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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보았어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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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2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448g | 130*190*30mm
ISBN13 9791171711253
ISBN10 117171125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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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형사 스티븐 메이휴 경위는 스티클먼 부인 살인 사건이 자기가 만난 사건들 중 가장 고약했고, 그 사건의 수사 과정이 마치 지그소jigsaw 퍼즐을 위아래로, 앞뒤로 거꾸로 놓고 맞추는 것과 비슷했다고 불평한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건이 점점 더 미궁에 빠지는 바람에 결국 레이철의 고양이에게서 털을 뽑는다거나, 어떤 소심하고 뚱뚱한 여자를 비명 지르게 하는 정신 나간 짓까지 해야 했다고 투덜댄다. 좀 과장을 보태자면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사건이 싫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흔이라는 연륜이 있는 레이철의 생각은 다르다. 메이휴의 허세가 심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게 모두 만족감을 가리려는 위장이었다고 생각한다.
--- pp.7-8

이 순간 주방에서 높은음의 ‘야옹’ 소리가 들리더니 새틴처럼 윤이 나는 검은 고양이가 문으로 들어왔다. 고양이는 나무라는 듯한 황금빛 눈으로 머독 자매를 보더니 페르시아계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풍성한 꼬리를 살짝 짜증스럽게 흔들었다.

레이철은 즐거운 눈빛으로 고양이를 보았다. “고양이는 신경질적이지 않아. 나도 마찬가지고. 얜 배가 고파서 약간 화난 것뿐이야.”
--- pp.14-15

“분하게 생각하지 마라, 릴리. 그건 애거사 언니의 돈이란 걸 명심해. 언니는 말년으로 갈수록 점점 더 이상해졌지. 아무도 믿지 않았어. 하루에도 여러 번 우리에게 고양이가 자기의 유일한 친구라고 말하면서, 그 불쌍한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애정을 고양이에게 아낌없이 쏟아부었지. 돈이 필요한 너로서는 고양이에게 돈을 상속한 언니가 매정해 보이겠지. 하지만 기다리는 것 말고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단다. 제니퍼나 내게는 이제 그 문제가 중요치 않아. 우린 필요한 만큼 쓸 돈이 있으니까.”
--- pp.37-38

레이철은 봉투를 꼭 움켜쥐었다. “누군가가 두려운 거니? 여기 있으면 위험하다는 걸 너도 아는 거지?”
릴리는 유쾌한 결심이라도 한 듯 고개를 저었다. “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진짜 위험은 없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좀 거칠어지긴 했죠. 고모도 아시겠지만요.”
“릴리…….” 하지만 릴리는 침착하고 확고부동한 태도로 레이철의 애원을 물리쳤다. 레이철은 쇠귀에 경 읽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계속 애원해야만 했다. 릴리에게 그 집에서 나오라고 다시 간청했다.
--- p. 51

외풍이 천천히 사그라졌다. 누군가가 방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고 있었다.
‘릴리에게 경고해야 해.’ 레이철은 내면 깊숙한 어딘가에서 생각했다.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고.’
그러나 말할 수 없었다. 졸음이 몰려오면서 무념무상의 푸른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푸른 안개가 그녀를 삼키면서 그녀는 잠들었다.
살인은 레이철이 거기, 릴리의 침대 옆에서 잠든 사이에 일어났다.
--- pp.72-73

흰옷을 입은 누군가의 팔을 붙들고 앉은 레이철은 매우 이상한 기분이 들었고, 정신없었으며 나약하게 느껴졌다. 의사와 간호사들에게서 짜증 섞인 탄성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고양이는 그녀를 올려다보다가 빠르게 도약해서 침대보 위로 올라앉았다. 서맨사는 큰 소리로 가르랑거리며 발톱으로 침대보를 꾹꾹 누르다가 레이철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서는 무릎에 대고 검은 공처럼 몸을 말았다. 레이철은 손을 뻗어 비단처럼 부드러운 털을 만졌다.
--- p.83

티머슨은 경위를 아주 밝은 표정으로 보았다.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매우 이상하게 들리는 말을 했죠. 정말로 이상한 말이었어요.”
메이휴는 엄청난 인내심을 끌어모아 기다렸다.
“불쌍한 두 여자가 피투성이가 되어 그 끔찍한 방에 누워 있는 걸 생각하면 아주 이상한 말이었죠. 그는 문으로 나와 복도에 서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거기서 망설이는 것 같았어요. 말할 때 저를 전혀 보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냥 허공에다 대고 말했어요.”
--- p.91

메이휴는 기절한 통통한 여자에게는 꽤 자비심이 없었다. 한 손으로 여자를 붙잡고 다른 손으로 문을 닫았다. 어둠이 그들 주위를 감쌌다. 메이휴는 어둠을 뚫고 티머슨 부인의 얼굴을 보았다. “비명을 질러요!” 그가 북소리처럼 우렁차게 명령했다.

벼락같은 명령에 정신이 번쩍 든 그녀는 분노에 찬 어두운 눈과 마주쳤다. 그녀가 크고 길게 비명을 지르자, 누군가가 복도에서 문을 두드렸다. 메이휴는 문을 벌컥 열어젖혔고, 티머슨 부인은 다시 복도로 나왔다.
--- p.96

에드슨은 “뭔가 안 맞어요”라고 문법 따위는 무시한 채 말했다. “창문으로 들어왔거나, 그러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난데요. 핀은 창문으로 오지 않았다고 말하고, 도구를 쓴 흔적은 침입하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고 말하잖아요.”

메이휴는 릴리 스티클먼의 죽음과 그 전이나 후에 창문에서 벌였을 바보 같은 짓거리의 비밀을 캐내려는 듯 방 안을 뜨거운 시선으로 훑었다. 메이휴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렌스터와 에드슨은 그 분노가 자신에게 향하지 않도록 자리를 떴다.
레이철은 바로 그때 그가 사건을 즐기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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