 재임명된 이순신은 잔여 13척의 함선을 모아 ‘일부당경 족구천부’, 즉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적 천 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는 정신으로 9월 16일 일본 수군과 명량해전을 벌였다. 일본은 열 배가 넘는 함선으로 이순신 함대와 맞섰으나 결국 구루시마 미치후사 등이 전사하는 패배를 당했다. 이로써 전라도와 충청도 해상에서 육상으로 진군하는 일본군을 지원하려는 일본 수군의 계획은 좌절되고 웅천 방면으로 퇴각했다.
--- p.322, 「7장 「동아시아의 전쟁」」중에서
1941년 6월 독일은 소련을 침공했다. 영국을 굴복시키지 못하고 북아프리카까지 전역을 확대한 상황에서 독일은 왜 불가침조약을 파기하면서까지 소련을 침공했을까? 독일은 그들이 지닌 전통적인 전략적 약점인 양면 전쟁을 피하려 했다. 따라서 영국이 힘을 회복하고 미국이 본격적으로 참전하기 전에 소련을 굴복시켜야 했다. 역설적으로 예상보다 강한 영국의 저항과 예견되는 미국의 참전이 소련과의 전쟁을 앞당긴 촉진제가 된 것이다. 또한 독일이 장기 총력전을 수행하려면 소련이 차지한 지역의 자원이 필요했다. 히틀러의 저서 『나의 투쟁』에서도 언급했듯이 우크라이나의 식량, 우랄의 지하자원, 캅카스 일대의 유전, 시베리아의 삼림자원은 독일의 전쟁 수행에 필수적인 요소였다.
--- p.424, 「9장 「제2차 세계대전」」중에서
한국전쟁이 가져온 국제 정세의 변화는 극적이었다. 미국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급감한 국방비를 대폭 늘렸고, NATO의 군사력을 강화했으며, 서독 재건에 박차를 가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전쟁으로 타이완에 대한 중국의 공격이 연기되었으나, 이 전쟁으로 중국 내에서 마오쩌둥의 위상이 더욱 강화되었다. 마지막으로 한반도에서 3년 동안 치열하게 전개된 이 전쟁은 냉전과 탈냉전을 지나 새로운 냉전 시대에 접어든 오늘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한과 북한으로 갈라진 두 국가는 냉전 시대 내내 상대방을 적대적으로 생각했으며, 탈냉전 시대에는 몇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려 했으나 주목할 만한 성과는 이루지 못했다. 또한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위협으로 인해 한반도와 주변 국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 p.487, 「10장 「냉전 시기의 전쟁」」중에서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 관점에서 탈냉전기의 전쟁은 유일 강대국 미국의 정치, 경제, 군사적 능력을 고갈시켰던 전쟁으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은 2001년 일극체제 중심으로 유일 강대국의 지위를 향유했지만, 2021년 현재 시점에서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며,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면서 지난 20년 동안의 노력에 대한 적절한 성과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2022년 2월 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탈냉전기 전쟁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의미는 바로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를 예측보다 빠르게 종식시켰다는 사실일 것이다.
--- p.555, 「11장 「탈냉전기의 전쟁」」중에서
과거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우주전도 이제는 현존하는 안보적 위협이 되었다. 우주전은 우주공간에 위치한 행위자들 간의 전쟁부터 우주와 지상 간의 무력 충돌 행위까지 포함한다. 즉 우주와 지상 간의 전투는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위성에서 지상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것과 지상의 무기가 우주에 있는 위성 등을 파괴하는 행위들을 포함한다. 현재 국제조약에 따라 우주공간에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의 배치와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데도 국가는 조약을 교묘히 피해 활발하게 우주전을 위한 무기의 개발과 실험을 진행 중에 있다. 또한 앞선 우주 과학기술을 가진 미국, 러시아, 인도 등 주요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우주전을 담당하는 전문 조직과 부대를 창설해 운영 중에 있다.
--- p.609, 「12장 「21세기 전쟁과 미래 전쟁」」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