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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과의 입맞춤

남한 | | 2024년 01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4 리뷰 15건 | 판매지수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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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124*189*20mm
ISBN13 9791160201918
ISBN10 116020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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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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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발을 헤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마주쳤던 무수한 세계관이 나를 압도해 온다. 쏟아지는 눈발의 수만큼이나 많은 삶의 논리와 그에 스민 다종다양한 집단 감정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대기는 차가워져서 코끝의 숨결을 작은 고드름으로 얼어붙게 하고 있다. 온갖 세계관의 짓누름에 시달리며 한밤중의 산길을 달려가는 이 모습이야말로 내가 간직한 유일한 정체성이 아닐까? 어쩌면 이 무거운 짓누름 가운데 숨이 끊어질 것 같다.
---「자기를 잃어버린 사람」중에서

나는 나와 비슷한 두려움의 수인이 된 사람들을 도서관의 복도에서 마주치곤 합니다. 그들은 편집증에 사로잡힌 눈빛으로 이 책 저 책을 뒤적이며 무언가를 찾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수치스런 과거가 다른 누군가의 비망록에 적혀 있지 않나 염려하기도 하고, 자신이 절대 누설한 바 없던 비밀을 다른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속삭이지 않나, 하는 의심에 사로잡혀 있기도 합니다.
---「기억의 도서관」중에서

나는 영혼의 벗을 팔아넘겼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팔아넘긴 것은 바로 세상 자체였다. 그럼 에도 그 당시 내가 품었던 간절함과 비슷한 뜨거움을 간직하고, 자연적 인과와 사회적 인과가 되살려지며, 내가 나이 고 타자가 타자이기를 바란다면, 다시 세상이 복원되지 않을까 하는 염원이 인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세상을 팔아버린 사람」중에서

인주는 갈피를 잃어 정신이 해체되고 머리가 여러 덩어리로 분해된 채 허공에 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완전히 미쳤다는 거지. 동시에 이 모든 일들이 살을 에듯 아팠으며 총체적으로 두려웠다. 그동안은 팽팽하게 당겨진 외줄 위에서 가까스로 버티며 살아왔는데, 이제는 외줄에서 떨어진 신 세였다.
---「예언에 갇힌 사람」중에서

이산은 자신이 올무에 걸린 작은 짐승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반항하면 할수록 올무는 자신을 죄어 올 것이 분명했다. 그 어떤 언쟁을 벌이건, 그 어떤 항변을 늘어놓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체념이 일었다. 그럼에도 이것은 자신과 검사보 사이의 언쟁만은 아니었다. 이것은 진실에 대한 문제였으며, 그 문제에 관해서라면 도무지 제어하기 힘든 용솟음이 이산 내부로부터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유령과의 입맞춤」중에서

유진은 희뿌연 빛을 발하는 강물을 바라보며 자신의 서 약을 되새겨보았다. 내가 했던 맹세가 그 심각했던 순간을 회피하려던 거짓이었을까? 헷갈렸다. 잠시 뒤 유진은 고개를 흔들어 이를 부인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발아래 밟히는 잔돌들의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마치 할아버지와의 긴밀했던 대화처럼 느껴지듯, 유진은 아직도 자신이 할아버지와의 만남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라는 환각에 사로잡혔다.
---「유령과의 입맞춤」중에서

그는 아예 풀밭에 드러누워 가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밤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반짝였다. 그 가운데에도 선연하게 두드러져 보이는 별이 있었다. 북극성일까? 왜 지금까지 이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유진은 스스로를 책망했다. 이산은 사회주의가 잉태한 영혼 같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그 반대였다. 이산은 철저하게 사회주의로부터 소외되었으며, 완강한 힘으로 이에 맞서 온몸이 부서질 정도로 처절하게 이를 극복하려던 인물이었다. 그런 이산의 본 모습이 선연하게 느껴지며, 그가 던졌던 말의 의미가 생생하게 다가왔다.
---「유령과의 입맞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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