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 글쓰기의 중요성
1) 일반 글쓰기와 대학 글쓰기
‘글쓰기는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반대로 글쓰기가 없었다면 어땠을
까? 라는 질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인류에게 글쓰기/언어가 없었다면, 인류는 지구상에
서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언어야말로 인류를 다른 생물과 구분하는 가장 중
요한 기준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는 핵심 능력이다.
인간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호모 로퀜스(Homo Loquens)’라고 불린다. 언어
적 존재라는 뜻의 호모 로퀜스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나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는 평가보다 훨씬 본질적인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지혜로운 존재라는 호모 사피엔스나, 도구를 발명하고 사용할 줄 아는 호모 파베르라는
평가보다 더 근원적이기 때문이다. 도구를 발명하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도구의 발명은 어떤 환경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합리적 사고
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합리적 사고의 바탕에는 생각의 도구인 언어가 필요하
다. 왜냐하면 언어와 사고는 따로 뗄 수 없기 때문이다. 언어 없이 사고 활동을 할 수 없으
며, 사고 활동은 언어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지혜
로운 인류나 도구를 발명하고 사용하는 인류의 가장 핵심적인 능력은 이것들을 가능하게
한 언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언어는 크게 ‘말하기’와 ‘글쓰기’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말하기나
글쓰기를 통해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다른 사람이나 사회에 표현한다. 특히 글쓰기는 인간
만이 갖는 중요한 표현 수단이라는 점에 그 의의가 크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생각이나 감정 또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경험이나 정보를 누군가
에게 전달하고 소통하는 행위이다. 우리는 일기를 통해 하루 동안의 일이나 만남에서 갖
게 되는 생각이나 감정을 기록한다. 우리는 인터넷 기사를 읽고 자기 생각을 댓글로 남기
거나, 유명인의 인스타그램을 방문하여 응원의 글을 남기고, 팔로워들끼리 필요한 정보 교
환을 위한 글을 쓰기도 한다. 우리는 여행하거나 유명한 음식점 또는 카페에서 식사하거
나 음료를 마시고 사회관계망(SNS)에 그 경험을 공유하는 글을 작성한다. 또한 대학 생활
을 하면서 수업에서 궁금한 점이나 학교생활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메일로 문제 상황을 설
명하거나 궁금한 점을 질문하여 해결한다. 조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 조원들과 문자
로 연락하여 필요한 정보를 교환한다. 대학 동아리에 가입하거나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
해 자기를 소개하는 글을 작성하기도 하고, 자기가 속한 동아리를 소개하고 동아리 가입
을 제안하는 글을 쓸 수도 있다. 이렇듯 우리는 개인적인 글이나 공적인 글을 통해 자기의
생각이나 감정 그리고 경험이나 정보를 타자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글쓰기는 일반 글쓰기와 대학 글쓰기로 구분할 수 있
다. 일반 글쓰기가 개인의 관심이나 취향에 맞춰 평범한 표현과 자유로운 형식으로 이루
어진 것이라면, 대학 글쓰기는 대학이라는 학문공동체에서 그 구성원 간에 이뤄지는 보다
구체적이고 엄격한 형식의 글쓰기라는 점에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점에도 불구하
고 우리가 쓰는 글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든 글에는 글쓴이가 있으며, 글을 통해 글쓴이가
주장하는 바가 있게 마련이다.
이것은 글이란 글쓴이가 속한 사회와의 관계 맺음이라는 의미를 반영한다. 우리가 인터
넷 기사를 보고 작성한 댓글이나 여행이나 음식점의 경험을 사회관계망에 게시한 글은 사
회의 사건·사고에 대한 글쓴이의 고민이나 찬·반의 입장이며, 여행이나 음식점에 대한 자
신의 느낌이나 분위기에 대한 감흥을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어떤 면에서 보면 나와
타자와의 관계 맺음으로부터 시작된다. 대학 생활에서 메일이나 문자 그리고 보고서 작성
역시 나와 타자와의 관계 맺음의 과정이나 결과이다. 내 생각이나 느낌은 어떻게 생겨났으
며, 이것을 또 다른 상대에게 어떻게 글로 표현할지는 모두 나와 타자와의 관계 맺음과 소
통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관계 맺음은 일방적일 수 없다. 내가 좋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것도 아니고, 내가 싫다고 해
서 모두 나쁜 것도 아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은 다양하기 때문에 그 개성이나 가치 기준
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가 건전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나와 타자와의
차이나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를 갖고 소통해야 한다. 그렇다고 마냥 상
대방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일방적이지 않은 관계 맺음,
양방향의 원만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상대방을 인정하고 배려하면서도 상대 주장의 옳
고 그름을 따져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산업사회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급변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지나치게 세분화
된 전공지식만으로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는 다양한 학문 분야에 관심과 열
의를 가져야 하며, 서로 다른 전공자와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양방향의 관계 맺음과
학제 간 융합 능력이 갖춰질 때라야 사회 발전을 위한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출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능력, 나와 타자와의 차이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소통할 수 있는 능력,
상대방 주장의 옳고 그름을 따져 수용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다양한 전공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그것은 우리가 공
부하는 대학 글쓰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2) 대학 글쓰기의 중요성
우리는 타자와 소통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대학 글쓰기를 통해 기를 수 있다. 글을 쓰기
위해서 가장 필요로 하거나 많이 활용하는 능력은 비판적 사고능력, 합리적 의사소통 능
력, 그리고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이다. 우리는 대학 글쓰기를 공부함으로써 이러한 핵심 역
량을 기를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핵심 역량들은 우리가 대학 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대학 글쓰기를 통해 소통의 핵심 역
량을 기를 수 있고, 이를 토대로 타자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는 중에도 누군가의 행동을 보고 그것이 윤리적으로 옳은 것인지,
그릇된 것인지 판단하고는 한다. 혹은 음악이나 그림을 접하고 그것이 아름다운지, 추한지
를 판단하기도 하며, 어떤 사실이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하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는 어떤
상황을 접할 때마다 주어진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판단을 내린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누군가가 쓴 책을 읽고 글을 쓸 때도, 그것을 판단하는 자세를 가
져야 한다.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무엇인지, 그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지, 그 주장이
나 근거가 옳은지 그른지 판단해야 한다. 그래야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며, 이
를 토대로 자기 생각을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글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판단할 때는 판단 기준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이 판단기준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
도 중요하다. 우리는 어떤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진·선·미와 같은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
고, 그 기준의 대상이나 상황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정당한 이유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판단 능력을 비판적 사고능력이라 한다. 그리고 이처럼 사회와 소통하면서 상대를
배려하고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능력은 바로 대학 글쓰기 과정에서 비판적 독
서와 비판적 글쓰기를 통해 기를 수 있다.
합리적 의사소통 능력이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한 표현으로 상대방이 이해
할 수 있게 전달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만약 우리가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할 때,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하지 않거나, 정확한 표현으로 전달하지 않거나, 상대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말한다면 효과적인 소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글을 쓸 때도 주제가 명확
하지 않거나,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글의 형식을 따르지 않는다면, 독자는 글의 내용을 이
해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독자와 소통을 위한 이상적인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야 하며, 공동체에서 통용되는 글쓰기 형식을 갖춰야 한다. 그
리고 이것이 바로 대학 글쓰기를 통해 기를 수 있는 합리적 의사소통 능력이다.
글이란 글쓴이의 생각을 문자로 표현한 것이라고 정의할 때, 글쓰기란 글쓴이가 무엇을
쓸지 결정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글쓰기 과정은 먼저 주제를 찾는 행위이며, 이는 글쓴이
가 글을 통해 해결하려는 문제점을 찾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글을 쓴다
는 것은 어떤 현상이나 대상에 대한 문제점을 찾고, 그것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으
로 확대할 수 있다. 이때 그 해결책은 기존의 방법과는 다른 창의적인 것이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글쓰기는 문제를 찾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우리는 글쓰기
를 통해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대학 글쓰기를 공부하는 이유는 대학이라는 학문공동체에서 글이라는 수단을
통해 구성원 간에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다. 그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우리는 비판적
사고능력, 합리적 의사소통 능력,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