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정신분석을 배우면서 나중에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충만한 이론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정신분석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초기 프로이트 이론을 개론적으로 알고 있는 일반인들의 경우 정신분석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얼마나 클지 안타까운 일이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정신역동에서는 인간의 기본욕구를 의존욕구와 사랑 욕구, 합쳐서 의존적 애정(인정) 욕구라고 보았다. 의존적 애정욕구는 삶의 욕동을 사회심리학적 용어로 바꾼 것이다. 의존적 애정욕구의 힘은 매우 강해서,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 욕구를 포기하지 못하고 욕구를 채워줄 그 누군가를 끝까지 찾게 만든다. 아이였을 때 받았던 것처럼 계속 받으려 하거나, 아니면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해서든 채우려 한다. 그 이유는 아기 때처럼 의존욕구가 자신의 생존과 직결되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부모는 아기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대상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 이 욕구는 생존에 절대적이지도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필수적이지도 않으며, 채운다 해도 채워질 수도 없다. 이런 유아적 욕구는 오로지 어린 시절에만 온전히 충족될 수 있다.
--- 「1장 정신역동과 삶 그리고 관계」 중에서
의존의 반대말은 독립이다. 아이가 성장한다는 것은 부모에게서 떨어져 나와, 부모와는 다른 고유한 한 개인으로 분화한다는 뜻이다. 결국, 우리가 인생에서 이루어야 하는 것은 의존하지 않고 나의 두 발로 세상에 우뚝 서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독립을 허락하지 않아도 자녀에게 적개심이 발생한다. 자기 정체성을 바쳐가면서 부모의 의존욕구를 채워주는 자녀는 정작 배우자와 자녀의 의존심을 채워줄 여력이 없다. 결국, 자신의 삶을 죽음욕동에게 내어준다.
--- 「1장 정신역동과 삶 그리고 관계」 중에서
어머니(중요한 대상)에 대한 의존적 애정욕구와 적개심은 성격을 형성하는 근간이 된다. 특히 임신부터 6세 사이에 만들어진 어머니(중요한 대상)와의 감정적 상호작용을 프로이트는 정신역동 혹은 아동기 감정양식이라고 불렀다. 어린 시절 만들어진 정신역동은 삶의 동기를 자극하며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끈다. 한번 형성된 감정양식은 성격의 핵심이 되어 평생 지속되는데 그 본질은 잘 변하지 않는다. 결국 아동기 감정양식은 우리의 운명이 된다.
--- 「2장 세상을 바라보는 안경: 정신역동」 중에서
정신역동은 어릴 때 형성된 ‘감정을 느끼는 방식(패턴)’이라는 뜻으로 ‘아동기 감정양식’이라고도 한다. 어린 시절과 비슷한 상황을 맞이할 때, 특히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아가 불안을 감당하기 어려울 때, 우리는 어린아이로 돌아가 그때 그 방식대로 상황을 지각하고 느낀다. 그것을 핵심감정이라고 한다. 정신역동, 핵심감정, 아동기 감정 양식은 모두 같은 뜻이다. 예를 들어 학대당한 아이는 자라서 누군가를 학대하거나, 자신에게 학대를 가할 사람을 만난다. 이처럼 정신역동은 우리 마음에 저장된 일종의 프로그램이다.
--- 「2장 세상을 바라보는 안경: 정신역동」 중에서
‘대상관계이론’에서 대상이란 무슨 뜻인가? 대상이라는 개념은 프로이트가 ‘본능을 만족시켜 주는 대상’으로 처음 사용했는데, 대상관계학파에서는 이 개념을 전면으로 부각시켰다. 대상은 정신적 에너지(애정이나 증오)가 향하는 사람, 장소, 사물, 개념, 환상, 기억을 말한다. 쉽게 말해 강렬한 감정이 붙여진 것이라면 모두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 「3장 정신분석: 관계를 말하다」 중에서
대상관계이론에서 볼 때 인생에서 이뤄야 할 목표는 어머니로부터 자녀가 분화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자아를 형성하는 것이다. 어머니와의 관계는 인간이 경험하는 최초의 관계이자 완벽한 사랑에 관한 기대와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관계이며, 결국은 청산해야 하는 최후의 관계이다. 어릴 때 어머니와 공생관계를 잘 맺고 차츰 커 가면서 어머니와 잘 떨어지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 결국, 대상관계란 인간 대 인간의 인격적인 관계를 말한다.
--- 「3장 정신분석: 관계를 말하다」 중에서
어린 시절 부모와 맺었던 관계는 원형이 되어 사랑하는 방식, 배우자 선택 나아가 대인관계까지 적용된다고 프로이트는 보았다. 관계 패턴은 과거 부모와의 관계가 그대로 복제된 것이며, 감정이 재편집된 것이다. 우리는 어릴 적 부모에게 느꼈던 감정이 반복될 수 있는 관계를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이런 무의식적인 힘은 생각보다 강해서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 「4장 사랑, 배우자 선택 그리고 결혼관계」 중에서
반복강박은 매우 자학적이다. 프로이트는 반복강박이 죽음욕동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게다가 반복강박은 세대 전수가 되기 쉽다. 그러나 반복강박 같은 병적인 대상관계가 중단된다고 해서 건강한 대상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관계 패턴을 수정하려면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관계를 통해 건강하게 관계 맺는 경험을 반복해야 내면에 수정된 내적 대상이 만들어질 수 있다. 상담은 건강한 대상관계를 재설정하는 과정이다.
--- 「4장 사랑, 배우자 선택 그리고 결혼관계」 중에서
위니컷은 절대의존기의 어머니 역할을 한마디로 말하면 ‘안아주기’라고 주장했다. 또 위니컷은 절대의존기에 아기가 반드시 성취해야 하는 발달과업 세 가지가 있다고 했다. 첫째, ‘나는 ?이다’라는 ‘자기’를 만들어 자신이 겪은 경험을 ‘자기’로 통합하기, 둘째, 몸에 마음을 담기, 셋째, 대상관계 형성이라고 했다. 이 세 가지 과제는 오로지 ‘이만하면 충분히 좋은 어머니’가 있는 환경에서만 가능하다.
--- 「5장 생애 초기에 부모가 해줘야 할 것들」 중에서
대상관계학파는 어머니가 아기에게 본능을 충족해주는 것보다, 아기가 어머니(대상)를 발견하고 아기가 어머니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Davis & Wallbridge, 1991). 한발 나아가 위니컷은 어머니가 관계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아기가 주도적으로 어머니와의 관계를 이끌어간다고 보았다. 결국 대상관계란 인격적인 관계를 맺었다는 뜻이다(Winnicott, 1962).
--- 「5장 생애 초기에 부모가 해줘야 할 것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