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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없음

: 삶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위해 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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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72쪽 | 516g | 138*210*23mm
ISBN13 9788932323541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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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병원에서는 또 다시 제이콥의 혈액 표본을 검사했지만, 감염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고 지금 의료진들은 항NMDA 수용체 뇌염 증상으로 종종 발생하는 종양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 사실에 우리는 매우 기뻐하며 제이콥의 증상이 암이기를 바랐다. 암에 걸렸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대체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일까?
--- p.64

“제이콥은 진짜 춤을 춰요. 저를 가까이 끌어당겼다가, 한 바퀴 돌게 하고, 편안하게 풀어준 다음, 저를 웃게 해 줘요. 훌륭한 사람이에요. 멋진 사람. 아름다운 사람. 영리한 사람이죠. 훌륭한 아빠, 훌륭한 파트너, 훌륭한 형, 훌륭한 아들, 훌륭한 친구예요.”
--- p.143

나는 함께 달리던 가장 가까운 친구의 손을 놓았다. 그를 앞서서 달려 나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 모든 시간에 제이콥은 끊임없이 나를 응원하며 지원해 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껏 나를 쫓아왔다. 여전히 나를 쫓아온다. 제이콥이 쓴 그 목록. 내가 제이콥의 핸드폰에서 찾은 그 목록. 제이콥이 내게 분노하는 일들을 적은 그 목록이.
--- p.193

늘, 항상, 나는 불안해하며 살았다. 제이콥은 그런 나를 늘 안심시키고, 웃게 하고, 용기를 불어넣었다. 나는 매번 그런 제이콥에게 고마웠다. 절벽에서, 집라인에서. 다이빙대 밑 깊은 물속으로 밀어 넣어준 것에 대하여.
--- p.213

나는 계단에 걸터앉은 채로 귀에 익은 그 대화, 우리의 과거에서 당신의 꿈으로 이어진 그 대화에 기도하듯 말없이 대답한다. 우리가 함께했던 또 다른 삶, 익숙한 그 삶의 녹음테이프를 듣는 것처럼. 제이콥이 집으로 돌아온 처음 몇 주, 병원에 가는 차 안에서 제이콥은 내 옆에 앉아 눈을 감은 채 헤엄치듯 손을 움직이며 허공을 움켜쥔다. 그리고 자신의 첫 번째 무대를 축하하는 상상 속 친구들, 관객들과 악수한다.
--- p.237

“너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그 무엇보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뭐가 됐든 아이들이 사랑과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존재를 만나는 것이다. 남자든, 여자든, 물고기든. 그리고 바로 이 점에서 나는 제이콥과 내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서로에게 한 맹세는 우리의 아이들, 그 모든 순간, 모든 이야기, 서로를 향한 헌신에 얽혀 있고, 종종 의심이 생길 때도 있었지만, 변함없이 단단했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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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더라도 괜찮을 거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하니까.” 『각본 없음』은 신의 위치에서 글을 쓰며 허구를 넘나들던 작가가 자신의 자유를 속박하는 글쓰기를 감행한 결과이다. 아비 모건은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더는 나아질 것이 없는 순간을 각본 없이 통과하며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는 인생에 맞선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움으로써 한결 수월해지는 현재 대신에 자신에게 기적처럼 주어진 사랑의 순간들을 이 세상에 선명히 남겨놓기로 한 것이다. 아비 모건의 사랑은 모든 것을 괜찮다고 말해주는 따듯한 입김처럼 절망과 행복이 교차하는 문장들 사이에 촘촘히 놓여 있다. 바로 그 사랑이 모든 것을 송두리째 앗아간 뒤에도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 유진목 (작가, 연출가)
작가는 이야기의 끝을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게 할 수 없다.〈서프러제트〉〈철의 여인〉〈셰임〉을 비롯해 영화와 시리즈 각본을 쓰며 에미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가 아비 모건은 어느 날 쓰러진 파트너가 몇 달 간의 의식불명 끝에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게다가 자신은 유방암 투병을 시작하게 된다. 재난에 가까운 개인적 불행 앞에서 “이 모든 게 소재야”라는 말을 듣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의 의미도, 관계라고 부를 것이 사라진 뒤에 되만져 보는 관계의 균열도, 상실이 외로운 만큼이나 지루하다는 통렬한 깨달음도 찾아온다. 우리 삶에 비극이 일어나면, 비극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균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행복했음을 알게 된다. 불완전한 행복이야말로 현재형의 삶이라는 사실을.
- 이다혜 (작가, 기자)
아비 모건은 냉소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예리하고 충만한 정신력으로, 끝없이 가파른 삶의 절벽을 향해 숨 막히는 하이킹을 떠난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가슴 아픈 순간과 날카로운 재치를 번갈아 드러내는데, 그런 터무니없는 유머를 더한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사건의 묘사는 걷잡을 수 없는 운명을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내고 있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다. 아비 모건의 이야기는 그녀와 비슷한 여정을 함께하며, 비슷한 방식으로 흔들리고 있는 이들에게 주는 선물 같다.
- Meryl Streep (메릴 스트립, 배우)
첫 줄을 읽고, 이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놓기 힘들었다. 아비 모건은 마치 스릴러의 세계로 나를 초대하는 듯하다가 이내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로맨틱 코미디로, 그리고 파괴적인 드라마로 빠져들게 만든다. 그녀의 이야기를 한번 읽고 나면, 만약 이것이 허구일지라도 잊기 힘들 것이다. 정말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게 허구가 아니라 아비 모건의 실제 경험이라는 점이다. 그 사실이 무척 흥미롭고 아름답다. 정직하고 정교하게, 심오하면서 재미있게 쓰인 이 책을 나는 이보다 더 사랑할 수 없다.
- Carey Mulligan (캐리 멀리건, 배우)
아비 모건은 말도 안 되는 비극을 경험하면서도 결코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 사람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상황이 가장 어두울 때에도 웃음 짓게 하는 포인트가 있다. 매 순간 극적으로 전개되며 스릴러처럼 밀도 있는 이 책은, 읽는 내내 아드레날린을 경험하게 하며 쉽게 내려놓을 수 없을 만큼 재미있다.
- 더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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