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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천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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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오는 그리스의 성지에서 불타는 터키의 변방에서

[ 양장,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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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3월 24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490g | 132*192*30mm
ISBN13 9788970128245
ISBN10 8970128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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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바다가 많은 그리스이지만, 이 아토스의 바다와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곳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물론 그냥 투명하고 파랗고 깨끗하기만 한 바다라면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이 바다의 아름다움은 그런 것들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이다. 그것은 뭐랄까, 전혀 다른 차원의 투명함이자 푸르름이다. 물은 마치 진공상태의 공간처럼 선명하게 맑았고, 그리고 짙은 포도주색으로 물들어 있다. 그렇다, 마치 깊은 땅속의 틈 사이에서 대지가 빚어낸 포도주가 보글보글 솟아올라 그것이 바다를 물들이는 듯한, 눈이 아찔할 만큼의 푸르름이다. 거기에는 선명한 냉철함이 있고, 풍성함이 있고, 모든 관념적인 규정을 무너뜨릴 무서울 만큼의 깊이가 있다. 그리고 거기에 늦여름 아침의 강한 햇빛이 칼날처럼 격렬하게 내리쬐다가는 다시 굴절되어 보기 좋게 튕겨 산산이 흩어진다. --- 〈굿바이, 리얼 월드!〉

나는 일어나서 작은 손전등을 들고 방 밖으로 나가본다. 깜깜한 복도 안쪽에서 수도사들의 손에 들린 촛불들이 깜빡거리며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그들은 삼삼오오 계단을 올라와 위층으로 사라진다. 그들의 뒤를 따라 발걸음 소리를 죽인 채 계단을 따라 올라가보니 작은 예배소가 보였다. 낭랑한 목소리의 찬송가가 들려온다. 촛불이 빨갛게 타오르는 가운데 수도사들이 입고 있는 밤의 어둠 속에서 빠져나온 듯한 검은 옷이 보인다. 솔직히 말해서 장엄하다기보다는 왠지 으스스한 풍경이었다. --- 〈카라칼르 수도원〉

나는 그 뒤로도 오랫동안 그 공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기 속에서 일어난 일상적이면서도 비일상적인(그것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것이었다) 몇 가지 일들을. 나는 그 후 많은 나라를 다녔고 그곳에서 여러 가지 다른 공기를 맡아왔다. 하지만 불가사의한 터키의 공기는 그 어떤 다른 나라의 공기의 질과 달랐다. 어째서 터키의 공기가 그렇게 내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나로서는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분히 일종의 예감 같은 것이다. 예감은 그것이 구체화될 때만 설명할 수 있다. 인생을 살다 보면 가끔씩 그런 예감이 나타날 때가 있다.
---〈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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