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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오리지널-3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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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128*195*30mm
ISBN13 9791193024461
ISBN10 1193024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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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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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칩의 기능이 동시에 마비된 느낌 속에서 메시지만이 연속으로 올라왔다.
[그건 그렇고]
[이 사람 케이크를 만든대]
[사랑하는 사람 케이크]
[연애 중인 사람을 원하는 게 아냐]
[번역상의 오류]
[번거롭다니까]
핏물에 젖은 영상이 서서히 노이즈로 분해되어 갔다. 수수께끼 같은 메시지도 더는 없었다. [시각 공유가 종료되었습니다. 리뷰를 남기시겠습니까?] 검은 화면에 덩그러니 떠오른 팝업창이 광고로 바뀌도록, 의체 세척제 광고가 다 끝나도록 나는 허공만 멍하니 들여다보았다.
--- p.34

수면 시간이 끝나 눈을 뜰 때도 혼자였다.
내 의체와 살을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은 없었다.
번거로운 개인 메시지도.
물론 엔터테인먼트도.
레드 벨벳의 부자들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블랙 포레스트에서는 꿈이나 엔터테인먼트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작동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내게는 이제 둘 다 없었다.
--- p.42

[미안해]
창백한 메시지창이 시야 한가운데에 떠올랐다. 동시에 할루할로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그다음 순간에는 손을 마구 내젓고 있었다. 곧 바닥으로 굴러떨어져 경련했고, 혼란스럽게 발버둥을 쳤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싸우는 사람처럼. 전부 내가 정신을 채 차리기도 전에, 무슨 상황인지 깨닫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의체 오류인가? 그럼 누구한테 가 봐야 하지? 이런 고급 의체는 어디서 수리하지? 얼얼한 다리를 어떻게든 움직여 할루할로에게 향하는 동안, 삐걱대는 뇌를 억지로 헤집는 동안 똑같은 메시지가 계속 도착해 눈앞을 푸르스름하게 물들였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 p.150

[마들렌을 찾아]
그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할루할로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췄다. 의체는 멀쩡하게 작동하고 있었지만 어떤 말에도 대답하지 않았고, 메시지를 보내 봐도 답장이 없었으며, 몸을 아무리 흔들어도 반응하지 않았다. 취침 시간이 끝나도록 할루할로는 그대로 축 늘어진 채였다. 나는 그 몸을 끌어안고 망연자실하게 주저앉아서, 수수께끼의 메시지가 방 안을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걱정이 전부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사람 앞일이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라고.
--- p.151

“다들, 한계일 거야. 멈춰야 해. 빨리.”
그래, 싸움을 멈춰야 한다. 잔뜩 화가 난 피낭시에 요원들을 진정시켜야 하고,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디비니티도 설득해야 한다. 할루할로와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확실히 보장받아야 한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정말이지 너무나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일은, 물론 사랑스러운 룸메이트를 안심시키는 것.
“걱정하지 마. 내가 조사관 일 하면서 배운 게 하나 있거든. 오류의 원인을 알아냈으면, 고칠 수도 있는 법이더라고.”
그렇게 속삭이면서 나는 힘껏 문을 열어젖혔다.
--- p.258~259

“자, 자, 여러분. 흥분할 필요 없어요. 쟤는 그냥 오작동하는 거니까.”
처음에 내 목소리는 거의 묻혀 버렸다. 하지만 불청객의 등장을 알아챈 몇 사람이 소리치는 걸 멈추고서 고개를 돌리자, 그만큼 함성의 음량이 줄어들며 내게 다음 기회를 주었다. 다시 목소리를 내니 몇 사람 더, 그리고 또 몇 사람 더. 방을 가득 채운 분노가 조금씩 의문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 느껴졌다. 오작동하는 거라고? 누가? 설마 저 디비니티가?
“누구나 오작동은 하잖아요. 인간도 그렇고, 오토마톤도. 화낸다고 될 일이 아니에요.”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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