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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닐 셔스터먼
관심작가 알림신청Neal Shusterman
역이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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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를 못 믿을 거다.
---「첫 문장」중에서 나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다 보고 들었다. 다만…… 나는 그 이상을 안다. 뉴스나 과학자들이 추적할 수 없는, 지구상 누구도 모를 천지개벽할 일들을.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내 이야기를 전혀 믿지 못한다 해도 좋다. 사실, 안 믿는 편이 더 낫다. 그저 지어낸 이야기라 여기고 당신이 친 거미줄 한복판에 앉아 파리나 좀 잡으면서, 그렇게 꿈속에서 계속 살아가시라. --- p.9~10 「엄마,」 나는 신중히 말을 고르며 물었다. 「정지 신호가 정확히 무슨 색이지?」 엄마는 노트북에서 시선을 떼더니, 딱 노리스처럼, 무슨 말장난인지 가늠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파란색, 그냥…… 평범한 파란색.」 「다른 색도 있지 않아?」 내가 유도했다. 「뭐…… 빨간색이라든지?」 엄마는 눈썹을 치켜들더니 문득 불길한 징조를 읽은 것처럼 헛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노트북을 닫았다. 「어디 안 좋니, 애시?」 --- p.28~29 이런 삶을 살아온 내 반쪽은 이 모든 게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반쪽은 그 반쪽을 흠씬 때려눕히고 싶어 했다.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의 더러운 이중생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하이드의 만행을 알게 된 지킬 박사의 심정이었다. 〈이 대체 현실 속의 나는 내가 아니야!〉 나는 계속 자기 암시를 걸었지만, 쉽지 않았다. 내가 정말 이렇게 살았고, 이런 환경에서 자랐다면…… 그래, 이건 내가 맞다. 그래도 거부하고픈 마음이 희망을 줬다. 원래의 내가 더 우세하다는 뜻이니까. 내 본질은 온전했다. 하지만 과연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 p.59 「쿼트가 널 현재 우주의 중심이라고 지목했어.」 에드가 말했다. 「전문 용어로는 주관적 중심부. 줄여서 주심. 넌 주심인 동안 현실을 재정의하고 〈그런〉 것을 〈그렇지 않은〉 것으로 만들지. 아니면 적어도 네가 그렇게 만들기까지는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말이야.」 --- p.136 그때 한 현실이 내 앞에 나타났다. 나쁘지도, 좋지도, 밝지도, 어둡지도 않았다. 그것은 스스로 궁금해했다. 실재하게 되면 어떨지 절실히 알고 싶어 했다. 나는 이 현실이 크고 심오한 변화를 불러오리란 걸 직감했다. 어떤 변화일지는 몰라도, 인과응보식 현실은 아니었다. 내가 알던 세계로부터 나를 훨씬 더 멀리 데려갈 현실이었다. --- p.189 이렇게 해서 이전의 나와 더 이전의 내가 새로운 나를 알게 됐다. 에드워드 쌍둥이들이 계속 분열하는 동안 나는 그 반대로 해야 했다. 여러 자아를 하나의 〈나〉로 합쳐야 했다. 물론 억누르고 진압해야 할 자아도 있었다. 마약을 거래하고 남들을 업신여기던 자아 말이다. 하지만 이 자아, 성 소수자 자아는 딱히 잠재우고 싶지 않았다. 무지개 위에서 뛰놀고 싶은 건 아니어도, 그를 알아 가는 건 나쁘지 않았다. --- p.213 아서왕도 내심 자신이 특별하다고 믿지 않았다면 바위에 박힌 전설의 검에 손도 대지 않았을 거다. 그리고 의심할 여지 없이, 주심은 무기를 휘두르는 존재를 의미했다. 나는 이미 그 무기를 사용해 세 사람을 제거했다. 이제 나는 그 힘을 이용해 더 나은 세상을 얻어서 그간의 잘못을 만회해야 했다. --- p.317 인류 역사에서 서로가 서로를 같은 인간으로 받아들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 〈우리〉와 〈그들〉 사이의 경계는 결코 메울 수 없는 틈일까? 우리는 다른 이들의 다른 점은 비방하고 우리 사이의 다른 점은 미화한다. 우리는 〈그들〉을 한 상자에 넣고 나서 〈우리〉만의 상자들을 만든다. --- p.362 |
* 전미 도서상 수상 작가
* 넷플릭스 TV 드라마화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묵직하고도 뜨거운 한 방 〈수확자〉 시리즈, 『드라이』로 국내 SF 독자들의 주목을 받는 닐 셔스터먼의 『게임 체인저』가 이민희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됐다. 닐 셔스터먼은 전미 도서상을 비롯해 30개가 넘는 상을 수상하고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매번 꼽히는 최고의 SF 소설가다. 그런 그가 이번에 내놓은 작품은 뇌진탕을 일으킬 때마다 세상이 바뀌는, 〈우주의 중심〉이 된 한 소년의 이야기다. 눈을 떠보니 내가 사는 세계가 조금 달라졌다면 어떨까? 완전히 별세상이 된 건 아니다. 신호등 색깔이 달라졌다거나, 평범한 서민이던 우리 집이 부자가 되었다거나, 또는…… 이성애자였던 내가 동성애자로 변했다거나. 애시는 미식축구 경기에서 들이받기를 해 뇌진탕을 일으킬 때마다 현실이 달라지고 자신의 정체성 또한 변화하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거기에 따라 세상의 대우 또한 달라진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면서, 이제껏 몰랐던 차별과 혐오의 문제를 깨닫게 된다. 『게임 체인저』는 진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머러스한 전개로 웃음을 선사하며, 독자들 가슴 한 편에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걸작이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TV 드라마화가 예정되어 있으며, 팬들은 다중 우주를 오가며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애시의 활약을 화면으로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다. 갈수록 차별과 혐오가 심각해져 가는 한국에서 『게임 체인저』는 반드시 주목해야 할 단 한 권의 책이다. 우주를 바꿀 힘이 내게 있다면 세상은 더 좋아질 수 있을까 고등학교 미식축구 선수인 애시는 경기를 치르다가 뇌진탕을 일으키고는 평소와 다른 어딘가 이상한 감각을 느낀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는 길, 하마터면 차에 치일 뻔하고는 교통 신호등의 정지 신호가 파란색이 된 걸 알게 된다. 그다음 미식축구 경기, 애시는 또다시 뇌진탕을 일으킨 뒤 부모님이 부자가 된 걸 보고는 자신이 뇌진탕을 당할 때마다 세상이 달라진다는 걸 깨닫는다. 바뀐 부모님 덕에 풍족한 생활을 즐기던 것도 잠시, 애시는 이 세상 속 자신이 별생각 없이 마약을 거래하면서도 스스로를 〈좋은 사람〉으로 여기던 인간 말종이었음을 확인한다. 타고난 천성은 이전 세계 그대로였지만 부자가 되면서 돈벌이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거기에 더해 옳고 그름에 대한 감각도 무뎌진 것이다. 이처럼 혼란에 빠진 애시에게 쌍둥이처럼 보이는 똑같이 생긴 남자 셋이 나타나더니 충격적인 말을 던진다. 그가 모종의 이유로 〈우주의 중심〉으로 지목됐으며, 미식축구 경기에서 태클을 걸고 뇌진탕을 일으킬 때마다 우주가 재편된다는 이야기다. 이에 애시는 자신의 능력을 제어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차별과 혐오 문제에 서서히 눈을 뜨고 세상을 더 좋게 만들 방법을 궁리하게 된다. 유쾌하게 펼쳐지는 다중 우주 모험담 속 잠들었던 윤리적 감각을 일깨우는 강렬한 메시지 닐 셔스터먼은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날카로운 질문을 숨기고 독자로 하여금 철학적 문제에 직면하도록 만든다. 죽음이 사라진 세상에서 삶의 의미를 묻는 〈수확자〉 시리즈,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게 하는 『드라이』, 임신 중절을 소재로 한 『분해되는 아이들』 그리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를 꼬집는 이번 작품 『게임 체인저』. 모두 닐 셔스터먼의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사실 우리는 평소에 차별과 혐오의 문제를 잘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마치 매일 들이마시는 공기와 같이 자연스럽게 삶 속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뉴스 어딘가에서 다뤄진 듯도 하지만, 자신에게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모르는 척하기 십상이다. 아니, 조금이라도 불편을 감수해야 하거나 내게 돌아오지 않을 혜택을 누가 받는다 하면 오히려 기를 쓰고 반대한다. 이 책의 주인공 애시 또한 그렇다. 조금만 눈을 제대로 떠도 보이는 온갖 문제를 골치 아프다며 외면하기 일쑤였고, 사회적 약자 문제는 깊이 생각해 보려 하지 않았다. 장애가 없기에, 백인이기에, 이성애자이기에, 자신이 누리고 있는 특권이 특권인 줄도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애시의 다중 우주 모험에 함께하며,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세상이 나아질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옮긴이의 한마디 일상의 타성으로부터 우리를 멀리 떨어뜨려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상상력의 지평을 넓혀 주는 게 소설의 역할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애시라는 인물을 통해 평범하고 당연하게 여겼던 기존 세계가 흔들리고 뒤집히고 확장되는 상황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
세상을 보는 관점과 사회적 특권, 정체성에 관한 시의적절하고도 깊이 있는 사고 실험. - [커커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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