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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헌터

: 어느 인류학자의 한국전쟁 유골 추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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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88쪽 | 490g | 140*210*18mm
ISBN13 9791172130008
ISBN10 117213000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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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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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쪽으로 튀어나온 참호 안에서 발견되었다. 내 머리는 북서쪽을 향해 있었다. 산 정상을 등진 상태였다. 두 손은 모인 채였다. 그 위에 삐삐선이 감겨 있었다. 다른 동료들은 죄다 나를 마주 보고 있다가 눈을 감은 것 같다. 그들은 두 줄이었다. 그들의 손도 삐삐선으로 묶였다. 옆으로 누운 8자 모양의 줄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연결된 각 삐삐선의 길이가 50센티미터였다. 나와 동료들은 손이 묶여 이곳에 끌려왔다. --- p. 28

무엇보다 A17, A18, A19 중엔 어린 학생들이 있었다. 이들의 뼈가 발견된 곳에서는 중中 자 동복 단추가 맣ㄴ이 나왔다. 여러 단추들이 섞인 걸 보면 여러 중학교의 학생들이 섞였다. 1950년대 중학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통합된 곳이었다. 천동 버클도 나왔다. ‘천농(天農)’이라고 쓰인 단추도 나왔다. 천안농업중학교 학생이다. 이들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는 이야기인가. 뼈로 보건대 나이는 16~20세, 18~22세 사이로 추정되었다.--- p. 43

손 선생은 오늘의 선주를 만든 거울 같은 존재였다. 대부였다. 직관과 열정, 과학적 사고의 방법을 배웠다. 손 선생은 발굴 현장에서 돌이 나오면 묻고 또 물었다. 어떻게 쓰였을까. 누가, 왜, 어떻게 만들었을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우리말 고집이었다. 외국어를 우리말로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을 찾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손 선생은 연희전문학교에 다니던 시절, 틈만 나면 선배였던 동주를 찾아가 기숙사 다락방에서 밤을 지새우며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노라고 했다. 뗀석기는 손 선생이 만든 말이었다. 그것은 본래 영어로 플레이크 툴(flake tool) 또는 한자어로 박편(薄片)이었다. 핸드 액스(hand axe)는 주먹도끼로 바꾸었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슬기슬기 사람으로 바꾸었다.--- pp. 48~49

다행히도 나는 14~15세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위턱과 아래턱의 치아를 통해 분석한 결과였다. 치아 뿌리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여자인지 남자인지, 키가 몇 센티미터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내 뼈들은 아이라는 것만을 증명했다. 아, 함께 노출된 나의 파트너 새지기 2-1을 소개해야지. (중략) 새지기 2-1은 여성이며 30~34세로 추정되었다. 키는 150.7센티미터라고 했다. 새지기 2-1과 나는 엉켜 있었다. 그렇다면 새지기 2-1은 엄마인가. 나는 엄마에게 안겨 있다가 최후를 맞이했는가.--- pp. 65~66

승우의 사촌동생 승완은 승우가 고문당했던 공회당에 끌려가 몽둥이찜질을 당했지만 죽지는 않았다. 인민 재판에서 호선 엄마가 죄가 없다고 거들어줘서 살았다. 승완과 함께 끌려간 친형수와 세 살배기 세화, 돌쟁이 민화도 일단 살았다. 승완은 생전에 툭툭 던지듯 말했다. “낫으로 죽였어.” (중략) 죽인 사람들은 죽은 사람들의 집을 차지했다. 신팥집만 그런 게 아니었다. 승우의 사촌동생 승완도 죄인이 되어 집에서 쫓겨났다.--- p. 80

선주는 사람 털의 단면을 미세하게 잘라 분석하는 기계에 관심이 갔다. 이른바 마이크로 톰(micro tom)이었다. 성별·인종별로 체모의 형태가 달랐다. 머리털, 겨드랑이 털, 음모, 다리털도 단면을 잘라놓고 현미경으로 보면 제각기 달랐다. 선주는 샘플링을 해 지구상의 털들이 각기 어떻게 다른지 연구하겠다며 털을 모으기도 했다. 의무장교인 친구에게 부탁해 군부대 안에서 털을 모으다가 정보참모에게 발각돼 곤란한 일을 겪기도 했다. (중략) 사학과 대학원생의 이상한 수업 여행이었다. 치아형태학을 배우겠다고 연세대 치대를, 사람 뼈를 알고 싶다고 같은 대학 의대의 문을 두드렸으니 말이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p. 99

처음에는 큰아버지 선준과 아버지 경준, 고모부 칠영만 끌려갔다. 두 손이 삐삐손에 묶여 끌려가는 광경을 오빠가 목격했다. 성재산의 유해들에게서 발견된 그 검고 굵은 삐삐선 말이다. 그 뒤 나머지 일가족과 인근의 마을에서 지목된 사람들이 어느 곡물 창고에 끌려왔다. (중략) 1·4 후퇴였다. 이 지역을 수복했던 경찰과 치안대원들은 다시 인민군이 내려올까 봐 두려워했다. 설마 우리 가족 같은 사람들이 인민군·중공군과 힘을 합쳐 보복할까 봐 미리 죽이려 했던 것일까. 창고에 잡혀 온 사람들은 200여 명이나 되었다.--- p. 147

1950년 9·28 수복 뒤 죄 없는 마을 사람들이 부역 혐의로 끌려가자 할아버지가 연판장을 돌리고 진정서를 면사무소와 경찰서에 보낸 게 화근이었다. 동네 목숨 줄을 쥐고 있는 향토방위대 부위원장 김 씨의 눈 밖에 완전히 나버린 것이다. 그것은 멸족의 불씨가 되었다. 이틀 뒤 열 명의 가족이 곡물창고에 있던 사람들과 함께 모산역 철길을 따라 성재산으로 끌려가 죽임을 당했다.--- p. 189

인민군이 물러가고 부역 혐의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보복이 시작되었다. 9월 29일 밤부터 10월 초까지가 1차 시기라면, 10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가 2차 시기였다. 그리고 이듬해 1·4 후퇴 때가 마지막 3차였다. 1·4 후퇴 때는 특히 가족 단위의 처형이 많았다. (중략) 여러 사람의 증언을 들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죽였을까’에 관해 수없이 질문을 던져보았다. 분노의 본질은 무엇이었을까.--- pp. 260~261

2009년 발굴을 마친 뒤의 어느 날, 선주는 다시 한번 사진을 쳐다보았다. 찡그린 표정의 남자 좌우와 위아래로 수를 하나씩 세보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트럭에는 몇 명까지 탈 수 있을까. 서른다섯, 서른여섯. 그 이상으로는 숫자가 넘어가지 않았다. 무엇인가가 선주의 머리에 걸렸다.
--- pp. 271~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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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사건의 진실을 좇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죽음을 거짓 없이 밝히고 피해자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리는 일은 피해자와 나 사이의 약속이자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감이었다. 《본 헌터》는 이름 모를 어느 유골 ‘A4-5’의 독백으로 시작해, 한국전쟁 직후에 벌어졌던 학살의 참상을 좇는다. 이 책을 통해 거대한 폭력의 역사에 휘말려 아무도 모르게 땅속에 묻혔던 이들의 고통을 응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 권일용 (프로파일러·《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저자)
1945년 해방부터 한국전쟁기까지 당시의 우리는 끔찍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서로 증오하며 누군가를 쉽게 빨갱이로 규정하고, 그 ‘적’들을 향해 폭력을 사용하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하지만 땅은 비극을 토해냈고 뜻있는 인간의 의지는 이를 고발하였다.
《본 헌터》는 그에 대한 작품이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 버려진 모습으로 구덩이에 파묻혔는가. 누군가는 왜 땅을 파서 처참한 유골을 발굴했는가. 그리고 이러한 비극과 누군가의 노력은 오늘 우리 사회를 향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한국 사회의 존엄을 지키고자 만들어진 책. 침통함을 넘어 새로운 길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한다.
-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
이 책에는 민간인 희생사건과 관련한 많은 화자들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등장한다. 충남 아산과 선주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일종의 ‘다크 투어’ 방식으로 죽음의 이유와 특징을 탐문한다. 말을 할 수 없는 존재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들린다면, 이는 인류학적·역사학적 상상력이 풍부한 저자 덕분이다. 이 책이 한국전쟁 이야기를 대표하는 책이 되길 바란다.
- 강성현 (역사사회학자·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HK+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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