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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함이 나를 살릴 것이다

걷는사람 시인선-109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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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36g | 125*200*7mm
ISBN13 9791193412251
ISBN10 119341225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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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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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밤새 일렁일 때마다 불 비늘이 되어
외로운 이의 창가를 밝히고 싶었다

심야 버스의 낯선 실내등이 파랗게 질려 간다
어둠을 배경 삼아 더 파랗게 질려 가는 찌든 얼굴들

이마가 창문에 차갑게 닿는다
출렁거리며 어둠이 다가왔다가 물러선다

어둠을 뚫고 먼 인가의 불빛이 다가오다 망설인다

이 버스가 닿는 곳이 내일이다
―「심야 버스」 부분


추전역을 지나면서
아직 오늘이 다 가지 않았다는 것과
더 기다릴 여력이 남아 있다는 것에 숨을 내쉰다

(중략)

막막함이 나를 살릴 것이다

발부리에 차인 돌멩이를 주워 던지며
그리워할 사람이 없을 때가 좋았다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손이 펴지지 않았다
항상 무언가를 쥐고 있어야 했던 손이지만
항상 비어 있다고 기억하려 했다
―「막막함이 나를 살릴 것이다」 부분


손에 넣으면 금세 부러질 듯한 몸매와
인기척에 놀라 그림자까지 떠메고 사라지는 딱새가
그 어마어마한 슬픔을 어떻게 물어 날랐을까

슬픔은 어둠이 흔들어 깨워
아침이면 유리창에 기대어
딱새를 기다리게 하는 것
―「붉은가슴딱새」 부분


홀로 감전되는 자동 점멸등이 식구들의 흩어진 신발짝들을 찾는 동안 냉장고의 불빛이 파르스름하게 새어 나온다 벽에 붙어 있는 몇 개의 포스트잇과 메모의 흔적들, 필요한 것은 지나갔고 잊어버릴 것만 남았다 회전의자의 높이를 조절하여 길게 몸을 눕힌다. 몸의 길이는 그대로이지만 의자는 몸이 늘어났을 거라고 믿는다. 믿음이 곧 신념이 되는 시대여서 내 몸은 늘어나야 한다 의무적으로 감당해야 할 일의 목록이 마트 영수증 길이만큼 길다
―「빈 술병이 쓰러져 우는 시」 부분


지루한 한낮, 인적 드문 마을 길 사이로 여자아이가 지나가고 있었다 무심코 지나가는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아이 라이크 애플이라고 말해 버렸다 별 반응이 없이 지나치는 아이에게 다시 한 번 아이 러브 애플이야라고 소리쳐 주었다 여자아이와 스친 지 꽤 많이 지난 후, 기척에 뒤를 돌아보니 아이는 뛰어오고 있었다 은갈색 머리카락이 춤추며 뒤따라오고 있었다 상기된 뺨에 호퍼 빙하 속 흑요석 같은 눈이 더욱 커지며 두 팔을 쭉 내밀어 달려오고 있었다 아이의 손바닥에는 벌레 먹은 사과 한 알이 담겨 있었다
―「사과」 부분


중세 유럽에서는 감자를 관상용 꽃으로 가꾸어 왔지. 시체처럼 땅에 묻어야 자라는 감자를 마녀의 작물이라고 했겠다.

안데스의 중턱에서 제각기의 색깔로 온갖 크기와 모양을 자랑하던 감자를 떠올렸어. 잉카인들은 고향을 감자라고 불러.

싹 난 감자를 꺼냈어. 손바닥 안에서 차가운 감자의 몸통이 만져졌어. 춥고 척박한 땅에서 자랐던 이력에 냉장고 속에서도 싹을 낼 수 있는 건 너의 자유. 독이 오른 너의 싹을 싹둑 자를 수 있는 건 나의 의지.
―「잉카인들은 고향을 감자라고 불러」 부분


어두워지는 여기만큼 그곳은 밝아졌으면 좋겠다 가 보지 못한 도시의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과 늘 잊어버려 그려야 하는 국제 우편물 주소 철자는 아무리 푸념한들 거기에 있는 너의 지난함보다 더할 순 없겠지

심해라는 말은 심장 속이라는 말과도 같다 납작한 몸과 주체할 수 없는 퇴화의 기관들이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꾸물거리는 곳이다 가끔씩 어쩌다 기분 좋은 날이면 깊게 심호흡하여 한 가닥 햇살이 닿게 해 주는 곳이다 어디에 있든 너와 나는 심해라는 짐을 나누어 살고 있구나
―「심해에서」 부분


언제부터인지 목걸이는 목에 맞지 않았다
꾸어야 할 꿈이 너무 많아서
어느 사이엔가 뚝 끊어져 사라졌다
―「인정하긴 싫겠지만」 부분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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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내는 모든 게 적벽”(「적벽, 그 아래서」)인 세상에서 그는 “외로운 이의 창가를 밝히고 싶”(「심야 버스」)어 소박하나 따듯한 시의 등불을 찾아다니는 시인이다. 그 등불을 찾으려 “한때는 비구니가 되어 세상을 떠돌”(「그러고 싶었던 것처럼」)거나 스스로 불빛을 만들어 보려 “비공개 지하 수장고에 청춘을 처박아 두고” 살기도 했다. 어두운 밤 전철역 근처에서 만난 가난한 사람들의 힘겨움을 견딜 수 없어 슬픔을 물어 날으는 딱새처럼, “붉은 갈색의 가슴에 혼자”, 타인의 슬픔을 담아 가는 딱새처럼(「붉은가슴딱새」) 젊은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적당히 거절하며/적절하게 싫은 티도 내면서” “다음 생에는 아니더라도 한 번쯤/멋지게 살아내고 싶다”(「봄날」)고 말한다. 그러나 시인에게는 천성적으로 나와 너의 분리가 없어 어쩌면 “아무것도 갖지 못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나의 80년대식」) 우리들 속으로 영원히 걸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심해라는 말은 심장 속이라는 말과도 같”(「심해에서」)아서 그는 분리되지 않은 심해에서 심장을 나누어 살고자 한다. 그리하여 그는 “항상 무언가를 쥐고 있어야 했던”(「막막함이 나를 살릴 것이다」) 우리들에게 자신의 손이 “항상 비어 있”음을 보여 주는 시인이다.
- 박형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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