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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걷는다는 것

: 늘 불안하고 외로운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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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56g | 126*188*15mm
ISBN13 9791197162015
ISBN10 1197162011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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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지금까지 나는 이 책에 들어가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내가 청각장애를 갖고 살면서 짊어진 외로움, 비참함, 열등감들을 보듬어 주고 해소해 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다 쓰고 나서 깨달았다. 주변의 배려와 온정을 수동적으로 흡수하는 것만으로는 완벽하게 해소되지 못한다는 것을. 내가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유쾌한 의지가 있어야만 비로소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주변에서 내 손을 잡고 이끌어 준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나란히 걷고 있었다. 나 자신과 나란히, 장애와 나란히, 주변 세계와 나란히.
---「프롤로그」중에서

반드시 나란히 걸어야만 하는 내 운명이 그리 슬프지만은 않다. 오히려 썩 괜찮다. 강남 한복판을 걸어갈 때마다 기억한다. 그 날을 선연히 기억한다. 강남역 10번 출구는 언제나 번잡해서 정신없게 만들지만, 나와 나란히 걷는 게 좋다는 친구의 따뜻한 목소리가 녹아 있다. 그 덕에 조금은 씩씩하게 걸을 수 있는 느낌이다. 이미 분에 넘치도록 괜찮다.
---「나란히 걷는다는 것」중에서

언제로 되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을까?’하는 생각을 해보면 되돌아가기 좋은 완벽한 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언제로 돌아간다고 한들 반드시 후회와 미련이 남을 것이다. 인생이란 본래 그런 거니까. 그저 어떤 날은 잔잔한 파도가 해변을 조용히 스치고, 어떤 날은 폭풍우가 모든 것을 집어삼킬 뿐이다. 잠시 고통스럽겠지만, 태풍이 지나간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더욱 커다란 고양감이 찾아온다. 아무리 고민을 거듭해도 우리 삶은 결코 완벽해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우리의 지금이 가장 최선의 모양임을 깨닫는다.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적당히 만족할 줄 알며 가까운 사람과 손을 잡고 함께 나란히 걷는 일이다. 지나온 모든 순간을 정답으로 만들기 위해 힘껏 오늘을 즐기는 것 밖에는 길이 없다.
---「미련 가득한 화양연화」중에서

혼자 떠나는 여행을 통해 나는 데이비드 소로가 말한 것과 같은 것은 얻지 못하였으나, 나에게 여행이란 내가 가진 것을 더 애틋하게, 빛나게 해주는 수단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일상의 끝이 여행이 아니라, 여행의 끝이 일상이다. 여행은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인가 보다.
---「삶이 우리를 벗어나지 않도록」중에서

다리를 절단하고도 꼬리를 흔드는 아이, 신나는 눈빛으로 길을 안내하는 아이, 현관 밖에 누가 왔음을 두드려 알리는 아이, 그리고 내 검정색 나이키 운동화를 깔고 앉아 자신을 쓰다듬어주길 바라는 아이.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그 눈빛이 모두 닮아 있었다. 이 순간 함께 있다는 오늘의 사랑이 장애보다 더 고귀한 가치임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눈빛. 사지가 잘 달려있는 체면보다도 다리를 절단할지언정 안온함을 추구하는 눈빛.
---「복이가 가르쳐준 삶의 진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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