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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운명

: 세기의 걸작들은 어떻게 그곳에 머물게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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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298g | 127*188*12mm
ISBN13 9791192768168
ISBN10 119276816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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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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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존경하는 화가들, 즉 앵그르나 고갱, 세잔, 마네의 그림이 놓인 루브르 박물관에 자신의 그림이 나란히 걸리기를 바랐던 피카소, 〈아비뇽의 아가씨들〉이 자신의 그림 인생은 물론 전체 미술 세계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가치에 대한 믿음을 지녔던 피카소는 두세의 터무니없는 약속에 희망을 걸었던 것이다.
--- p.22

어찌 보면 사전트가 그린 〈마담 X〉는 유럽이 아닌 미국에 어울리는 그림이었는지도 모른다. 당시 파리 사람들에게는 온갖 사회적 제약 속에 갇힌 채 얌전히 집 안에만 머무르는 여인들의 모습이 익숙했다. 따라서 자신감 넘치고 거만해 보이는 고트로의 표정과 태도에서 ‘어울리지 않는, 불쾌한, 상식 밖의’ 모습을 발견하고 거부 반응을 보인 것이다.
--- p.49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가다 그림 앞에 도달하는 순간 관람에 주어지는 순간은 단 몇십 초. 하루 3만 명의 관람객 중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루브르 박물관에 들른 사람이 80%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조치는 불만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관람 시간에 대한 제한 조치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관람객이 몰리는 통에 그림 감상에 주어진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방탄유리에 덮여 있고 3미터 떨어진 곳에서나 볼 수 있을 뿐이다.
--- p.57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욕심이라 비난 받았던 자신의 예술적 신념에 대한 고집이 드디어 결실을 얻은 것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일 수도 있다. 더불어 자신의 그림 스타일에 영감의 원천이 되어 준 로마와 피렌체에 대한 무한한 감사와 확고한 신의를 보여주는 것이리라. 앵그르의 그림 인생에 있어 이탈리아에서의 시간들은 근본이 되는 토대를 가지고 온갖 비판으로부터 거리를 둔 채 내면의 평화와 믿음을 유지하게 해 준 고맙고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 p.89~90

마티스가 당시 반즈의 원칙에 실망하고 분노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반즈가 자신에게 거대한 작품을 의뢰하고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준 데다 결과물까지 인정해준 것에 대해 고마워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반즈의 적극적인 작품 수집과 예술에 대한 지원, 교육 철학 등을 높이 샀다. 재단의 건물을 자신의 작품으로 수놓을 수 있도록 기회를 준 의뢰인에게 마티스는 예술가로서 감사한 마음을 끝까지 간직했다.
--- p.120

조르조 바사리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를 두고 “고대 그리스나 로마 또는 당대의 크고 웅장한 조각상들을 포함해 현존하는 모든 조각상들을 뛰어넘는 최고의 작품”이자 “죽은 이의 생명을 되살리는 기적”이라고 불렀다. 너무도 뛰어난 덕분에 예술적으로는 물론이요, 정치적으로도 끊임없는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엄청난 존재, 혹자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끌림과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박적인 존재인 것이 분명한 듯하다.
--- p.135~136

뉴욕의 주류 미술관들은 여전히 유럽 미술에 높은 점수를 준 반면 로스코 등 미국의 신진 예술가들에게는 야박하게 구는 경우가 많았다. 평론가들은 색으로만 채워진 로스코의 그림들을 보면서 장식적이라느니, 무의미하다느니, 가볍다느니 하는 말들을 늘어놓았다. 심지어 혹자는 페인트 색을 무엇으로 칠할지 결정하지 못한 아내를 위해 남편이 만든 페인트 견본품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 p.143

아이러니하게도 생전 무명이었고 이후로도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한 그 이유로 고흐의 작품들은 유족의 손에 오랫동안 간직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그 작품들은 비교적 흩어지지 않고 그만의 미술관으로 옮겨질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우리는 고흐의 수많은 작품들을 그의 삶의 근간이자 마음의 고향이었던 네덜란드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 p.161

알쏭달쏭한 그림만큼이나 인생 자체도 이해할 수 없는 행적으로 가득한 살바도르 달리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생각을 그림이나 글로 표현하는 데 능숙했다. 그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이것이 설명할 수 없는 무의식을 다루었기에 그의 그림은 이해될 수 없는 것이었고 어쩌면 애초에 이해할 필요가 없는 그림인지도 모른다.
--- p.165

어디에 전시되어 있든 로댕의 작품은 본질적으로 변함이 없다. 그러므로 로댕의 작품을, 그것도 대표작을 여러 곳에서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것은 분명 행운이 아니겠는가.
--- p.186

이렇게 그의 그림을 프랑스가 아닌 다른 곳에서 쉽게 발견하다 보면 그의 노력에 인색했던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이겨낸 뚝심이 세잔의 괴팍함과 고집에서 비롯된 것이었을지언정 그가 느꼈을 외로움과 냉대를 생각하면 조금 슬퍼지지 않는가?
--- p.201

모딜리아니만큼 작품이 여기저기로 흩어져 있는 화가는 드물다 할 만큼 그의 그림은 세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누드화의 경우 개인 소장인 경우가 많다. 비록 그의 그림을 어느 한 곳에서 한 번에 볼 수는 없지만 어딘가에서 뜻하지 않게 발견하는 놀라움과 기쁨도 만만치 않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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