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시작, 오너의 메시지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위기를 자주 겪게 된다.
불가피한 외부환경의 변화부터 시작해서 시장 점유율 하락, 현금흐름 악화, 인력 이탈, 내부 운영상 이슈 등 다양한 형태로 위기가 불현듯 찾아온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가 발생하면 보통 측근의 임원들을 먼저 찾는다.
회의를 소집하고, 상황을 보고 받고, 때로는 오너 스스로 고민에 잠기기도 하고, 아니면 위기와 관련되어 보이는 임원을 질책하고 책임을 묻기도 한다. 어떻게든 지금의 힘든 상황을 누군가와 나누고 고민의 무게를 덜어야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1차적인 논의의 시간을 거치고 나서 상황 파악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대응 방안이 하나둘씩 만들어지면 이제부터는 구성원들에게 메시지를 던지기 시작한다.
「지금 위기다.」
「긴장해야 한다.」
「극복할 수 있다.」
「힘내자.」
「다 잘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메시지를 강조할 것이다. 이 흐름까지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위기에 대응하는 기업 오너의 자연스러운 단계이지 않을까.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위기와 관련된 메시지가 구성원들에게 처음 전해질 때는 힘을 가졌다가도 던져진 후에는 ‘일관성’이라는 험난한 파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의 위기를 급박하게 대응하기 위해 말을 던지는 것은 쉽지만 그 이후에 오너가 진행할 여러 의사결정 사항들, 특히 조직개편이나 인사발령과 같은 중요한 결정에 있어 앞서 던진 메시지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메시지가 오너의 입에서 나온 이후 일관성의 파도를 잘 타지 못하면, 결국 그 메시지는 바다에 파묻혀 버리게 되고, 대부분의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잃을 것이며, 이러한 경험은 훗날 위기가 잘 극복되었다 하더라도 기업경영에 있어 평상시 다른 메시지의 무게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오너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위기일 때는 “나중에 좋아지면 충분히 보상하겠다. 잘 해주겠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면서 직원들을 독려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위기가 끝나고 정상화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잘 해주겠다”라는 약속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오너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오너 입장에서는 본인에 대한 신뢰를 잃든 말든 신경쓰지 않고, 어차피 내가 월급을 주는 사람이고, 그들 역시 월급을 받기 위해 일하는 것이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뢰를 잃은 오너는 앞으로 계속 끊임없는 배신감과 실망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또한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앞으로 계속해서 사람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고 하면, 과연 본인은 그 길을 고집할 것인가? 특히 크리스천 오너라고 하면 더더욱 이 부분은 유념해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물론 오너 본인이 했던 말을 100%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 역시 100%의 신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명시적으로 제시했던 중요한 메시지의 절반 정도만 지켜준다면 충분히 신뢰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지킬 자신이 없다면 애초에 메시지를 던지지 않는 것이 좋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낫다. 직원들도 회사라는 곳에 대해서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일을 하기 때문에 기업경영상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부분도 인정할 것이다.
다만, 메시지의 유무를 떠나서 크리스천 오너라고 하면 반드시 지켜야 할 중심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솔선수범’이다. 지금이 위기라면 오너 본인이 위기에 놓인 사람처럼 행동해야 한다.
창의성을 강조할 것이라면 오너 본인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창의적인 시도를 해야 한다. 수평적 문화를 강조할 것이라면, 오너 본인이 직원들과 수평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이렇게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백마디 말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많은 오너들이 이 부분을 간과하기 때문에 메시지의 힘이 떨어지는 것이다.
구성원들에게 제시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가? 그렇다면 그 메시지를 제시하기 전에 본인이 먼저 행동으로 충분히 보여주자. 그 후에 메시지를 제시하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것이다.
“만일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일용할 양식이 없는데 너희 중에 누구든지 그에게 이르되 평안히 가라, 덥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야고보서 2장 15~17절)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