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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리뷰 총점10.0 리뷰 8건 | 판매지수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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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460쪽 | 520g | 140*210*23mm
ISBN13 979119025433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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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려워요.” 린 주임은 여전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공해 주신 입찰 관련 문서와 제안서를 모두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제게 발언권이 없지만, 테라그린 리사이클링이 녹색 재활용 사업 분야에서 선두에 있다는 점과 제안하신 환경 리모델링 계획이 굉장히 매력적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섬 전역에 있는 수천 개의 작업장이 제거될 테고 수입된 폐기물의 분류, 해체, 가공이 당신 측에서 이뤄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게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아시겠지요.”
--- p.35

숙부의 불안한 얼굴을 본 카이종은 일이 끝나려면 한참 멀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앞서 대화에서 이야기했던 ‘안전감’의 이면에 있는 복잡성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각 가문은 각자의 영토 내에서 규칙을 만드는 작은 왕국 같았다. 뤄씨 일족에게 쓰레기인간은 사람이기보다 양 한 마리, 농기구 하나, 씨앗 한 봉지에 더 가까웠다. 만약 뤄씨 가문에 속한 쓰레기인간이 천씨 가문의 개입으로 천씨 영토에 정착한다면 뤄씨 가문은 그것을 모욕과 배신의 행위로 받아들일 것이다. 또한 미미의 배신에 책임이 있는 카이종은 이 모든 일을 도발한 도둑처럼 여겨질 것이다.
--- p.73

남자는 그녀에게 그럴싸한 거짓말을 했다. 넌 실리콘섬의 핵심 산업인 플라스틱 재활용 업무를 맡게 될 거야. 뤄 사장은 큰 작업장을 가지고 있고 직원들을 최고로 대우해 주지.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거야! 그후로 미미는 남자를 다시 보지 못했다. 미미는 그가 내륙의 다른 마을에 나타나서 다른 어머니에게 같은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남쪽으로 가, 남쪽으로 가야 해!
--- p.89

미미의 머릿속에 카이종의 얼굴이 스쳤다. 혼란 속에서 그녀는 축제 날에 그랬듯 지금 당장 그가 나타나 자신을 구해 주기를 바랐다. 미미는 고개를 들었다. 강한 역광 속에 남자의 얼굴은 흐릿했지만 얼굴 윤곽이 변하는 모습으로 보아 그는 웃고 있었다. 그녀는 옥 두 조각이 서로 부딪히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를 들었고, 남자의 어깨에서 붉은 불꽃이 타오르는 것을 보았다.
미미는 이번엔 행운의 여신이 자기 편이 아님을 깨달았다.
--- pp.143-144

그들은 제물을 특수한 밧줄로 묶었고, 수영해서 탈출할 수 없도록 하면서도 익사의 과정을 연장하기 위해 충분히 몸부림칠 만한 정도의 공간은 남겨 두었다. 바다에서 길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은 후 죽은 그들의 몸은 끔찍하게 뒤틀렸고, 신령과의 대화에서 중상을 입은 것처럼 놀란 표정에 눈빛은 공허했으며 영혼은 흠뻑 젖어 있었다.
--- p.158

미미-메카는 두 팔로 시신을 무덤에서 들어 올린 후 아주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놓았다. 비닐을 걷어내니 조개처럼 창백하고 약간 초록빛이 나는 살갗이 빗물에 퉁퉁 불어 있었다. 미미는 낯익으면서도 낯선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괴한 느낌이었고 평소 거울을 볼 때와는 달랐다. 거울을 볼 때는 무의식적으로 얼굴 근육을 조정해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려 애쓰지만, 현재 그녀가 보는 것은 생명의 흔적 없이 완전히 늘어진 얼굴이었다.
--- p.191

“콴둥은 결과 지향적인 이상주의자에게 가장 적합합니다.” 호치우숙이의 대답은 자동 전화 응답기처럼 정확했다.
“알겠습니다. 당신들이 그토록 신경 쓰는 게 뭔지 말해 보시죠.”
화면 속 숙이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웨이스트 타이드 프로젝트에 관해 들어 보셨나요?”
--- p.226

회견자: 이제 그 후유증에서 벗어났습니까?
남자: (침묵, 거친 호흡) 아직도 가끔 악몽을 꿉니다. 의사는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라는데… 제 생각에는 그게 아니에요.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읽어 본 적 있어요? 크툴루였던가? 제 꿈이 그런 식이에요. (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목소리가 커지며) 어둡고, 혼란스럽고, 더럽고… 무언가가 뇌 안에서 나를 찢어버릴 것 같아요. 육체적인 고통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잠에서 깨어나 창밖에 별이 총총 끝없이 펼쳐진 밤하늘을 봐요. 그게 동공이에요. 그게 매 순간 계속 저를 보고 있어요. 그게 어떤 기분인지 알아요? 어떤 기분인지 씨발 아냐고요….
--- p.247

그럼 또 우리가 해결해야겠네. 미미1은 일찌감치 예상했다는 듯 장난스런 말투였다. 이번에도 그녀는 통제 불능의 쓰레기인간들을 동원하려 했으나 미미0이 막아섰다.
안 돼…. 그녀가 말꼬리를 흐렸다.
시간이 없다는 거 알잖아. 미미1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한텐 다른 대안이 없어.
---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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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추판의 『웨이스트 타이드』는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겪을 수 있는 근미래 세계상을 보기 드문 강도로 그려낸다. 자본 침투로 파괴된 생태, 인간과 기계의 융합, 계층 갈등 등 현실에서 진행 중인 현상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세계를 구축한다. 이 세계 안에서 인간과 기계는 동시에 승화하고 타락하기 시작해 악과 희망이 공존하는 서사를 창조한다. 긴장감 넘치는 겹겹의 이야기, 현실감과 질감이 풍부한 묘사, 촘촘한 정보와 정확한 기술 묘사 등이 일체가 되어 허리케인처럼 소용돌이치며 상승해 미증유의 스릴과 먹먹함을 일으키고, SF 리얼리즘의 전율을 한껏 드러낸다. 정상급 근미래 SF 작품이라 단언한다!
- 류츠신 (『삼체』작가)
뇌뿐만 아니라 심장과 영혼을 기울여 완성된 에코-테크노-스릴러. 천추판은 현재 세계와 다음 세대가 물려받을 위기에 처한 미래 모두에 대한 예리한 관찰자다.
- 데이비드 미첼 (『클라우드 아틀라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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