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 뒤에는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가 자신의 양육자여야 한다. 하지만 범죄자들은 많은 경우, 스스로를 키우길 포기하거나 그 필요성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자기 자신을 양육하는 중요성을 많은 사람이 깨닫길 바랐다. 영유아기, 아동기에 받은 상처는 어른들의 책임이지만 성인이 되었다면 어떻게든 스스로를 책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시각각 바뀌는 우리의 감정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그것을 밖으로 꺼낼 때는 어떤 모양이어야 하는지, 어떤 선택이 좋은 선택인지 알아야 한다. 조금이라도 나은 선택을 하고 결정한 것을 지키는 힘이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 p.5, 「프롤로그- 우리는 모두 스스로의 양육자다」 중에서
자신의 능력보다 타인이 원하는 이상이 높거나 자신의 노력보다 스스로의 이상이 높을 때, 이 격차 때문에 끊임없이 갈등하고 상처를 경험하면서 성격이 비뚤어지거나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한다. 처음에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줄이려고 노력하다가 실패를 반복해서 경험하면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괴로워한다. 실제 능력과 무관하게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평가하고 본인처럼 자신을 평가해 주지 않는 타인을 비난하고 조종하려고 한다. 이게 성공하면 가스라이터의 길로 들어서고, 그렇지 못하면 주위 사람들과 계속 갈등을 겪거나 자신의 기준에 맞추지 않는 사람을 처단하려는 욕구가 발동한다.
--- p.23, 「아들이 있는 펜션에서 전남편을 살해한 엄마‘ 중에서
자백을 받으려고 공을 들이는 이유는 단순히 범죄자에게 벌을 주기 위함이 아니다.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에 책임을 지는 것은 너무 당연하나 한편으로는 스스로 어떤 일을 벌였는지 명확히 인식하는 데서 이들의 치료가 시작되기 때문이었다. 계속 부인하다 보면 ‘실제로 내가 한 일이 아닐 수도 있어’에서 ‘아마 아닐 거야’로 그 다음에는 ‘억울해, 내가 한 일이 아니야’로 발전할 수 있고 그렇게 생각해 버리는 순간 치료의 기회가 사라진다. 그래서 본인들이 한 일이 무엇이고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는지 스스로 이야기하게 했던 것이다.
--- p.36-37, 「현실이 된 잔혹극, 미성년자의 초등학생 살인」 중에서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였다던 피의자는 한 번도 갚은 적은 없지만 돈은 빌린 것이라 했다. 휴지를 말아 발가락 사이에 끼워 불을 붙이고, 뜨거운 물을 뿌리고, 주짓수를 하고, 헤드록도 걸었지만 모두 장난이고 놀이였단다. 그 정도 상처가 생기게 때린 적은 없다고 말했다. 혹시라도 본인에게 불리할 것 같은 질문에는 오래된 일이라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모르겠다’, ‘묵묵부답’으로 진술하기 일쑤고 변호사를 선임해 억울함을 표시했다.
--- p.111, 「더 글로리를 연상하게 하는 학교폭력 사건」 중에서
마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감정 중에 분노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고 조절하는지는 범죄 행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선택을 연습하다 보면 내가 선택한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예상하고, 나와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 알게 된다. 또 순간적인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면 이후에 책임져야 할 일들이 무거워지는 것도 알게 된다.
--- p.131, 「견디는 힘을 키우는 선택과 책임」 중에서
성인이 된 우리는, 아니 꼭 성인이 아니더라도 취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어떤 상처가 있는지 찾으려고 마음먹으면 찾을 수 있다. 늘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내 감정보다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먼저 살피려는 부분이 있는지, 또는 외모가 꽤 괜찮은데도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지, 가족 얘기만 나오면 어디라도 숨고 싶은지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보자. 그리고 찾았다면 ‘아, 그래서 그랬구나, 그런 부분 때문에 힘들었구나’ 하고 스스로 위로하고 보듬어 주자. 괜찮다고 이제는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고 토닥이고 치료해 주자. 그러면 당장은 아니라도 조금씩, 발끈 화나는 ‘발끈병’이 치료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p.143, 「마음의 주인이 되는 법」 중에서
가스라이터로부터 벗어나는 최고의 방법은 관계를 최소화하거나 끊는 일이다. 당장 실행할 수 없다면 본인이 처해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스스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면서 서서히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좋다. 가스라이터를 이해하거나 바꾸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게 누구든 상대방을 바꾸는 일은 어려운 일이고 가스라이터라면 더더욱 희망이 없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나’뿐이다. 보통의 관계에서는 나를 바꾸면 상대도 바뀔지 모른다는 희망이 분명 있다. 내가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 상대가 바로 눈치 채고, 만일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상대도 바뀐다. 그러나 조종하거나 통제하려는 사람이라면 더 교묘한 방법으로 가스라이팅하며 괴롭힌다.
--- p.169, 「잘못된 인연 끊어 내기 #1 ― 가족, 연인, 친구의 가스라이팅」 중에서
그 어떤 경우에도 피해자에게 원인을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누구나 피해에 노출될 위험이 있고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평소 생각해 두면 혹시라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스토킹 평가 관리 가이드라인 평가지에서 다루는 피해자 취약성 요인을 살펴보려고 한다. 취약성 요인 중에는 우리가 실현 가능한 부분도 있고 쉽게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어떤 요인들이 위험성을 높이는지 참고할 수는 있다.
--- p.188, 「잘못된 인연 끊어 내기 #3 ― 스토킹」 중에서
나 혼자 어려우면 누구라도 붙잡고 얘기해 보아야 한다. 어려울 땐 도움을 구하고 내가 여유 있고 풍족할 땐 나누면 될 일이다. 도움을 구하는 행동이 구차하고 창피한 일이라는 생각을 내려놓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많은 것이 보일지도 모른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것이 진리이고 우리가 세상과 연결되어 살아가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 p.206, 「세상과 연결되어 살아야 하는 이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