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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엄마 고슴도치

: 특별한 고슴도치 아리의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

리뷰 총점10.0 리뷰 9건 | 판매지수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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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322g | 153*224*11mm
ISBN13 9791171740055
ISBN10 1171740050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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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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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가족은 그 어디에도 없단다. 모두 언젠가는 헤어져야만 하는 순간을 맞게 되지. 우리에게는 그 순간이 조금 빠른 것뿐이야.”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영원히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다행히 우리에게는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잖니. 갑작스러운 사건이나 사고로 한순간에 이별해야만 하는 경우는 정말 끔찍하거든.”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데도 왜 이별을 준비해야 하나요?”
“헤어질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자 축복이란다. 그러니 그 시간만으로도 감사하자.”
“저는 전혀 고맙지 않아요. 헤어져야 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요.”
“인생이란 원래 이유를 알 수 없는 것투성이란다. 너도 크면 알게 될 거야. 그러니 우리가 같이 있는 순간을 낭비하지 말고, 함께 지내는 지금 이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자꾸나.”
하지만 아리는 여전히 이별은 싫었습니다. 왜 혼자 살아가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도 없었습니다.
--- 본문 중에서

“나랑 친구가 되지 않을래?”
아리는 피누 가까이 다가가서 물었습니다. 하지만 피누는 못 들은 척 도토리를 입에 물고 나무를 올라갔습니다.
“이리 내려와서 나랑 같이 놀자. 우리 친구 하자.”
아리는 피누에게 졸랐습니다.
“싫어. 네 가시에 찔릴까 봐 무서워. 난 지금 아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거든.”
그러고 보니 피누의 배가 볼록했지요.
“난 아무나 찌르지 않아. 그러니까 친구가 되자.”
하지만 피누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네가 아무리 찌르지 않으려 해도 네 옆에 있으면 가시에 찔려 상처 입게 될 거야. 그래서 난 너와 친구가 될 수 없어.”
--- 본문 중에서

“아이고, 못 보던 사이에 아기를 가졌구먼.”
토포 할머니가 아리의 배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아리는 깜짝 놀라서 자신의 배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보다 배가 볼록해졌습니다. 아기가 생긴 사실에 아리는 너무 기뻐서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였습니다.
아리는 혹시나 아기가 다칠까 봐 조심스레 배를 감싸 안았습니다. 그리고 한 발짝 한 발짝 살금살금 내딛으면서 둥지로 향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제이에게 아기 소식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아기 소식을 들으면 제이도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 본문 중에서

“도와주세요. 아야, 도와주세요. 아악!”
아리는 너무 고통스러워 비명을 질렀습니다. 숲속이 아리의 비명으로 흔들렸습니다. 제일 먼저 달려온 것은 느티나무 밑 둥지에서 자고 있던 고라니 네디였습니다.
아리는 너무 아파서 데굴데굴 바닥을 굴러다녔습니다.
“뭐야? 벌써 아기가 나오는 거야?”
네디가 놀라서 물었습니다.
“도와줘. 너무 아파. 도와줘.”
아리는 울면서 네디에게 손을 내밀었지요.
“하지만 나는 아기를 낳아 본 적이 없어.”
네디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아리의 주위를 뱅뱅 돌기만 했습니다.
--- 본문 중에서

“아가야, 네 이름은 모다란다. 모다야. 어여쁜 모다야. 나는 너의 엄마란다.”
아리는 모다의 가시털을 쓸어주며 소곤거렸습니다. 모다는 아직 어려서 가시가 단단하지 않기 때문에 보송보송하고 가느다란 털을 쓰다듬는 느낌이지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매끄러운 가시털의 결을 따라 쓰다듬어주자 모다가 기분이 좋은지 배시시 웃었습니다. 그 웃음에 아리는 갑자기 가슴이 벅차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상하게도 눈물이 납니다. 아리는 너무 기쁜 순간에도 눈물이 난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모다는 아직 눈을 뜨지 못했지만 아리의 품을 찾아 파고들었습니다. 그 순간, 아리는 모다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 본문 중에서

“쯧쯧, 잘 먹어야 젖도 많이 나오는 법인데, 먹이 사냥은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아기만 껴안고 있으니 큰일이다. 사냥은 언제쯤 다시 나갈 거야?”
“모르겠어요. 모다가 아직 눈도 못 떴는데 어떻게 두고 나가요?
도저히 모다를 혼자 놔두고 갈 수가 없어요. 제가 없는 사이에 늑대나 부엉이가 올까 봐 걱정이 돼서요. 아직 가시가 단단해지지 않았거든요. 너무 보들보들해요. 한 번 쓰다듬어 보실래요?”
아리는 모다의 가시를 결대로 빗겨 주며 말했습니다. 토포 할머니는 모다를 만지려고 손을 내밀었다가 깜짝 놀라 손을 뗐습니다.
“뭐야? 이렇게 가시가 날카로운데 부드럽다니. 쯧쯧. 그러니 다들 바보엄마 고슴도치라고 놀리잖아. 조심해서 빗겨. 그러다 가시에 찔리면 어쩌려고 그래?”
“괜찮아요. 좀 찔리면 어때요? 이렇게 빗질을 자주 해줘야 가시털에 윤기가 흐르거든요. 보세요. 가시털이 반짝반짝거리죠?”
--- 본문 중에서

“많이 아프지? 걸을 수 있겠어?”
남자 고슴도치는 발목의 상처를 살펴보며 물었습니다. 씩씩하고 늠름한데 다정하기까지 하다니. 모다는 이제까지 바로 이런 남자 고슴도치를 기다려왔습니다. 드디어 이상형을 만났다는 기쁨에 상처도 별로 아프지 않았습니다.
“내 이름은 유진이야. 아주 먼 북쪽 숲에서 태어났는데 지금은 혼자 여행 중이야.”
남자 고슴도치가 먼저 손을 내밀며 소개를 했습니다.
“내 이름은 모다야. 구해줘서 고마워. 나는 바로 옆 숲에 살아.”
“아! 네가 숲속 친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바로 그 고슴도치구나? 소문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예쁘다.”
--- 본문 중에서

엄마는 잠든 모다의 곁에 앉아 한참을 모다의 얼굴만 바라보았습니다. 행복한 꿈을 꾸는지 모다가 배시시 웃었습니다. 그 웃음에 서운했던 마음이 휙 날아갔습니다.
엄마는 모다의 잠든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모다와 유진이가 결혼한 뒤 멀리 떠날까 봐 무섭고 불안했습니다. 아직은 모다와 헤어질 준비가 되지 않았거든요. 오늘도 엄마는 모다가 가끔이라도 얼굴을 볼 수 있는 가까운 곳에서 살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잠들었습니다.
--- 본문 중에서

“엄마! 엄마!”
모다가 둥지 밖에서 부르는 소리에 엄마가 깜짝 놀라서 뛰어나갑니다. 유진이와 모다가 서로 팔짱을 낀 채 엄마를 맞았습니다. 모다의 품에는 커다란 꽃다발이 안겨 있습니다.
“엄마, 유진이가 나한테 청혼했어요.”
너무 기뻐서인지 모다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습니다.
“유진이와 결혼한 뒤에 함께 여행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우리는 남쪽 땅끝마을까지 갈 거예요. 남쪽 땅끝마을은 따뜻해서 먹을 것도 풍족하고 겨울잠도 잘 필요가 없대요. 우리는 거기에서 자리 잡고 살 거예요. 예쁘고 착한 아가도 많이 낳을 거예요. 드디어 내 꿈이 이루어졌어요. 상상만 해도 너무 좋아요.”
모다의 꿈속에 엄마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 본문 중에서

아리와 모다는 단 한 번도 서로를 껴안아 본 적이 없습니다. 등의 가시들이 서로를 찌르니까요. 그래도 모다가 어렸을 때는 종종 가시가 없는 배 위에 모다를 올려놓고는 했습니다. 그럴 때면 모다는 어김없이 엄마의 배에 얼굴을 문지르며 어리광을 부렸습니다.
따뜻하고 간질간질한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모다를 배 위에 올려놓은 채 잠든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모다의 덩치가 커지고 나서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저 서로의 가시에 찔리지 않을까 겁을 내면서 거리를 두었으니까요.
아리는 한 번만,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모다의 품 안에 안겨보고 싶었습니다. 가시에 찔려 상처 입고 피가 나도 좋으니 단 한 번만이라도 모다를 꽉 껴안아 보고 싶었습니다.
--- 본문 중에서

“아가야!”
엄마가 모다를 애타게 불렀습니다.
“왜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안아보자꾸나.”
“하지만 가시에 찔리면 아프잖아요.”
모다가 단번에 거절했습니다.
“괜찮아. 엄마는 가시를 다 뽑았으니까 너는 아프지 않을 거야.”
“그래도 내 가시가 엄마를 찌를 텐데요.”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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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의 첫 독자는 사실 어른이다. 부모나 교사, 그리고 어린이를 사랑하는 어른들이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권한다. 그러므로 어린이책의 독자 대상은 폭이 굉장이 크고 넓다. 그러기에 의외로 이야기감이나 표현의 방법에서 소설이나 시는 흉내 낼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장르이다.

『바보엄마 고슴도치』가 바로 그러한 책이다. 지금 시대의 가치관이나 정서라는 저울로 달아보면 이 책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이거나, 정반대로 디스토피아(dystopia) 세계관을 담은 스토리라고 느낄 수도 있을 정도로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사랑’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딸, 모다’에게서, 어른들은 ‘엄마, 아리’를 통해서 나의 내면을 돌아볼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무정하고, 잔인하며, 상대방의 기쁨이나 아픔,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시대가 바로 말세다.’ 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끝이 아닌 사랑의 첫 출발점에 당당히 서 있는 작품일 것이다.

엄마 아리와 딸 모다의 사랑은 생명처럼 신비롭다. 바보이거나 천사만이 이 책의 메시지를 흠뻑 맛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사랑’과 ‘생명’의 존귀함에 아이들도 어른들도 식어버린 마음이 데워지고 있을 것이다.
- 노경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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