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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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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378g | 128*195*17mm
ISBN13 9791193024386
ISBN10 1193024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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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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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즈는 오랜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3년 전에 처음으로 상용화되었다. 이후 이용객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스테이션도 대거 증설되었다. 이에 따라 지구 전역이 말 그대로 1일 생활권이 되었다. 부산에서 눈을 떠서 뉴욕에서 브런치를 먹고 오후에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를 거닐다가 밤에는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를 감상하는 식의 하루짜리 여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소셜 미디어에선 하루에 10개국의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인증 영상을 올리는 챌린지가 유행하기도 했다.
--- p.26~27

한편 태하는 이따금 영조의 말을 떠올리곤 했다. 그녀는 형이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면 연락해 달라고 했었다. 그걸 의식한 탓인지는 몰라도 태하가 기억하는 형의 모습은 지금 형의 모습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다. 물론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기억이 윤색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태하의 관점이 달라져서일 수도 있다. 어릴 적 재미있게 봤던 TV 프로그램이 커서는 시시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매사 척척 해내고 여유롭던 형도 어른의 시선으로는 마냥 대단해 보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더욱이 낯선 세상에 뚝 떨어졌으니 서투르고 불안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문제일까? 이유는 몰라도 태하는 형의 서늘한 시선에 머리끝이 쭈뼛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럴 때면 형에게선 뭐라고 꼬집어 표현하기 어려운 불온한 분위기가 풍겼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고 그런 느낌이 오래 지속된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일립시스에 알릴 생각도 없었다.
--- p.73

해킹 또는 해프닝으로 시청자들의 의견이 모아질 무렵 멀리서 섬광이 번쩍거렸다. 그와 함께 굉음도 울렸다. 화면이 흔들렸고, 태하가 앉은 벤치에도 진동이 전해졌다.
“허억!”
태하는 당황하여 입을 틀어막았다. 드론을 조작하던 윤모는 태하의 신음에 흡족한 듯 슬며시 미소를 머금었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은 서강대교였다. 다리의 가운데 토막이 뚝 끊어져 있었다. 단순히 무너진 게 아니라 폭발물에 의해 폭파된 것이었다. 방송은 끝까지 아무런 설명 없이 폭파 현장의 상공을 유유히 비추다가 시작할 때 그러했듯 갑작스레 종료됐다. 방송 시간은 겨우 15분 남짓이었다.
--- p.90

“도즈로 전송된 이상 우리는 이전과 다른 존재일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대체 뭐가 어떻게 다를까요? 이번엔 블록 완구로 예를 들어 볼게요. 블록으로 만든 인간을 이쪽에서 산산이 부숩니다. 그걸 꾸러미에 넣은 뒤 저쪽으로 자리를 옮겨서 설계도를 보면서 다시 조립해요. 이때 모양과 색이 동일하면 굳이 원래 자리의 블록 대신 다른 자리에 있던 블록을 사용해도 무방하겠죠? 그렇게 재조립된 인간은 이전과 같은 존재일까요? 관점에 따라서는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겠죠.”
“말도 안 되죠. 어떻게 그게 같습니까?”
“그럼 이건 어때요? 우리 몸속의 세포도 각각 수명이 있어요. 우리는 기존의 세포가 사멸하면 새로운 세포가 생성되는 식으로 신체를 유지하는데요, 1초에 수백만 개씩 세대교체를 합니다. 이런 식으로 길게 잡아도 10년이면 모든 세포가 교체된다고 해요. 그렇다면 지금의 남태하 씨는 10년 전의 남태하 씨와 다른 인간일까요?”
--- p.100~101

윤모가 버럭 신경질을 냈다. 사내들이 태하를 걷어찼다. 희수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희수의 초점 없는 시선이 태하에게 닿았다. 태하와 희수의 눈이 마주쳤다. 둘은 그대로 시간이 멈춘 것처럼 서로를 바라보았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희수의 몸이 가볍게 떨리더니 전신에서 섬광이 뻗어 나왔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윤모 일행이 채 인지하기도 전에 희수가 폭발했다. 호텔 건물이 크게 흔들렸고 일대의 모든 전자 기기들은 먹통이 되었다. 휘황찬란하던 간판 불빛과 가로등도 꺼졌다. 도로를 달리던 차들 또한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미끄러졌다. 삼성역 일대가 큰 구덩이에 빠진 것처럼 어둠에 잠겼다.
--- p.230

태하는 잠에서 깼다. 눈시울이 뜨거웠다. 눈물 한 가닥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깼어?”
희수였다. 그는 팔짱을 낀 채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 그를 본 태하가 소스라치며 몸을 일으켰다.
“으아악!”
“왜 그래? 나쁜 꿈이라도 꿨어?”
“이, 이, 이…….”
“진정해. 이제 괜찮아.”
“저리 가!”
방에는 태하와 희수밖에 없었다. 희수가 그를 진정시키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태하는 심지어 침대맡에서 간호사 호출 벨을 발견하여 누르기까지 했다.
오래지 않아 간호사가 왔다.
“아, 깨어나셨네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
“이, 이 사람 좀 내보내요!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야!”
태하가 희수를 가리키며 외쳤다. 희수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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