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두고 사람들은 쉽게 말을 보탠다. 왜 그런 데를 갔느냐고. 참사를 직접 보고 겪은 당사자는 문장을 바꾼다. 왜 갔느냐가 아니라 왜 돌아오지 못했느냐고. 구체적인 절망에서 나온 외침은 나침반 바늘처럼 정확하게 사건의 본질을 가리킨다. 청춘은 죄가 없다. 자신이 만개하는 자리를 찾아가는 건 젊음의 본능일 뿐. 그것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 공동체의 무능이다. 미안함으로 읽었고, 읽고 나니 이상하게 힘이 났다. 그건 아마도 ‘비통한 죽음’이라는 상투어에 가려진 고인들 삶의 반짝이는 열기와 단단한 열망이 온전히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이 청춘의 비가(悲歌)가 돌림노래처럼 이어지길, 널리 퍼져나가길 바란다. 환대와 축제의 장소에서 스러져간 생명을 다시 피워내는 일은 우리 손에 달렸다.
- 은유 (르포 작가)
하루에 두명씩 일하다 죽는 이 나라에서 산재피해가족 네트워크의 이름이 ‘다시는’이다. 나는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다짐을 담은 말을 알지 못한다.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은 이제 비가 내려도 죽고 길을 걷다가도 죽는다. 그런데도 ‘다시는’, 이 말은 왜 겪어서 아는 사람들에게만 다짐이 될까. 이것이 2022년 10월 29일 이후 내내 나를 괴롭힌 질문이었다. 그래서 이 구술집을 읽는 과정은 그런 질문이 너무 쉬운 절망이라는 걸 아는 일이었고, 이 기록 어딘가에 있는 말처럼 ‘흔들리고 피어나는 마음’을 알아보는 일이었다. 다른 누군가가 같은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다시는. 애써 말하고 기록한 사람들뿐 아니고 이 기록을 읽은 사람들의 마음에도 그것이 분명 남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 황정은 (작가)
그저 보통의 삶들이었다. 직장을 다니거나 학교를 다니고,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아직은 친구들과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보통의 우리였다. 다만 그들에겐 한가지의 공통점이 있었을 뿐이다. 2022년 10월 29일 저녁, 이태원에 있었다는 것. 물론 그곳에 있었던 이유 또한 달랐다. 서울의 곳곳에서 벌어지는 축제 자체를 즐기던 젊음도 있었고, 핼러윈데이의 문화를 덕질하듯 좋아했던 청춘도 있었고, 오랜만에 느슨해진 오후, 마실 가듯 구경을 나왔던 커플도 있었다. 그리고 그 끔찍한 참사. 그날 이후, 그 보통의 삶들은 특별한 삶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특별함에는 냉혹하고 비열한 속삭임들이 함께했다. 아무도 비극에 책임을 지지 않았고, 그 모든 불행의 근원을 피해 당사자의 선택으로 몰고 갔다. 그래서 또다시 한번 우리는, 나는, 우리의 공동체는 오늘을 함께 살고 있던 보통의 친구들을 제대로 추모하지 못했다.
이태원 참사의 생존자와 유가족의 증언집인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다시 추모에 대해 생각한다. 진정한 추모란 피해자 각각의 삶과 그날의 사실을 함께 살펴보고, 그리하여 결국 우리 공동체가 다시는 그런 황망하고 슬픈 참사를 겪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구현하려고 애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59명의 이웃을 동시에 잃은 159번의 비극. 그 안에는 각자 빛나던 소중한 삶들이 있다. 이 책은 그 159명의 삶과 견디고 돌아온 생존자들과 아직도 거리에서 그날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유가족들이 참사의 그날, 운 좋게도 그곳에 없었던 우리들에게 보내는 편지다. 운 좋게 피했다는 것은 결코 안전하거나 세상의 시스템으로부터 보호받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날 운이 좋았을 뿐이다. 그래서 다시 책을 읽는다. 이제 추모를 하자. 한명 한명을 기억하고, 고맙게도 돌아온 생존자들과 유가족들의 손을 잡고 제대로 된 추모를 하자.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추모의 시작은 기억을 공유하는 것이다.
- 변영주 (감독)
이 책의 추천사를 망설임 없이 수락한 이유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으로서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의 고통이 어떤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또한 참사를 예방하는 가장 큰 대책은 국민이 피해자와 유가족의 목소리에 관심과 행동으로 함께하는 것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생존자 그리고 유가족들을 위해 그리고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이 책을 읽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김종기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