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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엄마 그리고 나

리뷰 총점9.6 리뷰 10건 | 판매지수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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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125*205*30mm
ISBN13 9791193238233
ISBN10 119323823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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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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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를 결국 떠나보낸 사람들이 일관되게 말하는 게 있다. 우리는 무지하고 사랑할 시간은 많지 않다는 것. 더 귀한 것과 덜 의미 있는 걸 언제나 헷갈렸다고. 한정 없이 사랑하는 이의 등을 쓰다듬을 시간은, 눈을 들여다보고 같이 웃고 울 시간은 생각보다 얼마 남지 않았더라고.
한번 부고를 전한 사람들은 다시 글을 올리지 않는다. 나는 그들이 그리움에 허덕이거나 구멍 같은 시간을 헤매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을 보내고 나서야 마침내 배운 것들, 지금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더 깊이 사랑하기 위하여 돌아간 것이라고 믿는다.
--- p.12 「먼 길을 헤매는 동안 제자리에서 기다리던 사람이 있었다」 중에서

나는 엄마의 마른 허벅지와 마른 발과 거기 켜켜이 얹힌 주름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손을 따라 올라가면 작은 복숭아 씨앗 같은 팔꿈치가 드러나고, 겨드랑이 아래로 길게 베인 칼자국과 깊은 주름이 같이 흘렀다. 뼈 모양을 훤히 드러낸 주름이 한 사람을 채 덮을 수 없는 홑이불 같았다.
엄하고 단단하던 사람은 어떻게 이 작고 무른 노인이 되었는가.
--- p.66 「주름」 중에서

“같이 아프면 오래 못 가.”
엄마의 맞은편 침대에 있던, 벌써 네 번이나 암이 재발했다는 환자의 보호자가 들려줬던 말에 반박하려다 실패하고 말았다. 한 사람의 통증이 폭풍처럼 몰려올 때. 그의 슬픔이 폭설로 쏟아질 때. 같이 울고 같이 다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그때 그 보호자는 얼마나 따라 울다 알았을까.
--- p.87 「장독」 중에서

다른 듯 닮은 슬픔. 당신의 저림을 알 것도 같아서 우리는 함부로 위로하지 않았다. 서로에 반사되는 고통이 있었다. 통증은 아무래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작아지지도 않는다. 단지 아픔과 아픔을 이을 뿐. 슬픔에 슬픔을 포갤 뿐. 모두 다 아픈 것을 알고는 마음의 모서리 하나가 몽톡해졌다. 눈 덮인 밤의 숲을 서로 발자국을 겹치며 나란히 걷는 기분이었다.
--- p.149 「비슷한 슬픔」 중에서

엄마는 자꾸 머리를 빗어보며 머리카락 빠지는 개수를 확인했다. 그러며 여러 번 말했다. 아프지 말고 딱 10년만 더 살 수 있다면 바랄 게 없겠어. 이런 말도 했다. 언젠가 죽는다면 정말 고통 없이 죽었으면 좋겠어. 또 이리 말하기도 했다. 너무 억울해서 못 죽겠어. 견디기 힘든 통증과 신음, 연민과 슬픔, 절망과 분노가 끊임없이 다녀가는 밤이었다.
--- p.183 「구멍」 중에서

예전에도 몇 번 이런 적이 있었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는 꿈. 꿈마다 매번 마지막 몇 걸음을 뗄 수 없어서 엄마에게 닿지 못했다. 그럴 때면 전화해서 크게 소리 내 울었다. 설명하지 않아도 내가 우는 소리만으로 당신을 잃는 꿈 때문인 줄 엄마는 신기하게 다 알았다.
튼튼해야지. 무너지지 말아야지. 언젠가 그날이 오면 어깨를 펴야지. 엄마를 잘 보내야지. 꿈에라도 그래야지. 몇 번을 다짐해도, 아무리 굳게 마음먹어도 나는 매번 실패하고 말았다.
--- p.228 「나는 나는」 중에서

나는 기억을 헤집어 우리가 절대 잊으면 안 되는 순간들을 끄집어낸다. 암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번져 수술을 다 하지 못하고 배를 닫아야 했던 순간을, 희소암을 알게 되던 순간을, 재발을 진단받던 순간을 떠올렸다. 매번 위기였다. 매번 고비였다. 그래도 엄마는 다시 일어서는 사람이었으니까. 또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 힘든 일이래도 당신이라면 할 수 있다.
--- p.236 「그래도」 중에서

죽은 자의 김치가 밥상에 놓여 산 자를 먹인다. 밥 먹는 일도 까맣게 잊을 것만 같은데 끼니때가 되면 어김없이 배는 고팠다. 아버지가 밥을 먹으면 나도 밥을 먹는다. 내가 밥을 먹으면 아버지도 밥을 먹는다.
정신을 차리고 이제서야 비로소 아버지와 같이 남겨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훈이 잘 지키라는 짐을 당신이 나한테 남겼어. 아버지는 몇 번이나 혼잣말하다가 내게 들켰다. 엄마의 자리에서 삶을 이어갈 사람이 둘이나 되었다. 엄마의 빈 곳에서 서로를 지켜낼 사람이 둘이나 남아 있었다.
--- p.293 「둘」 중에서

나처럼 어디에서 당신도 울었고 당신처럼 어디에서 나도 울지 못했다고. 우리가 그이를 너무 사랑하고 너무 사랑하지 못한 것이 꼭 같다고. 그것으로 조금 덜 외로우면 바랄 게 없겠다.
이 말도 해주고 싶다. 사람을 잃는 것 못지않게 슬픈 일은 기억을 잃는 것이다. 그를 우리가 오래 아주 오래 기억할 테니 전부 말고 부디 절반만 슬퍼할 수 있다면 좋겠다.
--- p.306 「나도 당신처럼 울었고 당신도 나처럼 울지 못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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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눈시울과 목울대가 동시에 뜨거워졌다. 눈물을 참고 울음을 누르며 책장을 넘기는 손끝이 축축했다. 이 축축함은 남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감각이다. 투병하는 사람의 손을 잡아본 이만이, 의사의 말 한마디에 하루에도 몇 번씩 희망과 무력감 사이를 오가던 이만이 간직할 수 있는 감정이다. 복통을 호소하는 엄마의 배를 마사지하며 자장가를 부르는 마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선히 손이 묶일 때, 삶을 실감하는 순간은 깊고 뜨거워지는 것이다. 이 곡진함 앞에서는 손이 닳아도 좋았다.
- 오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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