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4년 04월 23일 |
---|---|
쪽수, 무게, 크기 | 303쪽 | 533g | 150*210*30mm |
ISBN13 | 9788956607726 |
ISBN10 | 8956607729 |
발행일 | 2014년 04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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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3쪽 | 533g | 150*210*30mm |
ISBN13 | 9788956607726 |
ISBN10 | 8956607729 |
프롤로그 _ 10 1 Day:9월 5일 베시사하르 - 불불레 - 나디 - 바훈단다 _ 37 2 Day:9월 6일 바훈단다 - 게르무 - 자갓 - 참제 - 탈 _ 55 3 Day:9월 7일 탈-카르테 - 다라파니-바가르차프-다나큐 _ 69 4 Day:9월 8일 다나큐 - 티망 - 탄촉 - 고토 - 차메 _ 85 5 Day:9월 9일 차메 - 탈레쿠 - 브라탕 - 두크레포카리 - 로워피상 _ 98 6 day:9월 10일 로워피상 - 훔데-브라카 - 마낭 _ 114 7 Day:9월 11일 마낭 _ 128 8 day:9월 12일 마낭 - 구상 - 야크카르카 _ 138 9 Day:9월 13일 야크카르카 - 레다르 - 쏘롱페디 _ 156 10 Day:9월 14일 쏘롱페디-하이캠프 - 쏘롱라패스 - 차바르부 - 묵티나트 _ 166 11 Day:9월 15일 묵티나트 - 자르콧 - 킹가 - 에클레바티 - 좀솜-마르파 _ 193 12 Day:9월 16일 마르파 - 툭체 - 코방 - 라르중 - 칼라파니 _ 212 13 Day:9월 17일 칼라파니-가사 - 다나-타토파니 _ 225 14 day:9월 18일 타토파니 - 가라 - 시카 _ 238 15 Day:9월 19일 시카 - 시트레-고레파니 _ 250 16 day:9월 20일 고레파니-반탄티-타다파니 - 간두룽 _ 262 17 day:9월 21일 간두룽 - 샤울리바자르 - 비레탄티-나야풀 _ 275 에필로그 _ 285 작가의 말 _ 304 |
한겨울 난방이 되지 않는 곳에서 벌어진 틈새로 바람이 불어와 오들오들 떨며 달빛을 받은 설산을 호위하는 하늘에는 이름 모를 별들이 반짝이며 시린 겨울의 환영을 드러내고 있었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 들르는 곳 포카라에서 침낭과 스틱을 빌리고 방한용 점퍼를 대여한 뒤 이튿날 나야풀로 향하였다. 고르지 않은 흙길을 따라 걸으며 시작된 3박 4일 간의 트레킹은 푼힐 전망대를 찍고 내려오는 여정이었다. 고용한 포터들과 잘 통하지 않는 말로 소통하며 눈 덮인 산을 쳐다보면서 네팔 민요를 부르고 우리 가락을 전하며 멀리 보이는 큰 봉우리들을 우러러보며 걸었다.
밋밋한 일상에 변화를 시도하려던 움직임과 함께 가슴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택한 여행지는 네팔이었고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문화유산을 찾아 발품을 팔았던 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소설가 둘이 의기투합하여 트레킹에 나선 길을 따라 걸었다. 신들의 눈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고봉들을 보면서 숲길을 걸으며 쉬엄쉬엄 걸으며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하자고 말하였던 일들이 떠올라 특별한 산악 훈련도 없이 나선 초보자들의 강행군에 도전의식과 불굴의 용기에 외경심이 들었다. 푼힐 전망대를 다녀 온 뒤 다시 그곳을 찾으리라 다짐하였으면서도 일상에 묶여 살아가는 소시민적 근성에 소설가가 내디딘 17일간의 히말라야 환상종주는 또 다른 꿈을 심어준다.
집필하던 소설을 끝내고 지친 영혼을 달래며 새로운 일상을 살게 하는 여행은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 낯선 곳을 떠돌다 살던 곳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소화해 내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열이 올라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아팠던 고산병, 특유의 향신료인 마살라를 넣은 음식 때문에 고생한 일, 변비 등을 겪으면서 정점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해발 5416m의 쏘롱라패스를 넘는 험난한 길에 순응하기에는 영하의 극심한 기온에 체력은 고갈되고 동상으로 감각이 마비되는 시간을 감내하여 다시 길 위에 서기까지 길잡이 검부의 정성은 컸다. 뭉쳐 두었던 사과 봉지를 풀어 사과 한 개를 저자와 혜나에게 건네며 사랑을 보인 검부의 마음에 온기가 전해진다. 문명의 이기와는 거리가 먼 곳에서 세수는커녕 배설도 제대로 못 한 채 허기를 면하는 정도로 끼니를 때우고 걸어야 했던 시간들은 잃어버린 자아와 대면하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도전으로 비춰진다.
4남매의 맏이로 가장 못지않은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사느라 편할 날이 없었던 만큼 그녀의 강인한 정신은 희생으로 중무장하여 위기를 헤쳐 나가는 주춧돌이 되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마다 남은 식구들을 부양하며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길 바랐다. 간호사로 일하다 소설가로 변신하여 유명세를 띠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고백은 성과를 거두기 위한 그녀의 통과의례는 커보였다. 일상의 무거운 짐을 부리고 오롯한 자신과 만나는 동안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누리는 영혼의 자유로움에 젖어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는 그녀의 일화에 목울대가 시큰해지고 만다. 혹독한 고산병과 동상으로 죽음을 떠올리며 힘든 시간을 보냈으면서도 그녀는 안나푸르나 봉우리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가는 인생에서 겪게 되는 시행착오와 우여곡절 속에 우리는 철이 든 어른으로 자리하게 된다. 어떤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죽는시늉하지 말라던 어머니의 뜻대로 그녀는 자존심을 지키며 쉽지 않은 길을 걸었고 마침내 열이레 동안의 라운딩을 끝낼 수 있었다. 마살라 없는 볶음밥으로 배를 채우고 자이언트 오이로 뭉친 배를 풀어주며 사과 한 알의 식감에 행복해하던 이들의 영혼은 맑고 선하였다. 라운딩 중에 만난 독자가 건넨 라면을 끓여 먹을 때의 행복은 어느 곳에서나 느낄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 매년 인명 사고가 일어나는 고약한 고개 쏘롱라패스를 힘겹게 넘으며 병마의 고통 속에 이승을 뜬 어머니의 고단한 삶을 떠올렸을 때 이제는 그녀가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바랐다.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으니 원하는 바를 성취하며 힘을 얻고 그것이 내적 동기의 불을 지펴 질적인 성장을 담보하는 방황이 이뤄지리라 믿고 싶다.
삶을 살면서 지지부진하다고 느끼거나 일상이 너무 무료할때 우리는 여행을 꿈꾼다.
세상 속에서 삶의 강한 열망을 느끼기도 하기에 늘 멀리 떠나는 꿈을 꾼다. 이 여행을 실행하는 사람도 있고, 여러 여건상 꿈만 꾸는 사람도 있다. 바로 나처럼. 일상이 너무도 무료해 가까운 곳이라도 가지 못하면 우울해지기까지 하는 것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느낄 것 같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작가들은 더욱 그러할 것 같다.
정유정 작가의 작품을 몇 권 읽었다. 『내 심장을 쏴라』를 먼저 읽었던가, 『7년의 밤』을 읽고나서는 작가의 다음 작품을 무지 기다렸었다. 그뒤 출간된 『28』까지 내처 읽게 되었다. 나오는 작품마다 독자들로 하여금 푹 빠지게 만드는 마력을 가졌다. 작가의 강한 흡입력 있는 글 때문에 작가의 다음 신작은 어떤 글을 쓰게 될까 기대하는 마음도 더불어 커졌다.
이러한 독자들의 염원이 부담스러웠는지 작가는 『28』 출간후 안나푸르나행을 꿈꾸었다고 했다. 다음 작품의 자료까지 다 준비해놓고 단 몇 줄로 쓸수 없을만큼 마음이 허허로웠나 보다. 작가는 욕망의 엔진이 꺼져버렸다고 했다. 한밤중에 통곡을 한후 대한민국을 한번도 떠나보지 못한 작가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안나푸르나를 가기 위해 한달가량 준비운동을 했고, 같이 갈 멤버를 구했다. 후배 작가인 김혜나 작가였다. 만만의 준비를 해 그렇게 히말라야로 떠났다.
사실 정유정 작가의 여러 생각들을 담은 에세이가 나오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작가는 히말라야 행을 택했고, 한달가량을 안나푸르나를 걸었다.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고통의 시간들을 기록했다. 어쩌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을 정도로 힘들었던 시간들을 글로 읽으며 작가의 간절한 마음들을 엿보는 듯 했다. 오랜시간동안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을 어머니에 대한 마음들을 히말라야의 그 언덕길에서 풀어놓았다.
원하는 '무엇'이 있으리라 믿었던 것 같은데, 삼십 일도 아닌 단 사흘 만에 의심이 모락걸고 있었다. 정말로 믿었는지조차 확실치 않았다. 그저 달아나고 싶었던 건지도 몰랐다. 세상으로부터, 인간으로부터, 아니 나 자신으로부터. (81페이지)
사람은 아주 극단적인 상황이 되면 가장 간절하게 생각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 사랑하는가족일텐데, 엄마에게는 아마도 자식인가 보다. 사랑해서 결혼한 남편보다는 자신이 열 달 동안 품고 있었고, 생명의 신비함을 느꼈던 그 순간의 경이로움 때문에 자식이 더 간절한 것일테다. 히말라야의 숙소에서 한밤중에 가슴에 통증을 느끼며 깨어났을때 다시는 못볼수도 있을 그 순간에, 가장 간절했던 사람이 자식이었던 것처럼.
나는 세상으로 돌아가 다시 내 인생을 상대할 수 있을까.
어떤 목소리가 답해왔다.
죽는 날까지. (186페이지)
책의 맨 마지막 부분에 있는 글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죽을 까지 아이인 동시에 어른인 셈이다. 삶을 배우면서 죽음을 체득해 가는 존재. 나는 안나푸르나에서 비로소, 혹은 운 좋게 어른의 문턱을 넘었다. 라고 했다.
자신의 몸이 느끼는 극한의 시간속을 견디고 오면 우리는 어떤 시련이 다가와도 견딜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내가 해냈다, 라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해진다. 삶이 힘들다고 불평해도 돌아보면 나보다 힘든 사람이 더 많은 것을 볼수 있다. 내가 가진 시야에서 넓혀 보기를 바래 본다. 나보다 더 많이 상처받은 사람도, 고통받은 사람도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다.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다시 한번 자신의 삶에 도전해 볼 것을 바래본다.
내가 지금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우리 가족이 특별한 일이 없이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새삼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한 사람만이 가지는 강한 유대와 힘든 시간을 견딘 자신을 바라보며 또한 성큼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처음 제목만 그저 보고는 히말라야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쓰는 책이라 생각하고 시놉을 읽어 갔었다. 그런데 작가 정유정이 후배 작가와 함께 등반한 이야기를 쓴 경험담이다. 움~ 엄마처럼 등산을 즐기시는 구나 싶은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웬걸… 산을 좀처럼 오르지 않는데다 참…정리력이 없다. 나랑 엄마랑 습관이 다르다보니깐 엄마 방에 들어 옴 숨이 탁! 막혀버린다.
거기다가 거기서 나오는 볶음밥의 조미료라는 마살라(Masala)가 입에 맞지를 않아서 좀처럼 식사를 거부 해왔었다. 거기다가 매일을 집합 시간에 지각을 하는데다가…거기서 나오는 식사는 이제나 저제나 처럼 늦게 나오는 바람에 기다리기가 눈치 보여서 먹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생활이 계속 쉴 새 없이 폭주하는 기관차 같던,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진짜 이야기꾼으로 불리길 바랐던 정씨는 단 한 편의 단편소설도 발표한 적 없이 오직 네 권의 장편소설만으로 독자를 상대하며 달려왔다.
그러나 지난해 '28'을 탈고한 뒤, 내부 에너지가 고갈돼 무기력해진 자신을 마주한다. 생의 목적지로 돌진하던 싸움꾼이 사라진 것이다. 해결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에너지를 받아오고 싶다는 생각에 선택한 곳이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이다.
남편은 좀처럼 말려했던 머릿속에 안나푸르나가 떠올랐다. 자신이 쓴 소설의 주인공이 속박된 자신을 스스로 해방시켜 날아가기를 염원한 곳이다. 그곳은 아무나 오를 수 없는 곳이라고 볼 때 마다 자신을 설득을 하곤 했었던 남편의 설득에 넘어 갈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글을 쓰겠다고 할 때도…도시에서가 아닌 조용한 시골에서 글이 잘 써지겠다고 이사를 하자고 할 때도 뭐라고 하지를 않았던 사람이 남편이다.
그러한 남편이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를 반대 한다는 것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행의 경험이 많은 남편이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이 무모한 도전은 작품마다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바로 그다운 선택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산할 파트너를 모집하지만 좀처럼 답이 오지를 않는 중에 후배 한명에게서 연락이 오면서 후배자신의 사부에게로 가서 등산에 대한 조언을 얻고 다른 이의 소개로 거기서 ‘검부’라는 사람을 소개받아서 함께 동반한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 자신 안의 이야기꾼이자 치열한 싸움꾼을 되살리려 도전에 나섰다. 두툼한 배낭과 함께 환상 종주의 최고도 ‘쏘롱라패스’에 묻을 타임캡슐도 손에 꼭 쥐었다.
그네는 히말라야 방황기를 펴낸 후 스페인 산티아고 900킬로미터 넘는 길을 걸었고 이젠 다시 인간의 악을 천착하는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마지막 바다가 보이는 코스에 이르렀을 때 홀로 길에 주저앉아 통곡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읽어 갔을 때는 그녀의 고집, 성격을 알아 갈 수 있어서 재미있게 읽어 갈 수 있었고…중반에 읽어 나갔을 때는 변비와 고산병(?) 때문에 속앓이 해가는 그녀의 속병으로 고생하는 것이 웃음 났다.
더불어 이 책에는 지금의 정유정을 만든 과거의 이야기가 현재의 여정과 엮여 펼쳐진다. 인상적인 대목은 작가가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해 말할 때다. 어머니가 투병하는 사이 가세가 기울면서 작가는 밑으로 세 동생을 혼자 떠맡아야 했다. 그러면서 그녀의 살아온 필요에 의해 선택한 성격과 달리 그녀는 태생적인 겁쟁이다.
나는 노는 일마저 훈련해서 노는 인간이 되었다. 안나푸르나에 다녀오면서 그녀의 일상도 변화 되어진 것 같다.
길 위에 맡 서면서 그녀는 세상에 다시 맞설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것은 그녀의 환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