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메이너드 케인스(J. Maynard Keynes)는 사실이 달라지면 생각을 바꾼다(when the facts change, I change my mind)고 했다. 한국 사회는 케인스의 말과 정확히 반대로 달려가는 중이다. 북한이 핵을 만지작거려도 평화체제를 경전(經傳)처럼 되뇌어야 진보 명찰을 얻는다. 양극화의 고통이 몰려왔는데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금과옥조처럼 떠받들어야 보수 행세를 한다. 경계에서 한 발자국만 벗어나면 ‘수박’이라는 멸칭이 따라붙는다. 이 틈새에서 공적 활동인지 돈벌이인지 구분하기 힘든 행태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이 혁신을 기대할 수 없는 나라가 돼가는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들어가며, 빨갛지도 파랗지도 않은 민주주의」중에서
“권력자가 사람에 너무 집착하면 안 돼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조국이라는 사람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어요? 측근이라고 하는 사람에게 너무 집착하면 전체를 볼 수가 없다고. 문고리 같은 사람들을 너무 믿지 말라는 얘기지. 대통령 되는 사람은 측근이 있으면 안 돼요. 측근을 항상 의심하고 멀리하려 애를 써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어요.”
---「주류 속 이방인 김종인, “권력자가 사람에 너무 집착하면 안 돼요”」중에서
“저도 보수적인 사람이지만 정책의 틀을 보수 안에 가둬놓지 않을 겁니다. 철학이나 이념은 마음속에 담아두되 어떤 의제를 다룰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성역 없이 의제를 다룰 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보수정당 또는 새로운 형태의 정당이 안보·경제·교육에 이어 노동·환경 인권까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자의식 강한 이단아 이준석, “보수도 노동·환경·인권 고민할 시기가 왔습니다”」중에서
“대체로 저는 진보이지만, 어떤 국면에서는 저 사람들 얘기가 맞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또 진영이 손해를 보더라도 사회의 공동선은 지켜야 한다고 봅니다. 예컨대 상대방 대표 선수 배우자의 논문 표절 문제를 공격하면 저쪽 지지율은 좀 떨어지겠죠. 하지만 그 싸움을 시작하면 안 된다는 공동선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진영과 상관없이 고민해야할 문제죠. 그것이 굳이 따지자면 저의 입장이지, 저는 진보·보수의 중간에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징계가 키운 리버럴 금태섭, “저는 진보·보수 중간에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중에서
“보편은 선이고 선별은 악처럼 전제해서 비교하면 저쪽 프레임에 걸려 들어가죠. 복지는 원래 경쟁 대열에서 뒤처진 분들을 보듬기 위해 생겨난 겁니다. 재원이 충분하면 다 드리면 좋죠. 빚 안내고 드릴 수 있으면 좋지만, 이미 국가재정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건 국민 여러분도 다 알고 계신 것 아니에요?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안심소득을 주장하는데 또 똑같이 나눠주자 하면 그거야말로 바보스럽죠.”
---「안보와 안심소득의 기수 오세훈, “복지는 원래 뒤처진 분들을 보듬기 위해 생겨난 겁니다”」중에서
“경제성장을 구시대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약간 더 멋있어 보여요. 그분들은 저성장이 당연하고 고착화돼있다고 말합니다. ‘고용 없는 성장’도 이야기하고요. 그분들의 말이 옳다면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는 없는 거예요. 저출산·양극화 문제도 해결을 못할 것이고, 대한민국은 선진국 문턱에만 가보고 쇠락하는 나라가 될 겁니다. (중략) 그런 나라가 나중에 무슨 돈으로 복지를 해결하고 양극화 해소를 합니까.”
---「돈키호테형 소신파 유승민, “저성장이 당연하다면 밝은 미래는 없는 거예요”」중에서
“보수의 역할은 급진 정책이 도입돼 사회적 비용이 커지는 것을 예방하는 데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기본소득제와 기본자산제 도입도 열린 관점에서 봐야 하고요. 논의 초기에는 기본소득, 기후변화 등이 진보의 어젠다였을지 모르지만 사회적으로 논의가 성숙했을 때는 보수의 핵심 어젠다가 돼야 합니다.”
---「미래에서 온 보수 김세연, “기본소득·기후변화가 보수의 핵심 어젠다여야 합니다”」중에서
“친기업 진보주의와 반기업 진보주의를 가르는 분기점은 사회주의 정서를 기반으로 한 운동권 마인드를 아직 갖고 있느냐 폐기했느냐에 있어요. 사회주의 문화의 자기장 안에 있으면서 공장으로 갔어요. 1991년 소련 붕괴, 1993년 문민정부 출범을 기점으로 ‘학출’의 상당수가 철수했어요. 저도 뒤늦게 사회주의가 정말 틀렸는지, 틀렸다면 왜 틀렸는지 알기 위해 독학을 했죠. 특히 스웨덴 사민주의를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러면서 스웨덴 사민주의 세력이 가진 경제정책적 유능함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친기업 외치는 진보 최병천, “민주당, 억강부약 말고 부강부약 합시다”」중에서
“정치에는 오랜 통념 또는 편견이 있는데요. 유권자의 생각과 의견에 맞춰 정당이 배열된다는 겁니다. 저는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유권자가 정당의 세계관에 맞게 배열된다고 봐요. 민주당 또는 진보정당 지지자들이 ‘반독재 민주화’ 세계관에 머물러 있는 건 민주당이나 정의당이 다른 세계관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다른 세계관을 제시하는 정당이 나오면 유권자는 재배열될 거라고 봅니다.”
---「중원에 간 입체적 반골 조성주, “‘반독재 민주화’ 세계관은 끝났습니다”」중에서
“제가 안랩 CEO 때 장영실상을 두 번 받았는데요. 앞으로도 장영실상 받은 사람이 정치를 하면 좋겠습니다. 반도체 이야기하는데 알아듣는 사람이 너무 적어서 제가 힘들어요.(웃음) 과학을 잘 아는 사람이 정치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국회로 간 과학기술인 안철수, “장영실상 받은 사람이 정치하면 좋겠습니다”」중에서
“최근 각국 중앙은행이나 IMF 총재 등의 연설을 보면 양극화라는 단어가 엄청나게 많이 등장해요. 마치 정치인처럼 말해요. 왜? 자기들이 편 정책이 양극화를 악화시켜 대중의 반발이 커진 이유도 있고, 또 자기들이 봐도 문제거든요. 양극화는 더는 (경제학) 변방에 있는 정치적 용어가 아니에요.”
---「궁벽을 품은 경제관료 김용범, “양극화, 더는 경제학 변방 용어가 아닙니다”」중에서
“저는 미국에서 교수로 오래 일하면서 학교가 돌아가는 사정을 경험했지만, 유학 온 대학원생 처지에서는 볼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어요. 한국에서 미국을 안다고 하는 사람 중에도 그런 경우가 많죠. 자칫 섣부른 ‘미국론’을 펼 수 있어요. 미국서 안 좋은 경험을 하면 반미가 되고, 좋은 경험을 하면 친미가 되는 식이죠.”
---「밖에서 한국을 보는 석학 신기욱, “한국의 좌·우파 공히 미국을 너무 몰라요”」중에서
“노동3권도 보장받지 못했던 노동자들이 땀 흘린 대가로 민주화의 물적 기반이 만들어졌어요. 그들의 발언은 전형적으로 민중을 배제해 버리는 논리입니다. 또 태영호라는 사람은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탈북자잖아요. 일종의 난민입니다. ‘너는 와서 우리의 혜택을 받고 있으니 조용히 하라’는 얘기 아닌가요? (중략) 그런 멘털리티가 있으니 금태섭 씨도 변절자라고 보는 겁니다. 모든 독재는 적과 아군을 나누는 데서 시작합니다.”
---「민주적 좌파 임지현, “모든 독재는 적과 아군을 나누는 데서 시작합니다”」중에서
“햇볕정책의 근간은 옳다고 생각해요. DJ가 햇볕정책을 시작할 때 첫 번째 내건 조건이 무력 도발은 용인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물론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죠. 이해관계가 다른 게 있으면 의논해서 해결해야죠. 이럴 때 폭력이 개입되면 정상 관계가 아닙니다. 무력 위협하에서 평화를 추구하면 안돼요. 햇볕정책은 유지하되 무력에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햇볕정책이고 뭐고 불가능해요. 그런 문제가 이제까지는 소홀히 돼왔어요.”
---「합리적인 진보 외교 구루 라종일, “무력 위협하에서 평화를 추구하면 안 돼요”」중에서
“토착왜구로 상징되는 극단적 친일파와 죽창부대로 대표되는 극단적 반일파는 안 바뀝니다. 그들은 그들대로 두고, 일본을 객관화하면서 한일관계를 정립해야 해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공동으로 노출된 양국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습니다. 현재의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일본이 아니라는 사실만 인정해도 양국 간 갈등은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어요.”
---「균형 갖춘 일본 관찰자 이창위, “죽창부대·토착왜구는 그들대로 두고 日 객관화합시다」중에서
”제가 민주노동당 활동도 해봤잖아요. 노동계급 기반 정당을 만들면 다 해결된다? 국회 와서 보니까 아닌 것 같은 거예요. ‘노동 있는 민주주의’가 먼 훗날 실현된다 해도 그 이전에 ‘조세 있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면 훨씬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도 했고요.”
---「조세통通이 된 노동운동가 손낙구, “조세 있는 민주주의가 좋은 민주주의입니다”」중에서
“(내세운) 대의명분은 그런데, 사실은 엘리트 권력끼리의 기득권 싸움입니다. 검찰을 어느 쪽이 장악하느냐의 문제죠. (중략) 한국 사회 상위 20%끼리의 싸움이죠. 80%의 삶엔 큰 의미가 없고요. 그 윤리 논쟁을 사회 진보와 관련한 엄청난 대립인 것처럼 부풀리는 게 극렬 지지자들이죠. 매우 나쁜 의미에서 종교 체제입니다.”
---「견결하고 단호한 좌파 김규항, “검찰개혁은 진보가 아니라 기득권 싸움입니다”」중에서
“미래는 물론 지구 반대편까지 내다봐야 하는 직업이 국회의원이에요. 연금개혁, 해도 벌써 했어야 됐죠. 임기 뒤로 미루려면 왜 정치를 하는 거예요? 정치가 지지층만을 위한 서비스로 바뀌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지금의 국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또 배지를 단다 해도 새로운 세상으로 가겠다는 기대가 없어요.”
---「쓰레기에 꽂힌 진보 청년 이동학, “실력으로 86세대 이기고 싶습니다”」중에서
“1960~80년대에는 땅, 기계, 외자 도입을 통해 전략산업을 키웠어요. 1980년대 중반 R&D 개념이 처음 등장합니다. ‘반도체를 하자’ 그러면 이에 필요한 R&D를 집중 지원하자면서 인력 양성했죠. 선진국이 하는 걸 보고 일정하게 영토가 마련된 곳에 뛰어들었어요. 지금은 선진국 산업 중 우리가 잘할 것 같은 걸 뒤따라 하려 해도 중국이 더 잘합니다. 이제는 ‘New to the World’, 전 세계가 안 해본 것을 해야 합니다.”
---「진영 넘어선 혁신 전도사 이정동, “전 세계가 안 해본 것을 해야 합니다”」중에서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이 ‘고독한 결단’ 대신 시끌벅적한 타협을 지향하기를 바란다. ‘양당 모두 싫다’는 사람이 왜 늘고 있는지 곰곰이 복기해볼 일이다. 혹여 “이번 대통령도 독선에 빠져 허송세월했다”는 말이 나온다면 그건 개인의 실패가 아니다. 갈림길에서 책을 내놓으며 내게 묻는다. 적대가 뉴노멀(New Normal)인 걸 알면서도 왜 이 책을 썼냐고. 나의 답으로 긴 여정을 마무리한다. “표준은 바뀌기 마련입니다. 바뀐 표준을 설계한 사람들을 새로운 주류라 칭합니다. 섣불리 포기할 일이 아닙니다.”
---「나가며, 고독하게 결단하는 대통령을 넘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