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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개정판)
eBook

로기완을 만났다 (개정판)

[ EPUB ]
조해진 | 창비 | 2024년 02월 1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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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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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0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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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파일/용량 EPUB(DRM) | 72.61MB ?
ISBN13 9788936413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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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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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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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그는, 그저 이니셜 L에 지나지 않았다.
---p.7

방수포에 싸인 650유로. 그 장면을 상상하자 묵직한 통증이 가슴속에 내려앉으면서 숙박계에 이름을 적던 손길이 멈칫한다. 로의 일기를 정독하면서 딱 한번 독서가 중단된 것도 일기 후반부에 적혀 있던, 방수포에 싸인 그 돈이 의미하는 바를 알게 되었을 때였다. 나를 이곳으로 이끈 시사잡지의 문장 역시 바로 그 장면에서 비롯되었다.
---p.41

이토록 풍요로운 세계 저편에 믿을 수 없을 만큼 가난하고 기근에 허덕이는 거대한 공동체가 분명 하나의 국가로 존재한다는 것이 로는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 그 세계로부터 왔다는 사실은 더더욱 믿을 수 없었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머나먼 연회장을 초대장도 없이 찾아온 이상한 방문객이 된 것처럼, 고향을 떠올린 그 순간 로는 스스로가 이유없이 부끄러워졌다.
---p.49

연민이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떻게 진보하다가 어떤 방식으로 소멸되는 것인가. 태생적으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성되는 그 감정이 거짓 없는 진심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포기되어야 하는 것일까.
---pp.58-59

내게 남은 건 스스로에 대한 가학적인 의심뿐이었다.
윤주로부터, 석달을 못 참고 악성으로 바뀐 그애의 성급한 종양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은 것이 내 진심일지도 모른다는, 하여 그애를 대했던 내 마음은 나 자신을 위한 자족적인, 그래서 다분히 가식적인 연민에 지나지 않았을 거라는 견디기 힘든 의심.
---p.69

가방에서 로의 일기를 꺼내 이번만큼은 행간의 의미, 단어와 단어 사이의 여백까지 꿰뚫는 독서를 해보겠다고 다짐한다. 섣불리 연민하지 않기 위하여, 텍스트 외부에서 서성이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 내부로 스며들어가 스스로에 대한 가혹한 고통과 뒤섞인 진짜 연민이란 감정을 느껴보기 위해서.
---p.70

이제 더이상 그리운 마음 하나만으로 고향을 추억하는 달콤한 시간은 자기 삶에 없을 것임을 로는 깨달았다.
로는 다시 걸었다.
스무살의 이방인 로가 이 도시에서 할 수 있는 건 그것 외엔 없었다. 3년 전의 12월 11일. 그날도 오늘처럼 비와 눈이 번갈아 내리는 추운 날씨였을까.
---p.93

살아남으시오.
브로커는 이어 말한다.
살아남으면 언젠가는 보지 않겠소.
그 말을 들은 순간 로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살아남는 것, 그것은 연길을 떠나올 때 이미 로에게 각인된 삶의 유일한 이유였고 어머니의 말없는 유언이었다.
---p104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 사람의 눈물까지 애틋함의 시선으로 완성하는 것, 언젠가 나는 재이에게 대본이든 대본 이외의 글이든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되면 좋겠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p.141

“가만히 김작가를 보니 기완이를 만나는 것 자체보다 그 만남을 준비하는 것을 더 중시하는 것 같았소.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이거요. 내가 틀린 겁니까?”
---p.209

“때로는 미안한 마음만으로도 한 생애는 잘 마무리됩니다.”
---p.222

로, 이것이 바로 내가 들려주고 싶은 나의 이야기이다.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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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한 남자의 삶에 끌린다. 그는 이니셜로, 혹은 흔적으로 남은 사내다. 그의 삶을 상상하는 것, 이해하는 것, 그리하여 글을 쓰는 건 무모한 욕망이다. 이니셜, 혹은 흔적은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할 수 없는 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들이니까. 실패의 글쓰기는 예정돼 있다. 타인은 영원히 타인으로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뭔가를 쓴다. 실패를 감당하겠다는 태도, 거기에 자기 삶의 모든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코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통해 역설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일은 문학에서 종종 목격된다. 『로기완을 만났다』가 바로 그런 소설이다.
- 김연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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