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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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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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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04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38g | 140*210*15mm
ISBN13 9791193235164
ISBN10 1193235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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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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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때는 삶의 고문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살점과 함께 영혼마저 소진되더라도 숯과 연기로 나를 그을리고 싶은 간절함이 일기도 했다. 그렇지만 수희와 마주앉아 바비큐를 먹는 순간에는 생의 기운이 회복되었고, 그녀와 오래도록 이런 시간을 갖고 싶었다. 바비큐를 맛본 수희는 감탄사를 쏟아냈다.
--- p.32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중에서

“어쩌면 내가 틀렸는지도 모르겠어요. 생명이 있다 혹은 없다, 이건 인간의 잣대잖아요. 이렇게 작은 액세서리도 자신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함께할 누군가를 찾고 기다리는 건 아닐까요? 난 이 물건들의 지난 시간이 궁금해요.”
그러자 에바가 수희를 살짝 치며 말했다.
“난 이 물건들이 수희를 만나 어떤 걸 보게 될지 궁금한데요.”
“앗, 그건 비밀로 하라고 해야겠네요.”
당황한 표정을 짓는 수희의 말에 크리스틴까지 덩달아 짓궂은 표정으로 무슨 비밀이 그렇게 많은지 몰래 물어봐야겠다며 수희를 놀렸다. 수희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자 다들 큰 소리로 웃었다.
--- pp.95-96 「창고 세일」중에서

나는 형의 지위를 물려받았지만, 정작 기대했던 관심이나 애정은 돌아오지 않았다. 투명 인간이 되어 몇 날 며칠을 혼자 보내는 적도 있었다. 모두의 관심은 아픈 형에게 쏠려 있었고, 나는 외로움이라는 형벌을 감내해야 했다. 자신의 그림자를 보기 위해 뒷걸음질을 치며 사막을 걷는 순례자처럼, 빨리 떨어지려고 안간힘을 쓰는 마지막 꽃잎처럼, 높은 골짜기에서 메아리라도 들으려는 산지기처럼 나는 지독하게 외로웠다
--- p.120 「어둠의 시간을 나는 새」중에서

“그리고 잠시 후 모니터에서 날카로운 소음이 들렸어요. 동생의 심장이 멈춰버린 거예요. 동생을 그리 허망하게 보내고 단 하루도 편히 잠들 수 없었어요. 그 뒤에 찾아온 절망과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별짓을 다 했어요. 미소라도 짓는 것이 큰 죄인 양 흐린 낯빛을 띠었죠. 그런데 의사가 그래요. 웃어도 된다고. 그래야 동생도 웃을 거라고. 장례가 끝났지만, 학교로 돌아갈 수 없었어요. 장난꾸러기처럼 굴다가도 어느 순간 의젓해지는 남학생들에게, 졸업하고 청년이 되어 상우처럼 군대에 갈 그들에게, 이 나라는 안전하니까 딴생각 말고 공부에 전념하라고 말할 수는 없었거든요.”
--- p.130 「어둠의 시간을 나는 새」중에서

고통받으며 사는 이들은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연기하며 살아가다가도 남실바람처럼 사소한 흔들림에 와르르 무너져내리곤 한다. 그러나 바닥의 껍질은 질기고 두터워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도록 해준다. 그러니 맨 밑바닥이라는 사실이 어쩌면 위안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가 디디고 일어설 수 있는 단단한 버팀대가 될 수 있으므로. 순간 내 안에서는 그렇게 단단한 바닥이 되어 수희를 올려보내고 싶다는, 속절없는 바람이 한차례 폭풍처럼 일었다. 나는 용오름을 잠재우며 가만가만 귀엣말을 건넸다.
오늘 하루 고생했어요, 당신.
--- p.137 「어둠의 시간을 나는 새」중에서

헤이즈 교수의 말을 들으며 나는 두려움의 숫자를 세는 습관을 떠올렸다. 어스름이 깔리면 기다렸다는 듯 두려움이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두려움은 강한 비트로 머리를 두들겼고, 나는 그 리듬에 길들어졌다. 사람들은 두려움을 쫓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 허겁지겁 연애를 시작하거나,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뛰거나, 먼 데 사는 친척을 만나러 떠나거나, 아니면 여러 가지 구실을 붙여 파티를 열고, 정원을 가꾼다. 심지어 파프리카를 잔뜩 심어 열매가 많이 달리면 먹지도 않을 파프리카 피클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 달리 두려움을 잊으려 하지 않았고, 정면으로 맞서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두려움을 기다리고 있으면, 잿빛 배경을 무대로 어디선가 흐늘거리는 형상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기괴한 소리가 들렸다. 그러면 나는 두려움 하나, 두려움 둘, 두려움 셋…. 마치 불면의 밤에 양 떼를 세듯 끝도 없이 기어나오는 두려움에 번호를 붙였다.
--- p.192 「두려움을 재단하는 법」중에서

“재이의 모든 것이 사라졌어.”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제 잊을 때도 됐어요.”
나도 모르게 말을 내뱉고는 아차 싶어 수희를 바라보았다. 기억에는 유효기간이 없기에 누구에게도 잊어야 할 시간이란 없는 법이다. 더구나 잊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가끔 나는 이렇게 함부로 말을 뱉어놓고 후회하곤 했다. 어머니와 수희는 서로의 소중한 것에 관해 안타까운 감정을 나누었다. 나도 둘 사이에 끼어 그렇게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재이의 모든 것이, 우리의 모든 기억을 간직한 물건들이, 레오티의 전설이 담긴 드림캐처마저 재가 되어 날아가버린 것에 관하여. 이제 나쁜 꿈과 불운을 걸러낼 그물이 사라졌으니 어쩌면 좋으냐고 하소연하고 싶었다.
--- pp.224-225 「아직도 뭔가 남아 있다」중에서

나는 수희가 그린 그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재이가 떠난 뒤 나는 사라진 재이의 빈자리를 간직하며 살고 있었다. 무너지고 망가지는 자신을 보며 나도 아팠던 재이를 닮아간다고 느꼈기에 딱히 쓸쓸하거나 서럽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제 새로이 닮은 사람을 찾았으니 다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짜 쌍둥이가 아니라 이상과 환상의 쌍둥이로. 가짜는 속임수이고 거짓이지만, 상상은 꿈이자 창조의 한 부분이다. 나는 수희에게 말하고 싶었다. 닮았다고. 그래서 느껴진다고.
--- p.246 「생의 힘찬 신호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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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짓눌린 채 죽은 듯 살아가던 사람이 기꺼이 누군가의 바닥이 되어주려는 이야기다. 상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스스로 ‘버팀대’가 되어주려는 이야기, 그러다 함께 일어설 마음을 먹는 이야기다. 책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려 하지 말라고, 손을 내밀고 손을 잡아보라고. 그러다 보면 살아갈 이유를, 힘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지금 아파하고 있다면 이 책이 ‘비상구’가 되어줄 것이다.
- 황보름 (소설가,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저자)
우리는 각자의 시간 속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역사를 겪는다. 그렇게 보면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장소이자 유일하고 개별적인 삶의 기록인 셈이다. 상실과 좌절로 얼룩진 세 청년의 삶을 따라가는 이 소설은 이들이 서로의 아픔에 깊이 감응하는 순간 앞에 독자를 세운다. 연대, 공감, 위로라는 말로는 미처 다 설명할 수 없는 그 마주침은 이 시대와 세대에 던지는 진지하고 아름다운 질문처럼 느껴진다.
- 김혜진 (소설가, 『딸에 대하여』 저자)
인종도, 환경도, 성격도, 취향도 다른 이들이 납작하게 밀폐됐던 상처를 펼치며 그 정면과 이면을 만나는 과정을 섬세하고도 단단한 치유의 언어로 담아낸 소설. 어떤 상실은 결코 겪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어떤 상실은 오래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지만, 그들은 끊임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에게 말을 건넨다. 작가가 정교하게 설계한 미로에서 출구를 찾아 걸어가는 인물들을 따라 걷다 보면, 상처와 제대로 헤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과 결연히 만나야 하며 “상처만이 상처에 스밀 수 있다”는 걸 납득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비록 이야기가 도달한 그곳에 여전히 아픔이 남아 있다 해도, 그것을 품고 걷는 길에는 고통만 있는 것이 아니며 상처 안에도 따뜻한 온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므로 상실의 모퉁이마다 연대의 깃발이 찬란하게 나부끼는 이 이야기를 통과하고 나면, 독자들은 달라진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 반수연 (소설가, 『통영』 저자)
읽는 것을 넘어, 손을 꼭 잡거나 꼭 끌어안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소설이 있다. 작가가 작품 속 인물들을 걱정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는 느낌 속에서 독자들도 덩달아 치유받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표면엔 저마다의 밀폐된 슬픔을 묘사하는 정확하고도 시적인 문장들이 있다. 그리고 심층엔 공적, 사적 고통으로 배척당하고 소외된 자들이 각자의 ‘맨 밑바닥’으로 서로의 결핍을 받쳐주는 바닥의 공동체가 있다. 상처의 쓸모와 슬픔의 힘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이 소설은 낭만적이면서도 실천적이고 현실적이면서도 신비롭다. 한겨울 혹한의 추위 속에서 두 팔 벌려 외로운 사람을 기다리는 따뜻한 프리허그 같은 이 작품을,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테라피스트라고 부르고 싶다.
- 박혜진 (문학평론가, 《릿터》 편집장)
이 아름다운 소설은 다양한 문화와 정체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하고, 트라우마를 가진 이들에게 미술치료가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알아본다. 이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안전한 공간에 발을 들여놓고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든다. 조금씩 성장하는 등장인물들과 나란히 걸으며 나 역시 힘을 얻었다.
- 샤나 탄 (영문 번역가,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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